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정보 긴급피난 어려운 노인요양시설, 아직도 많다

긴급피난 어려운 노인요양시설, 아직도 많다

공유

최근 10년 내 발생한 화재 중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지난 1월 26일 오전 7시 31분께 1층 응급실 내 탕비실 천장에서 시작됐다. 원인은 천장 콘센트용 전기 배선의 합선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1988년 세종병원이 지어질 당시의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로 인해 당일 37명이던 사망자는 50여 명으로 늘어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더해가고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노인요양시설 및 시설물 설치 기준 현황을 파악하고자 전면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전국의 여러 노인요양시설들은 환자들의 긴급피난에 취약한 환경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사회·경제적 약자인 노인을 위한 복지시설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의하면 2016년 기준 전국 노인요양시설은 3,136개소가 있고, 정원은 150,025명, 실제 인원은 126,277명 정도였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이 노인요양시설 20개소에 대한 안전실태 조사를 한 결과, 시설이 고층건물에 설치돼 있는 등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에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관련 시설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은 곳이 있어 개선이 필요했다.

 

다수 노인요양시설이 고층건물에 위치.. 기준 마련해야

최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같이 다양한 시설물이 밀집된 고층건물은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한 대피가 어려워 대규모 인명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조사대상인 노인요양시설 20개소 중 13개소는 고층건물 일부 층에 설치돼 있었다. 단독건물에 설치된 시설은 7개소에 불과했다. 또 고층건물에 설치된 13개소 중 4개소는 비연속된 층에 시설이 분산돼 있고, 2개소는 다른 시설과 한 개 층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저층의 단독건물을 사용하는 노인요양시설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고층건물 일부를 매입 또는 임차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노인요양시설은 건물 내 다른 시설과 출입문·엘리베이터 등 시설물을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단독건물에 설치된 노인요양시설에 비해 시설관리, 재난상황 대처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세종병원 화재처럼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의 대다수는 심신장애로 자력대피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해당 시설이 고층건물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 심각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설치기준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부 노인요양시설, 안전 관련 시설기준 위반해

일부 노인요양시설은 재난상황 발생 시 자동 개폐 출입문 및 비상구, 손잡이 시설, 응급상황 알림장치 등 안전 관련 시설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20개소 중 2개소는 재난상황 발생 시 자동개폐가 가능한 출입문이 설치돼 있지 않아 환자나 보호자가 재난 발생 시 시설 안에 갇힐 우려가 있었다. 또한 2개소는 비상구가 없어 출입구를 통한 긴급 대피만이 가능했고, 비상구가 설치된 곳 중 2개소는 쌓아놓은 물건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재난상황에 신속한 대피가 어려워 보였다.

이외에도 보행을 보조하는 손잡이시설은 다수 시설의 침실(19개소), 화장실(2개소)에 부착돼 있지 않았고, 응급상황 시 도움을 요청하는 알림 장치는 일부 시설의 침실(5개소), 화장실(2개소)에 설치돼 있지 않아 개선이 필요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 부처에 ▲고층건물 일부 층에 노인요양시설 설치를 제한하는 설치기준 마련 ▲안전 관련 시설기준 재정비 ▲관리·감독 강화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소비자는 노인요양시설을 이용할 때 시설물의 위치나 건물 내부의 환경, 의사 및 간호사 현황 등 평소 환경뿐만 아니라 긴급피난에 용이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도 꼼꼼히 따져본 후 환자를 입원시켜야 한다.

 

김국희 기자 ghki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