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오색창연 단풍명소, 등산객 무질서에 몸살

오색창연 단풍명소, 등산객 무질서에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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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 중 ‘단풍 구경’이 빠질 수 없다. 가까운 동네 뒷산에서부터 단풍으로 유명한 명소까지, 굽이굽이 등산객이 가득한 단풍철이 돌아왔다. 예쁜 풍경에 관광객의 마음은 흡족하고 인근 상인들의 경기도 잠시나마 회복되는 시기다.

하지만 단풍철이라고 모두의 마음이 흡족한 것은 아니다. 단풍명소 중심으로 등산객들의 고성방가, 쓰레기 투기 등의 문제를 비롯해 음주산행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이 야기된다. 단풍구경을 온 관광객은 바가지요금, 호객행위, 불법 농특산물 판매 등의 피해를 입기도 한다. 더불어 여가용 자전거를 즐기는 이들도 급증하면서 등산로를 이용하는 자전거, 오토바이 이용객은 다른 등산객에게 위협적인 요소다. 다가온 2018년 단풍철에는 어떤 풍경을 맞이하게 될지 미리 살펴보기로 한다.

아름다운 단풍명소, 그 불쾌한 이면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간절기를 거쳐 쌀쌀한 가을이 오면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단풍이 곳곳에 물든다. 오색 빛으로 물든 단풍을 보러 사람들은 전국 각지를 누빈다. 이 무렵은 산간지역으로 등산객이 몰리고 교통 혼잡도 상당한 시기다. 하지만 교통 혼잡은 미리 예상하는 범위라 치더라도 목적지인 단풍명소에서 매년 벌어지는 풍경은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일단 단풍구경하기 좋은 등산로에 도착하면 바로 눈에 보이는 것이 인도에 늘어선 노점상이다. 산에 오르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인도를 가득 메운 노점상으로 인해 단풍명소 주변은 매년 큰 혼잡이 빚어진다. 노점상이 인도를 차지하다보니 오히려 인도를 걸어야 할 등산객들이 차도를 걷는 등 불편을 겪게 된다.

대부분의 단풍명소는 등산로 입구에 주차장이 완비돼 있는데, 단풍철이면 대형관광버스가 밀려오기 때문에 주차장 외 구역에 불법주정차가 비일비재하다.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보니 인근 식당들은 이 점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식당 앞 도로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식사를 한 손님에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도로를 식당 주차장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에는 내장산 인근에서 오토바이 호객꾼들이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며 이 같은 식당들로 호객행위를 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이처럼 등산로 곳곳을 불법주정차 차량이 점거하고 호객꾼들이 통행을 방해하는 것은 교통난 야기는 물론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단풍명소의 위치에 따라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관악산 입구는 가을철이면 새벽부터 등산객으로 붐빈다. 문제는 관악산 입구가 인근 서울대학교 정문과 인접하다는 사실이다. 등교하는 학생들이 이용하는 인도까지 등산객을 상대로 술과 음식을 파는 노점이 가득 차고, 주취자들의 몰상식한 행동으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음주에 자전거까지즐거움 쫓느라 안전은 뒷전

단풍명소 주변 상점도 문제지만 그곳을 찾은 등산객이 초래하는 위험도 상당하다. 등산객 중에는 산을 찾으면 당연하다는 듯 음주를 하는 경우가 많다. 등산로 주변으로 막걸리와 음식을 만들어 파는 상점이 많고, 직접 술과 음식을 준비해 산에 오르는 이들도 상당수다. 등산 중 술에 취하면 다른 등산객에게 시비를 걸거나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술에 취하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거나 거리나 방향감각이 떨어져 사고가 발생한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최근 5년간 월평균 국립공원 탐방객 및 등산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탐방객 수가 가장 많은 10월에 등산사고 수도 가장 많다. 등산사고의 원인은 실족, 추락이 가장 많은데 산행 중 음주를 하면 실족이나 추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등산로에서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바이크족’도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등산로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 사이로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데, 등산객과 자전거 이용자 모두의 안전이 위협받는다. 현행법상 자전거는 입산 금지 대상이 아니지만, 자전거 도로가 아닌 등산로를 함께 이용할 경우 보행하는 등산객에게 피해가 크다.

게다가 자전거 이용자가 음주라도 한다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음주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면 반사 신경이 둔화돼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최근 5년간 자전거 교통사고 현황을 보면 해마다 사고발생 및 사망자수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자전거 이용자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자연공원법과 도로교통법, 단풍명소 쇄신할까

등산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 3월부터 국립공원과 도립공원의 대피소와 탐방로, 산 정상부 등 지정된 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도록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9월부터 시행됐다. 자전거의 음주주행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9월 28일부터 시행됐다. 자전거 운전자가 음주운전(0.05% 이상)을 할 경우 범칙금을 부과하며, 측정불응도 동일하게 처벌한다.

단풍명소로 이름난 지역에서는 일찌감치 단풍 관광객과 관련한 불법행위의 집중단속에 나섰다. 매년 60여만 명이 찾는 내장산이 위치한 정읍에서는 바가지요금, 택시호객행위, 불법 노점상 행위, 각설이 고성방가, 불법 농·특산물 판매 등을 5대 근절 분야로 지정하고 중점단속을 시작했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11월초까지 출입금지 위반, 불법주차, 흡연행위 등을 집중 단속한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자연공원법 위반행위로 올해 들어 196건을 적발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등산객들이 사고와 불편사항 없이 단풍명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산 곳곳에서 저지르는 불법행위를 모두 적발하기 어려울뿐더러 적발 시 과태료는 음주 5만 원, 흡연 10만 원 정도로 미약한 수준이다. 게다가 불법주정차와 도로 점거는 확실한 규제방안도 없는 상태다.

매년 단풍철이면 찾아오는 불편을 없애려면 지금보다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대대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대목을 맞아 영업하는 상인들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자연을 감상하고 싶은 등산객 모두 안전과 에티켓을 확실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