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뜨거워진 지구에 드리운 기후변화의 위기, 탄소중립 필수의 시대

뜨거워진 지구에 드리운 기후변화의 위기, 탄소중립 필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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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는 인류를 위협하는 숫자다.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이상 높아지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생존을 위협받는다. 하지만 이미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지구 표면 온도는 0.87℃ 상승했다. 지금 추세라면 2030년에서 2052년 사이에 마의 1.5℃에 도달하게 된다.

지구의 모든 지역이 똑같은 정도로 더워지는 것이 아니다. 적도에서 태양에너지를 많이 받고, 극지는 적게 받는 에너지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날씨다. 중위도의 제트기류 아래에서 기류를 따라 고기압과 저기압이 계속 지나가며 균형을 맞춘다. 하지만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온난화가 일어나면 적도와 극지 사이에 에너지 차이가 예전보다 적어지고, 제트기류는 약해진다. 그 결과 뱀처럼 구불구불하는 기류 패턴은 더 커지고, 고기압이 오면 폭염, 저기압이 있으면 폭우가 내리는 극단적인 날씨가 나타나게 된다.

미국 데스벨리는 54.4도는 지구 최고 기온 기록을 찍었다. 컬럼비아 강의 수온이 올라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들은 산채로 익혀지고,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리턴 지역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했고, 폭염으로 수백명이 사망했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는 1시간에 202mm, 1년치 강수량이 사흘만에 쏟아져 지하철로에 침수피해가 발생해, 열차 안에 승객이 갇혀 12명이 사망하고 20만 명이 대피했다. 중국 네이멍구에서도 집중 호우가 발생해 댐 두곳이 붕괴해 1만 6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터키에서도 40도 고온 예보에 최악의 산불이 발생해 일주일 넘게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모두 1,0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지만, 이 모든 사건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 일어난 일이다.

지구 온도 상승의 주범은 다름 아닌 탄소다. 1790년대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자그마치 230여년 동안 석탄은 전기를 발전하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이용되어왔다.

1885년 휘발유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고작 136년 만에 지구상에서 움직이는 자동차는 무려 10억대가 넘는다. 도시의 발전과 인간 생활의 편의를 위해 화석연료는 꾸준히 소모되었고, 탄소는 꾸준히 과하게 배출되고 있었다.

이런 온도 상승의 주범인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포집·흡수는 늘려 탄소배출량을 ±0(Net Zero) 감축하는 개념이 바로 ‘탄소중립’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 대신 태양광, 풍력 발전 등 재생 에너지 사용을 100%로 전환하고, 화학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은 줄이고 쓰레기는 자원을 순환시킨다. 산업혁명 이후 크게 바뀌지 않은 세계의 질서를 뒤집는 대대적인 생존의 몸부림이 시작된 것이다.

2016년 발효된 ‘파리기후협약’은 탄소중립을 약속하는 공식적인 기점이라 볼 수 있다. 전세계 국가중 195개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지구온난화 억제 목표 강화(2도 이내에서 1.5도 이내 노력) ▷온실가스 감축 행동을 선진국·개도국·극빈국 등 모든 국가로 확대 ▷5년마다 상향된 감축목표 제출(진전 원칙) 및 이행 여부 검증(5년마다) ▷2025년 이후 개도국에 대한 자금 지원 확대 ▷상향식 감축목표 방식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세부항목이 다양하지만 목적은 심플하다. 지구와 인류의 지속하고, 폭염과 혹한, 미세먼지 등 기후변화 위기에서 살아남자는 것이다.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탄소중립은 아니다. 에너지 사용을 둘러싸고 도시의 생태계와 사람들의 삶이 첨예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의 구조는 물론 시민들의 의식 변화가 함께 동반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탄소발자국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탄소발자국이란 상품을 만들고 쓰고 버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뜻하며, 일상 속에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는 것을 뜻한다. 유사한 표현으로는 탄소다이어트가 있다.

한국기후·환경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탄소발자국 계산기’ 서비스를 이용해 탄소를 배출하는 양을 자동으로 검색해볼 수 있는데, 하루 5시간 TV를 볼 때는 연간 108kg의 탄소를 배출하고, 주행거리 5km당 1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소형 자동차의 경우 11만km를 주행하면 약 3톤의 탄소를 배출한다.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대기전력을 소모하지 않는 것 등이다. 기업에서도 페이퍼리스 등 탄소발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고,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힌 ESG경영을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산업부문 탄소배출량이 1위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EU)가 수입제품 대상으로 탄소규제를 강화하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발표하고, 미국도 조만간 도입할 전망이다. 자동차나 반도체가 국가 경쟁 산업인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탄소중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이다. 개인부터 국가까지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를 식히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