편집인 칼럼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을 주목한다

[전병열 칼럼]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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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이 지난 2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84%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7%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8%는 의견을 유보했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 최고 기록 83%(1993년 6월, 9월)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치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후 직무수행 지지율(긍정 평가)은 노태우 대통령 57%(1988년 6월), 김영삼 대통령 71%(1993년 3월), 김대중 대통령 71%(1998년 3월), 노무현 대통령 60%(2003년 4월), 이명박 대통령 52%(2008년 3월), 박근혜 대통령 44%(2013년 3월)였다.

그동안 최순실 국정 농단 게이트로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던 국민이 새 대통령의 참신한 국정 운영에 지지를 보낸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실망이 큰 만큼 상대적으로 문 대통령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크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국민의 지지가 지속될 수 있도록 국정을 펼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열기는 식지 않을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한때 개혁 정책과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등으로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당시 역대 대통령의 최고 지지율을 획득했었다. 하지만 경제정책 실패로 IMF를 초래하는 등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결국 퇴임할 때는 지지율(긍정 평가)이 6%로 역대 대통령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경계해야 할 정책들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중차대한 임무는 경제 살리기라고 본란을 통해 제언한 바 있다.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라며 고학력 실업자가 50만 명이 넘어서면서 국가적 손실이 막대할 뿐 아니라 청년들의 절망적인 ‘헬 조선’ 의식은 국가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고 지적했었다. 이제 청년들의 희망은 문 대통령의 일자리 만들기 공약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발표한 업무지시 1호는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맡아 일자리 창출을 직접 챙긴다. 이같이 청년들의 고무적인 기대를 모아 취임 13일 만에 청와대 비서동인 여민관 집무실에다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좋은 일자리 정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부응해 정부는 지난 5일 국무회의를 열어 11조 2천억 원의 추가 경정 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공무원 1만 2천 명을 비롯해 공공부문 일자리 7만 1천 개, 중소기업 지원 등을 통해 민간부문 일자리 3만 8천500개 등 11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를 세웠다. 이를 위해 추경의 모든 재원을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여건 개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일자리 추경’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17일 첫 공식 유세에서 “양극화와 실업으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집권하면 즉각 10조 원 이상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에 공무원 17만 4천 명 등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공약했다. 야당 일각에서 이번 추경을 반대하고 있다지만, 다행히도 이번 추경은 초과 세수로 국채 발행 없이 편성됐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 창출은 국가의 100년 대계다. 일부 재정 부담이 되더라도 청년들의 기를 살려야 한다. 세수 확보와 국정원 특수 활동비 등 재정 지출에 개선 점을 찾아본다면 청년들의 일자리 만들기에 투자하는 재정만큼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일부 재정 부담이 따르더라도 청년들의 희망을 꺾어서는 안 된다.

물론 포퓰리즘적인 정책으로 청와대 상황판에만 의존한 채 통계 수치만 낮추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경제성장과 함께해야 한다. 경제성장 없는 일자리는 자칫 풍선효과를 야기할 뿐이다. 경제성장이 주도하는 일자리가 돼야 양질의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성장의 저해 요인을 제거하는데 필요한 정책들을 펼쳐야 한다. 예컨대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는 법적 규제 등을 조속히 철폐하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일자리위원회에 수많은 청년들이 희망을 품고 있다. 이번 정권에서 청년 일자리만큼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최우선적으로 ‘헬조선’을 부르짖는 청년들부터 구제하자. 여기에는 여·야나 진보·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전병열 편집인 chairman@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