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불법 공유 숙박, 투숙객 피해만 키운다

불법 공유 숙박, 투숙객 피해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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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Airbnb의 광고 문구처럼, 호텔이나 숙박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집을 빌려 묵는 여행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숙소의 규칙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독채형 숙박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신의 집을 숙박 공유 플랫폼에 업로드하는 경우가 우후죽순 증가했다. 하지만 이용객이 늘어날수록 얘기치 못했던 각종 문제가 발생,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즐거워야할 여행이 숙소 문제로 틀어지는 것이다.

남는 것을 가치 있게 활용해서 소득을 창출하자는 것은 공유경제의 기본이다. 숙박 공유는 남는 공간을 필요한 여행객에게 저렴하게 빌려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해외 장기 체류나 다양한 이유로 인해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비게 될 경우, 이를 필요한 사람에게 잠시 빌려줘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관할 관청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 모두 형사 처분 대상이다. 현행법상 신고 의무가 있는 숙박업은 ‘손님이 잠을 자고 머물 수 있도록 시설 및 설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을 뜻하며, 이 같은 영업을 하고 있으면서도 숙박업으로 등록돼 있지 않으면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숙박 공유 플랫폼에 올라온 숙소들 중 숙박업에 등록돼 있는지 소비자가 알아보기 위한 방법은 없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과 후기에 의존해서 예약했지만, 실제로 방문했을 때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침구가 더러워서 실망하는 일은 다반사다. 숙박 공유 중 독채 민박 형태의 경우 호스트와 게스트가 직접 마주칠 일이 없어, 숙소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항의하기도 어렵다.

홈페이지를 개설해서 직접 숙소를 운영하는 것이 비용이나 효율을 따져봤을 때 어렵다고 판단되는 호스트들은 숙박 공유 플랫폼을 이용한다. 숙소를 예약할 수 있는 홈페이지가 따로 있어도 홍보를 위해서 공유 플랫폼에 숙소를 등록하는 사업자들도 많다. 문제는 여러 곳의 숙박 플랫폼에 숙소 예약을 열어두는 것이다. 플랫폼마다 사업자가 달라 예약 현황이 동기화 되지 않고, 숙소 운영자가 이를 일일이 확인해서 취합해야한다. 하지만 성수기나, 숙소 사정 등을 이유로 운영자가 이를 제때 확인하지 않으면, 이중예약이 되거나 일방적인 예약취소를 하는 등 여행객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와중에도 공유 숙박 플랫폼에 등록되는 숙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주택임대 거래량 감소로 인해 공실이 많아지면서 공유 플랫폼을 이용해 숙박시설로 홍보하고 숙박료를 받는 미신고 숙박업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건축물 홍보에는 대놓고 공유 숙박을 추천하기도 했다.

미신고된 숙소는 관리 사각지대에 있어 위생관리와 소비자 보호에 취약하다. 뿐만 아니라 주거환경의 악화와 대피시설 미비로 화재 등의 대형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등 안전문제까지 붉어질 수 있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임차해 숙박료를 받는 행위, 가족단위 관광객을 대상으로 아파트 전체를 숙박시설로 제공하는 행위, 신고하지 않은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 모두 불법이다. 제주에서는 미신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오피스텔 8개 호실을 월세로 임차해 숙박공유사이트를 통해 홍보를 진행, 이용자 후기가 800명에 이르는 숙박 운영자도 있었다. 부산에서도 주요 관광지 오피스텔 40곳을 빌려 불법 숙박업소를 운영하면서 2억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기기도 했다.

또한, 투숙객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가해지기도 한다. 일본의 한 숙소에는 천장에 몰카가 설치돼 있었고, 여성 투숙객이 혼자 있는 것을 노리고 성폭력을 시도하려는 사건도 발생했다. 공유 플랫폼 측은 호스트에게 경고와 교육만 했을 뿐, 해당 숙소를 영업정지 시키진 않았다. 세계 각국에서 이런 피해가 잇따르면서 피해 사례만 모아보는 사이트가 따로 개설돼 있을 정도다. 물론 여행객들의 피해만 있는 건 아니다. 해외의 경우 게스트가 호스트 몰래 마약 파티를 벌이기도 했고, 규정을 따르지 않고, 기물을 파손한 뒤에 나 몰라라 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해외의 경우 자신의 집을 공유 형태로 단기 임대하려는 개인은 반드시 지방정부에 사전 등록을 마쳐야 한다는 조례가 있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태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대다수 공유 플랫폼이 해외 법인이라, 이를 두고도 책임을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남는 공간을 타인과 공유한다는 순수한 취지는 이미 변질됐다. 편법과 탈법이 자행돼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기 전에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