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노지 캠핑장, 차박 성지에 쓰레기들이 나뒹군다

노지 캠핑장, 차박 성지에 쓰레기들이 나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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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을 즐기는 캠핑의 기본 매너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들 –

캠핑마니아 신종현(35세, 가명) 씨는 최근 들어서는 캠핑을 떠나기가 내키지는 않는다. 코로나 이후 캠핑이 붐처럼 성행해 어느 캠핑장을 가더라도 성수기만큼 붐비고, 조용하고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텐트보다는 비교적 방음이 잘 되는 차박으로 노선을 변경했지만 그에게 닥친 것은 가는 곳마다 쓰레기 더미였다. 신씨는 “음식물 쓰레기, 일회용품 등 주말이 지나면 캠핑장과 차박 성지는 쓰레기로 뒤덮인다”며 “캠핑의 기본이 뒷정리인데, 기본조차 되어있지 않은 몰상식한 사람들이 많아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가을 캠핑철을 맞이하며 전국 캠핑장이 붐비기 시작했다. 사람들 간의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캠핑은 코로나 시대에 딱 맞는 여행스타일이 되어 나날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장보기 앱 마켓컬리의 조사에 따르면 캠핑을 즐기는 3월부터 9월까지 상품 판매량을 분석해본 결과, 바비큐, 꼬치 등 캠핑용 식품과 랜턴, 휴대용 식기 등 캠핑 관련 상품의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러 가지 양념을 챙기지 않아도 간편하게 고기에 곁들어 맛을 더하는 바비큐용 소스는 전년 동기간 대비 216% 증가한 판매량을 보였다.

e커머스에서도 캠핑 관련 상품 판매량이 급증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11번가에서 8,9월 두 달간 캠핑 관련 상품의 판매액을 분석한 겨로가 텐트, 타프, 취사용품 등 캠핑용 상품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 더 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보 캠핑족에게 인기가 높은 숙박 형태는 단연 ‘차박’이다. 특히 TV나 유튜브 등 미디어를 통해 차박 유행은 확산되었다. 차량을 이용한 야영이기 때문에 시설 입장료 등 별도 비용이 들지 않고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점, 타인과의 접촉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염병 확산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이 인기요소다.

솔로 캠핑을 즐기는 류선희(29세, 가명) 씨도 차박이 편하다고 말했다. 밤에 문을 잠그고 안전하게 잘 수 있고, 차량 배터리를 이용해 간단하게 전기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류씨는 재택근무를 할 때면 차박을 떠나서 업무를 진행하기도 했다.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캠핑에 도전하는 초보 캠퍼들도 많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캠핑 인구는 전년 대비 최대 4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캠핑 초보자를 뜻하는 신조어 ‘캠린이(캠핑+어린이)’ 해시태그가 약 13만여 개에 달한다.

캠핑 인구와 비례하게 늘어난 것은 관련 업계의 매출뿐만이 아니다. 지자체와 캠핑 관련 시설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바로 쓰레기 문제다. 몰지각한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버리는 쓰레기로 인해 일부 지자체에서는 불법 캠핑과 차박을 금지해야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도의 한 바닷가 인근의 숲은 정식 야영장이 아니지만 캠핑 성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과 휴일이면 정식 캠핑장 부럽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려온다. 나무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야영 금지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다. 텐트와 차박 차량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평일이 돌아오면 숲 곳곳은 각양각색의 쓰레기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고장난 텐트와 음료수병, 신발이 나뒹굴고, 구덩이에 아무렇게나 버린 음식물 찌꺼기는 악취를 풍긴다. 타다 남은 솔방울과 불판은 물론, 곳곳에 잔뜩 쌓인 쓰레기는 분리수거는커녕 종량제 봉투조차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사유지라는 이유로 단속이 되지 않고, 불편함은 오롯이 주민들의 몫이다.

경남의 한 하천 인근 공터에서도 차박과 캠핑이 성행하고 있다. 화장실도 세면장도 개수대도 없는 노지이지만, 주말이면 20여대의 차량이 모여들어 곳곳에서 고기 구워먹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곳에서 캠핑을 즐겨한다는 40대 남성은 “캠핑장은 사람이 많이 모여서 아직은 불안하다”며, “어디서 캠핑을 하든 불을 사용할 때 안전하게 하고, 뒷정리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정된 장소 이외에서 행해지는 모든 캠핑·차박 행위는 불법이다. 하천법 제46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하천에서 야영행위, 취사행위, 떡밥 등 미끼를 사용해 하천을 오염시키는 낚시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뒷정리를 잘 하는 것과는 별개로 캠핑을 하는 것 자체가 불법행위다. 지정된 장소 이외의 곳에서 캠핑을 하다 적발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일부 하천은 천연기념물인 희귀 철새가 날아드는 철새 도래지로서의 기능과,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있기도 하기에 하천법을 준수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사안이다.

이에 일부 지자체들은 직접 단속에 나섰다. 차박으로 인기가 많은 곳은 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거나, 캠핑금지 현수막을 붙여 안내하는 등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취사 행위 금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차량 주차 전면 금지는 과도한 제재”라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신건강을 위해 시민 레저공간은 확보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캠핑은 언제 어디든지 자유롭게 떠날 수 있지만, 그만큼 꼭 지켜야할 매너가 있다.

첫 번째로는 ‘불법 장소 금지’이다. 국립공원이나 사유지, 해안 방파제 등 출입 금지 구역에서의 차박은 명백한 불법이다. 휴게소는 차박은 가능하지만 화기를 이용한 취사는 불법이다.

두 번째는 ‘사고주의’다. 곧 본격적으로 추워지는 겨울철, 난방장치는 겨울 캠핑의 필수품이다. 하지만 난방장치를 켜두고 잠을 자게 되면 밀폐된 공간 안에서 일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져 질식 혹은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쓰레기 정리’다. 캠핑 중에 생긴 쓰레기들은 모두 치워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물론 쓰레기봉투를 꼭 챙겨야 한다.

깨끗한 자연이 없으면 캠핑도 없다. 유래 없이 길었던 장마로 기후 위기를 실감하고, 플라스틱 쓰레기와의 전쟁을 체감할 수 있는 2020년이다.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것이 우리가 캠핑을 계속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