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래블 시네마스코프 추억여행, 시코쿠②

시네마스코프 추억여행, 시코쿠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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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게 아련한 추억을 나누며 천천히 돌아봤던 시코쿠Shikoku로의 여행.

마치 총천연색의 와이드스크린의 시대를 알리던 시네마스코프 같았던 시코쿠의 매력은 그래서 그런지 아주 진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일본의 4개 섬인 혼슈, 홋카이도, 큐슈, 시코쿠 중에서 가장 작은 섬이지만 그래서 더욱 정감 있었던 시코쿠는 예술, 자연, 역사, 음식을 한껏 품고 있었다.

글과 사진_월간 뚜르드몽드 www.tourdemonde.com­

 

나루토 우즈시오渦潮(소용돌이)

미술관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나루토공원으로 향했다. 원래는 유람선을 타기로 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나루토 우즈시오라는 바다 위의 소용돌이를 구경하는 걸로 일정을 바꿨다. 우즈시오 크루즈선에 탑승한 후 1등석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1층은 2등석) 배는 천천히 바다를 향해 나아갔고 웅장한 나루토 대교(효고 현의 아와지시마와 도쿠시마 현을 잇는 다리)에 도착하면서부터 여기저기 물살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썰물과 밀물 때 이 해협을 통과하는 급류가 거친 물살과 함께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불길한 예감이 갑자기 엄습한다. 슬픈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을까? 여기저기 작은 소용돌이가 나올 듯 말 듯 하지만 그토록 보고자 했던 큰 소용돌이는 결국 볼 수가 없었다. 밀물과 썰물의 수위 차가 큰 봄과 가을의 사리 때 특히 3월 말~4월 말까지가 가장 큰 소용돌이를 볼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하지만 우리는 왜 7월초에 왔는가. 그래도 여기저기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 내는 바다의 요동치는 물살도 꽤 볼만했다. 이대로 돌아가기는 억울해서 나루토 대교 바로 아래 설치된 450m 길이의 전망대인 우즈노미치渦の道로 가기로 했다.

대교 아래로 길게 뻗은 산책로를 따라 450m를 지나니 소용돌이가 나오는 바로 45m의 위치에 투명한 유리바닥이 보인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아찔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용돌이가 나오지나 않을까 바라보지만 역시나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이제 고치 현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시간적인 여유만 있다면 도쿠시마 현을 더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다. 어쨌든 다음 일정을 위해 고치 현으로 간다. 고치 현이라 바로 일본 근대화의 주역인 사카모토 료마의 고향이 아닌가?

 

고치 현
구로시오 CC

고치 현은 시코쿠의 남부 중앙에 위치해 4개 현 중 가장 넓은 면적이지만 인구가 가장 적은 현이라니 북적거리지 않아 여행하기에는 좋을 듯 하다. 고치 현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이 구로시오 컨트리클럽이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태평양의 바다소리를 들으면서 시원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18홀의 구로시오, 9홀의 단류, 타이헤이요 등 3가지 코스가 있다. 카시오 월드 오픈, 일본 프로골프 선수권대회 등 왠만한 일본의 유명 골프 대회는 이곳에서 개최된다고 한다. 시간상 골프를 칠 수는 없고 태평양을 바라보며 맛있는 우동을 즐기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고치 현에 들어서니 강렬한 태양에 정신이 어질어질할 정도다.

 

가쓰라하마桂浜

모자를 쓰지 않으면 탈모 증세가 더 심각해질 것 같은 위기감이 들 정도로 무더운 태양이 이글거린다. 가쓰라하마 해변으로 향하는 동안 해수욕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나지만 수영복은 준비하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가쓰라하마 해변은 시코쿠 남쪽 태평양 바다와 인접한 특이하게 달 모양으로 펼쳐진 해변이다.

해변에 들어서니 해변가 주변으로 멋들어진 소나무 숲이 푸른 바다와 어울러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사카모토 료마의 고향인 만큼 해변 근처에 료마의 기념관이 있으니 먼저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일본을 근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사카모토 료마의 동상이 태평양을 바라보고 서있는 것을 제일 먼저 볼 수 있다. 총 13.5m의 높이로 일본에서 손꼽을 정도의 높이의 이 동상은 료마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고치 현의 청년들이 힘을 모아 전국에 모금운동을 벌여 1982년에 세워졌다고.

