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당신의 ‘소확행’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소확행’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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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 친구와 함께 예쁜 카페를 방문해 찍은 사진들을 SNS에 올리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다. 무언가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 소소한 일들로 만족감을 느끼는 ‘소확행’이 올해의 소비 트렌드다. 현재 방영 중인 tvN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 ‘숲속의 작은 집’은 방송을 통해 ‘당신의 소확행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져 시청자들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한다. 이처럼 TV나 영화에서 소확행의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다뤄 사람들은 자신의 소확행이 무엇인지 찾아 나서고 있다.

큰 행복이 아니어도 괜찮아

최근 들어 1~2인 가구의 증가로 개인의 만족과 소소한 행복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전국을 강타했던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한 번뿐인 인생에서 기회를 놓치지 말고 현재를 즐기자는 문화인 ‘욜로(YOLO)’,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소박한 삶의 여유를 즐기자는 ‘휘게(hygge)’에 이어 2018년도에는 ‘소확행’이 확산되고 있다.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 쓰인 말이다. ‘갓 구운 따끈한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퇴근길 나를 반기는 택배 상자, 바쁜 출근길 때마침 멈춘 엘리베이터, 오후의 햇빛이 나뭇잎 그림자를 그리는 걸 바라보며 브람스의 실내악을 듣는 일, 피곤한 하루를 정리하며 마시는 시원한 맥주의 첫 모금, 서랍 안 반듯하게 접어놓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이렇듯 누구나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을 말한다.

혼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가성비 좋은 맛집과 상품을 찾는 문화도 소확행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특별함을 추구하지 않고도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과 적은 소비에 집중하는 소확행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주부 박선경(31) 씨는 아이들이 잠든 시간 육아 퇴근을 하고 남편과 함께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행복하다. “아이들이 잠든 모습, 남편 무릎에 누워 드라마를 보는 시간,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 매일 접하는 일상이지만 하루하루의 행복은 가족에게서 오는 거 같다”며 “너무 큰 행복을 찾아서 쫓아다니는 것보다 주변의 작은 행복을 갖고 누리면서 사는 것이 훨씬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일상 속의 소소한 삶의 방식이 우리나라에서만 유행하는 것은 아니다. 표현만 다를 뿐 다른 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개념이 있다. 스웨덴에서는 적당한, 충분한, 딱 알맞은이라는 뜻을 가진 ‘라곰(lagom)’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소박하고 균형 잡힌 생활과 공동체와의 조화를 중시하는 삶의 경향을 의미한다. 프랑스에서는 고요한, 한적한, 조용한이라는 뜻을 가진 ‘오캄(au calme)’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마음과 몸이 편안한 상태 또는 그러한 삶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한다. 나라마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추구하는 삶이 실현 가능한 자신의 행복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스트레스 풀고, 자존감 높이고

하루 일과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회사, 회사생활에서의 소확행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직장인들은 아침에 출근해 업무 시작 전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점심시간 식사를 마친 후 휴게실에서 잠시 눈을 붙일 때, 퇴근 후 친구와 맥주를 한 잔 하거나 스포츠 센터에 방문해 가벼운 운동을 할 때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 짬을 내어 방문한 동전 노래방이나 동전 야구장에서의 야구 경기 또한 직장인들의 소확행으로 꼽히고 있다.

직장인 황재문(28) 씨는 퇴근 후 집에 가기 전 동전 야구장에 들러 그날 하루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회사에 있다 보면 업무적으로 힘든데 퇴근 후 동전 야구장을 방문해 야구배트로 공을 치면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어 자주 방문한다”며 “1000원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야근이 잦은 직장인 김민정(26) 씨는 동전 노래방을 매일 방문한다. “신나는 노래를 부르다 보면 나 자신에게 힘을 실어 주는 기분이 든다”며 “다른 동료들은 술로 풀지만 나는 노래로 스트레스를 풀고 회사에서 낮아진 자존감을 다시 끌어 올린다”고 했다.

취업부터 결혼과 육아까지 의무처럼 놓인 현실의 과제 앞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행복을 찾다 보면 지친 삶에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언제 다가올지 모를 먼 미래를 위해 현재의 욕구를 참고 희생하기보다는 지금 당장의 행복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직장, 학교,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마음에 품지 말고 일상의 소소함으로 달래보자.

시대가 바뀌면서 우리 사회는 점점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빨리빨리 문화가 지배하고 있어 행복이라는 단어가 잊히기 쉽다. 바쁜 일상 속 남들에게 보여주기 식 삶보다는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기, 반려견과 산책하기, 주말에 늦잠자기 등 주변의 작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일상의 행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오늘 밤 잠들기 전 나의 소확행에 대해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황정윤 기자 hj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