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남북 정상회담 생중계하자

[특별기고] 남북 정상회담 생중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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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7일 금요일. 역사적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남북 정상이 ‘평화의집’에서 만난다. 너무도 중요한 시점이라 몇 가지 확인하고자 한다. 동·서독 정상은 7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제4차 정상회담이다. 1987년 9월 7~11일 서독 본에서 열렸다. 동독 호네커 서기장이 서독 심장부 본을 국빈으로 방문했다. 서독 국민들은 복잡한 심경으로 이 장면을 지켜봤다.

“요구대로 다 들어주되 회담장 연설은 관철해라. 동·서독 동시 생중계로!” 서독 수상 콜이 실무대표단에게 당부한 말이었다. 콜 회고록 ‘나는 독일 통일을 원했다(Ich wollte Einheit)’를 통해 당시 상황을 살펴보자. “호네커 방문은 서독에도 좋은 기회다. 회담장 연설은 동·서독 국민이 모두 동시에 시청하는 생중계여야 한다. 양측은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동독 측 협상대표는 수용 불가였다. 서독 측은 생중계가 아니면 정상회담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동·서독 국력 차이를 보여준다.

이번 주에 정상회담 보도 부분을 협상한다고 한다. 생중계도 포함되는지 궁금하다. 남측과 북측 모두 생소할 것 같다. 남측은 김정은 연설로 그에 대한 이미지가 호의적으로 변할 경우 보수층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국론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북한 역시 ‘평화 바람’을 타고 ‘자유 열병’이 확산될까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정상회담 대국민 연설은 생중계가 필요하다. 5월 트럼프-김정은 회담에 앞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전 세계를 향해 ‘전쟁 종식 선언·평화체제 선언’이 나와야 한다. 이 장면을 당사자인 남북 국민이 함께 지켜보면서 우리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모두 경험한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은 ‘냉전 종식·평화 정착·자유·남북 경제협력’을 전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국력과 민주시민 의식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국론 분열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당당한 대응이 요구된다.

콜은 독일 전통 보수정치인이다. 콜이 역설한 정상회담 생중계가 왜 우리나라 보수 정치인 입에서 나오지 않는지 궁금하다. 콜 회고록을 더 인용한다. “결국 동독 측은 태도를 바꿔 정상회담 생중계를 수락했다. 처음으로 1800만 동독 동포를 향해 나는 직접 연설하는 기회를 얻었다. 단일민족 의식은 아직도 살아 있고, 이것을 지키기 위한 우리 의지도 꺾이지 않았다. 유럽 통일·전체 독일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독일 통일·자유를 완성하고자 한다. 이것이 독일인의 소망이다.”

여기에 서독 정부의 외교정책이 다 담겨 있었다. 주변국 우려도 생각하면서 독일의 길을 밝힌 것이다. 아주 세련되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제4차 정상회담 이후 서독에서 정쟁이 일어났다. 국론분열 조짐도 있었다. 그러나 독일 국민은 냉정했다. 역사의 길, 긴 여정을 알고 있었다. 콜은 ‘민족’보다 ‘자유’만 강조했다. 세련된 정치인이었다. 참모도 유능했다. ‘값싼 민족론’과 ‘불가능한 통일론’을 개념 없이 외치지 않았다.

콜의 정치철학을 들어보자. “우리의 정책 목표는 독일 통일이다. 유럽이 통합될 때만 완성된다. 독일 통일과 유럽 통합은 동전의 양면이다. 독일인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유럽과 세계인과 함께 숨 쉬고 있다. 이웃 국가들 걱정과 두려움을 진지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고급스럽게 독일민족론을 표현했다.

콜의 마지막 문장이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우리는 함께 일하고, 연대의식을 갖고 다 함께 꿈꾸자. 하느님께서 조국 독일에 축복을 내리게 하소서!”

독일 국민은 침착했다. 냉철한 이성과 현실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차분해야 한다. 오는 27일 냉전 시대 마지막 박물관 ‘판문점’이 열린다. 세계사의 무대에 오른다. 대통령·참모·국민이 모두 지혜로워야 한다. 한반도 봄에 모두 함께 꿈을 꿔야 한다. 통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멀고 힘든 긴 여정이다. ‘평화·자유·한민족 자기결정권’을 잊지 말자. 정상회담 생중계를 통해 온 국민이 역사를 함께 공유하자. 그리고 화창한 5월의 봄을 기다리자. 한반도에 축복을 주소서!

동아대 하태영 교수

글.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