사카모토 료마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가 자주 들른 곳이 바로 가쓰라하마 해변이며 영주를 버리고 고향을 떠났을 때도 이 해변을 찾았다니 그에게 태평양은 그의 욕망과 닮았나 보다. 동상을 보면 오른손이 품 안에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는 암살의 위협에 평소에 권총을 품 안에 넣고 다녔다고 하는데 검보다는 총이 더 빠름을 알았던 료마의 습관적인 행동이었다고. 고치 현의 민요인 요사코이 부시의 가사에서 ‘달의 명소’로 등장할 만큼 해변에 비친 달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니 꼭 차후에 방문해 하룻밤을 보내며 달의 모습을 보고 싶다. (늦은 저녁에는 차가 다니지 않으니 렌트해서 다녀야 할 듯)

해변 끝자락에 류오곶 전망대가 보인다. 용의 왕이라는 뜻의 류오곶 정상에는 바다의 신 와다쓰미를 모시는 신사가 있다는데 시간상, 더위상 도저히 오를 수는 없었다. 자, 이제 다음 코스로 간다. 고치 현에 그리스의 산토리니가 있단다. 정말일까?

 

빌라 산토리니Villa-Santorini

실제로 있었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다녀온 사람들은 이곳을 보고 놀라워 입을 다물지 못할 듯 하다. 실제 그리스 산토리니는 지중해에 있지만 이곳의 산토리니는 태평양에 있다는 점이 다를 뿐.

역시 일본인들의 놀라운 복제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한 이 빌라 산토리니는 그리스 에게해의 산토리니 섬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리조트 형 호텔이란다. 총 14개의 객실이 서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아담한 수영장과 레스토랑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레스토랑 티라에서 그리스 스타일의 음식도 맛볼 수 있으며 시코쿠 연안에서 잡은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가 꽤 유명하다고. 객실 내부도 산토리니 스타일을 그대로 적용해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면 마치 그리스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줄 정도. 하지만 뜨거운 태양이 그대로 하얀 색의 반사돼 더 더웠던 것은 좀 힘들었지만 가을이나 겨울에 오면 무척 색다른 경험일 듯 하다.

웨딩사진 촬영 및 결혼식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일몰 때에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은 꼭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하룻밤은 머물고 싶은 호텔이다. (http://www.villa-santorini.com)

 

히로메 시장ひろめ 市場

고치 현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이 바로 히로메 시장이다. 특산물인 참치인 가다랑어를 불로 살짝 구운 가츠오 타다끼 뿐만 아니라 시코쿠 연안에 잡은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초밥과 각종 사시미, 해산물 요리, 튀김 등 산해진미를 60여개의 가게에서 즐길 수 있는 푸드코트 같은 곳이다. 가격도 저렴해 수많은 사람들이 술 또는 식사를 위해 방문하기 때문에 언제나 북적거린다. 사실 전날 료칸에서 먹은 가츠오 타다끼의 맛이 좀 비릿해서 실망했는데 히로메 시장의 명소인 묘진마루明神丸에서 먹은 가츠오 타다끼의 맛은 정말 기가 막혔다. 이곳은 볏짚을 직접 태워서 그 불에 직접 가다랑어회 덩어리를 익힌 다음 썰어서 내주기 때문에 신선한 맛을 바로 즐길 수 있다. 확 타오르는 볏짚에 익어가는 가츠오 타다끼를 보는 재미 또한 맛에 일조하는 것은 물론이다. 히로메 시장 중앙에 시뻘건 불이 타오르는 곳이 바로 보이니 찾기도 쉽다. 1200엔이면 5조각의 가츠오 타다끼와 시원하 나마비루를 즐길 수 있다. 소금을 찍어먹거나 마늘과 쪽파를 곁들여 레몬즙에 찍어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느끼함을 잡아주는 후자가 마늘과 쪽파 때문에 풍미가 더해져 입안을 행복하게 만든다. 가츠오 타다끼는 꼭 히로메 시장에서 먹어 보기를 강추한다. 고치 현 사람들의 평온한 일상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현지인이 된 듯한 느낌이다. 평일, 일요일 모두 아침 8시부터 저녁 11시까지만 영업하니 시간대를 잘 보고 가야 할 듯. 1, 5, 9월의 두 번째(혹은 세 번째) 수요일은 정기휴뮤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