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사찰의 세계유산 등재는 한국 문화관광산업 발전의 토양

[전병열 칼럼] 사찰의 세계유산 등재는 한국 문화관광산업 발전의 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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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한국이 ‘살아 있는 승원’으로 세계적인 불교문화유산을 보존한 국가로 인정된 점을 명심하고, 이를 계기로 관광 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문화관광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7곳의 사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리고 있는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우리나라가 등재 신청한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山地僧院)’을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등재된 사찰은 양산 통도사와 영주 부석사, 보은 법주사, 해남 대흥사, 안동 봉정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등 7개 사찰이다. 애초 심사를 담당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역사적 중요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고 ‘연속유산’ 선정 논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봉정사와 마곡사, 선암사를 제외하고 등재할 것을 세계유산위원회에 권고했었다. 그러나 우리 대표단의 적극적인 지지 교섭으로 중국이 17개 위원국을 대표해 산사 7곳 모두 등재하자는 수정안을 제출하고, 20개국의 현장 지지 발언을 통해 만장일치로 모두 등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산사는 2013년 잠정 목록에 등재된 이후 5년 만에 쾌거를 이룬 것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산사’가 지니고 있는 창건(7~9세기) 이후 현재까지의 지속성, 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성이 세계유산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기준(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한국의 고찰(古刹)이 인류의 문명 발전에 있어 보편타당하고 특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이 인정된 것으로, 전 세계인이 보전하고 향유할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

세계유산은 1972년 11월 제17차 유네스코 정기총회에 참가한 각국의 대표자와 전문가들이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 인간의 부주의로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유산 협약을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매년 6월 전체회의를 열어 여러 국가들이 신청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중에서 선정한다. 세계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그리고 복합유산의 3가지로 구분되고, 이 가운데 특별히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별도로 지정된다. 문화유산은 유적·건축물·장소로 구성되는데, 대체로 세계 문명의 발자취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유적지·사찰·궁전·주거지 등과 종교 발생지 등이 포함된다. 자연유산은 무기적·생물학적 생성물로 이루어진 자연의 형태, 지질학적·지문학적(地文學的) 생성물,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서식지, 세계적 가치를 지닌 지점이나 자연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복합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산이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 세계유산기금(World Heritage Fund)으로부터 기술적·재정적 원조를 받을 수 있다.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문화유산 13건, 복합유산 3건, 자연유산 3건 등 세계유산 총 19건을 새로 등재했다. 이로써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845건, 자연유산 209건, 복합유산 38건으로 총 1,092건이다. 이 밖에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46건이 있다.

우리나라는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화성,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경주 역사유적지구,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와 양동, 남한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 등 11건이 문화유산으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으며, 이번에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의 등재로 모두 13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이로써 한국의 문화관광산업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또 하나의 토양이 조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권고한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산사 내 건물 등에 대한 관리 방안과 산사의 종합 정비 계획, 등재 이후 증가하는 관광객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마련하고, 산사 내 건물 신축 시는 세계유산센터와 사전협의를 해야 한다. 이는 비지정문화재, 즉 산사 내의 모든 구성요소를 철저히 보존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한 것이다.

정부 당국은 한국이 ‘살아 있는 승원’으로 세계적인 불교문화유산을 보존한 국가로 인정된 점을 명심하고, 이를 계기로 관광 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문화관광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조속히 세계유산 담당 기구를 보완해 세부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하기 바란다. 또한, 세계유산적 가치가 잘 유지되도록 범국민적 관심과 보존 의식을 고취토록 홍보하고, 보호 관리 캠페인 등 동참 분위기도 조성해야 한다.

글. 전병열 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