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인플루언서 등 21명 사흘간 현장 답사…역사·미식·골프·생태관광 연계 상품 가능성 살펴
엄경종 기자 ogz@newsone.co.kr

중국 고전 ‘초한지’의 주인공 항우의 고향이자 운하와 호수, 백주 문화가 어우러진 장쑤성 쑤첸이 한국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한국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현지 관광지를 직접 둘러보며 역사와 미식, 자연을 결합한 관광상품 개발 가능성을 살폈다.
여행업계 관계자와 인플루언서, 관광마케팅 관계자 등 21명으로 구성된 ‘한국시장 관광상품 개발 답사단’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중국 장쑤성 쑤첸을 방문했다. 이번 답사는 쑤첸시 문화관광국이 관광지 입장료 등 현지 일정을 지원해 마련됐다.
답사단이 먼저 찾은 곳은 항우의 출생지로 알려진 항왕고리였다. 옛 성문을 지나면 항우 조각상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내부에는 항우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회화나무와 옛집, 초한시대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역사 속 인물과 고사성어의 배경을 직접 확인하며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다. 인플루언서 임나영 씨는 “사면초가와 패왕별희 같은 말은 알고 있었지만, 그 주인공이 태어난 곳에 서 있다는 게 신기했다”며 “회화나무 앞에서 찍은 짧은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여행사 플라이마이의 정준남 대표는 “초한지를 읽고 자란 중장년층에게는 별도의 설명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며 역사 테마 여행의 첫 번째 코스로 활용하기 좋다고 평가했다.
이어 방문한 양허주 문화관광구에서는 중국 백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봤다. 답사단은 술을 발효시키는 구덩이 수천 개가 늘어선 생산 현장과 오랜 역사를 지닌 지하 술 저장고를 둘러봤다. 참가자들은 백주 특유의 향이 가득한 저장고를 직접 체험하며 제조 과정과 술 문화를 확인했다.
모아트래블의 허도경 씨는 “중국 술을 마셔 본 사람은 많아도 실제 생산 현장을 방문한 경험은 드물다”며 “견학과 시음을 결합하면 쑤첸만의 체험형 관광상품을 만들 수 있고 미식 여행과도 연계하기 좋다”고 말했다.
자연과 역사, 야간 콘텐츠를 아우르는 일정도 이어졌다. 답사단은 약 153만㎡ 규모의 꽃밭이 펼쳐진 삼태산 국가삼림공원에서 휴식 시간을 가진 뒤 운하 마을 조하진을 찾았다.
조하진의 용왕묘행궁은 청나라 강희제 때 지어진 행궁으로, 건륭제가 강남 순행 중 여러 차례 머물렀던 곳이다. 경내에는 건륭제의 시가 새겨진 팔각 정자와 약 300년 된 측백나무가 남아 있다. 인근 조하룡운성에서는 치수와 물길의 역사를 소재로 한 5D 영상관 등을 통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
밤에는 물 위에서 펼쳐지는 실경 공연 ‘조하심몽’이 답사단의 발길을 붙잡았다. 어둠이 내린 운하에 조명이 켜지고 배와 배우들이 무대를 오가며 지역의 옛이야기를 풀어냈다.
인플루언서 김보라 씨는 “낮에 둘러본 운하 마을이 밤에는 물 위 공연으로 다시 살아나 하루가 한 편의 드라마처럼 이어졌다”며 야간 경관과 공연이 영상 콘텐츠로도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썬투어의 허경화 씨는 “중국 지방 도시 여행은 저녁 일정이 부족한 경우가 있는데, 야간 공연이 있다면 관광객이 하루 더 머물 이유가 생긴다”고 평가했다.
답사 마지막 날인 23일에는 골프와 생태관광 자원을 살펴봤다. 삼태산 국가삼림공원 인근 양허 멍즈란 골프장은 옛 광산 터를 정비해 2011년 문을 연 27홀 규모의 구릉형 코스다. 코스 곳곳에 천연 호수 12개가 자리하고 있으며, 답사단은 골프장과 인근 양신후 호텔을 둘러보며 골프와 숙박을 결합한 휴양 상품의 가능성을 검토했다.
이어 2025년 8월 개장한 센디 야생동물세계를 방문해 사파리와 동물 관람 시설을 살펴봤다. 300여 종의 동물이 서식하는 이곳은 차량으로 초원 구역을 둘러보는 사파리와 흰 사자 관람 등이 주요 콘텐츠다.
쓰훙 훙쩌후습지에서는 생태관광 자원을 확인했다. 국가급 자연보호구로 지정된 이 습지는 240여 종의 새가 서식하며, 동아시아와 호주를 오가는 철새들의 주요 경유지로 알려져 있다.
알파캠프의 한상규 씨는 “역사 관광만으로는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유치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사파리와 습지를 함께 구성하면 아이를 동반한 가족도 선택할 만한 일정이 된다”며 방학 시즌 상품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답사에서 참가자들은 관광지 간 이동 시간과 체류 시간을 확인하며 실제 상품 구성을 검토했다. 인플루언서들은 한국 여행객에게 소개할 사진과 영상 콘텐츠를 현장에서 촬영했다.
R2투어의 정대삼 씨는 “쑤첸은 아직 한국인에게 낯선 여행지지만 역사와 미식, 자연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난징으로 입국해 쑤첸과 양저우를 함께 둘러보는 상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항에서 쑤첸까지의 이동 시간은 상품 개발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쑤첸시 문화관광국 치창칭 부국장은 “쑤첸은 항우의 고향이자 운하와 호수, 백주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더 많은 한국인이 쑤첸을 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여행객의 방문 편의를 높이기 위해 여행사 대상 인바운드 관광 장려 정책을 마련하고 한국어 안내 자료를 제작했으며, 교통 지원과 외국 카드 환전·결제 서비스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행사가 일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여행상품 개발과 지속적인 교류로 이어지도록 한국 여행업계와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