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유커의 귀환이 반갑지만은 않은 제주

유커의 귀환이 반갑지만은 않은 제주

공유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중단됐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단체관광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불편한 관계가 정리되는 것은 동북아 국제 정세 상으로 반가운 일이지만, 유커가 많이 찾고 있는 국내 관광지 중 한 곳인 제주에서는 웬일인지 이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면세점·호텔 유커 복귀 기뻐 

제주 속의 작은 중국이라 불렸던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는 6년 만에 그 이름을 바꾸게 됐다. ‘바오젠’은 기업의 이름으로, 중국 바오젠 그룹이 2011년 9월 보름간 8차례에 걸쳐 1만4천여 명의 인센티브 관광단을 보내오기로 한 데에 따른 화답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름이 무색하게도 사드 여파 이후 거리는 텅 비었다. 유커를 상대로 했던 외국인 면세점과 호텔업계, 일부 상권 등은 7개월 넘게 고역을 치렀다. 특히 면세시장은 최대 70%까지 매출이 감소할 정도로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커를 상대로 했던 관광업계는 관광재개가 경사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수입이 전무 하고, 적자 일색이었던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중국 정부의 단체비자 허용이나 중국 항공사들의 제주공항 슬롯 확대 요청이 없지만, 유커가 찾아오기만 한다면 매출이 회복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내국인 관광객, 유커 없는 제주 좋아

하지만 내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나 현지인들의 경우 ‘유커의 귀환’이 그닥 반갑지 않다. 제주 관광이 유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적자를 크게 본 것은 유커를 상대로 하는 업계일 뿐이지, 제주 관광 자체가 침체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내국인이 제주 여행을 갈 때 꼭 들리는 곳 중 하나인 동문시장의 경우 사드 사태 전과 후의 매출 차이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커들이 돈을 쓰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과 제주를 방문하는 내국인들은 거대한 관광버스들로 인한 주차 혼잡에서 벗어나, 오히려 더 나아졌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유커가 사라지고 내국인의 제주 방문율은 되려 증가했다. 제주도 주요 여행지 곳곳에 넘쳐나던 유커로 인해 제주 국내 여행을 기피했던 사람들이 다시 제주를 찾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관광객은 10월 말 기준 111만 명으로 64.7% 감소했으나, 내국인 관광객은 1,138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이는 관광지 위주의 여행이 아닌 제주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중국인 없는 제주’ 소문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한 관광을 바라봐야

중국인 관광객 유커가 제주의 관광 경제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일회성 저가관광으로 재방문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부분이 악재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지금까지 제주도 여행 업계는 여행객들을 모집하기 위해 중국 현지 여행사로부터 투어피를 받지 않거나, 오히려 인두세를 지불한 뒤 쇼핑 수수료로 이익을 채우는 등 기형적 구조로 운영해왔다.

지난 2016년 8월에 열린 제주도 관광 워크숍 자료에 따르면 유커 1인당 제주 4박 5일 여행비는 18만 5천원으로 원가에 미치지 않는 저가의 지상비가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중국여행포털인 C사의 경우, 중국 텐진을 출발해 제주 등에서 4박 5일 일정인 여행상품의 경우 1인당 1,000위안(한화 약 18만 5천원)이며, 베이징을 출발해 서울에서 4박 5일간 지내는 여행상품도 1인당 2,000위안(한화 약 37만 원)에 각각 판매되고 있다.

업체에서는 초저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에 제공하던 이른바 ‘노 투어 피(No Tour Fee)’ 혹은 ‘인두세’라 불리는 과도한 리베이트 관행도 이어지고 있었다. 인두세는 면세점이나 쇼핑센터, 관광지 등이 이를 미끼로 가이드나 여행사를 불러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다. 패키지여행이 활성화된 여행지라면 대부분 이 수수료가 있지만, 제주도는 유독 심한 편이다. 면세점이나 쇼핑센터, 관광지들이 모두 비슷한 수준이라 고객유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은 300만 명에 달했지만, 이들 유커가 제주 경제에 미치는 낙수효과는 미미했다. 가장 많은 중국인들이 이용한 여행상품은 2박 3일 동안 총 5~7회의 쇼핑을 하는 구조였고, 유커들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문화보다는 쇼핑에만 내몰려야했다. 이는 여행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재방문으로 이어지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저렴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은 결국 제주라는 관광 브랜드 이미지를 격하시킬 뿐인 것이다.

사드 보복조치로 유커가 줄어드는 동안에도 중국인들의 제주지역 토지 구매는 늘어났다. 중국인들이 국내에 보유한 토지 중 54.8%인 1,713만9천㎡가 제주에 집중돼 있다. 유커들은 중국 국적기를 타고 와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호텔과 식당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중국인 소유 쇼핑몰에서 쇼핑을 한다. 결국 제주도민과 내수경제에 돌아가는 관광수입은 미비한 셈이다.

여행은 단순한 경제가 아닌 문화를 소비하는 일이다. 제주 관광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제주의 설화나 신화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 생산 및 제주의 본질을 느낄 수 있는 관광 마케팅이 절실하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