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올림픽과 경의중앙선, 불편은 시민의 몫

올림픽과 경의중앙선, 불편은 시민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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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짜릿하게 만들었던 동계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까지. 눈코 뜰 새 없이 정신없던 평창의 축제가 막을 내렸다. 올림픽 시즌에 맞춰 개통한 강릉행 KTX는 관광객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들었다.

그런데 올림픽과 KTX개통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이들은 따로 있었다. 바로 경의중앙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다. 파주에서 강원도까지 길게 이어진 경의중앙선 이용객들은 올림픽 시즌, KTX 개통으로 인해 몇 달간 고초를 겪었다.

평소에도 배차 간격이 길어 출퇴근과 통학에 불편을 겪었던 경의중앙선 이용객들은 올림픽 시즌 내내 불규칙한 전철 이용으로 분통을 터뜨렸다. 올림픽을 앞두고 증설된 강릉행 KTX는 연착을 더욱 잦게 만들었고, 이러한 내용은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라간 바 있다.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올림픽과 여행이 누군가의 일상에는 큰 불편을 초래했던 올림픽, 그리고 경의중앙선의 실상을 살펴보기로 한다.

항상 지연·연착되는 경의중앙선, 왜?

파주에서 강원도까지 이어지는 경의중앙선은 경기북부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주요 교통수단이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일산, 파주를 비롯해 서울의 중심지를 통과해 구리, 양평 등 경기도 지역에서 많은 이들이 경의중앙선을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경의중앙선은 개통 초기부터 지연, 연착으로 불편이 많은 노선이었다. 경의중앙선의 선로를 여러 열차가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다. 열차는 우선으로 추월해줘야 하는 등급이 정해져있는데 1순위가 KTX, 2순위는 새마을·무궁화·ITX청춘, 3순위는 경의중앙선이 포함된 전동열차, 4순위가 화물열차다.

경의중앙선 선로를 함께 이용하는 역 중 행신, 용산, 청량리역에 1순위, 2순위 열차가 모두 지난다. 조금 더 세분화하면 용산~회기 복선선로에 경강선 KTX,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 본선, 서울역발 DMZ-train, 용산발 ITX-청춘, 청량리발 무궁화호, 수도권 전철 경춘선, 중앙선 ITX-새마을, A-train(정선 아리랑열차), 기타 화물열차들까지 무려 9종류의 열차들이 지난다.

이중 1~2순위 열차가 조금만 지연되면 경의중앙선은 상위등급 열차를 대피한 다음 움직일 수 있다. 상위등급 열차가 교차하는 역이 노선 중 여러 곳 있으니, 그때마다 대피하고 출발하는 경의중앙선은 언제나 늦을 수밖에 없다.

다른 전철노선이 약 5~10분 간격으로 운영되고 있는 데 비해 경의중앙선은 평소 15~20분 간격으로 운영된다. 여기에 상위등급 열차를 먼저 보내느라 지연된 경의중앙선은 30~40분 간격으로 운영되는 상황이 매일 같이 일어나고 있다. 지연되는 동안 승객은 더욱 늘어나고, 승강장에는 발 디딜 틈도 없다.

올림픽은 열차를 더욱 늦게, 시민은 불편하게

평소에도 시민의 불편을 야기했던 경의중앙선의 운영에 불만이 더욱 고조된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개통된 경강선 KTX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올해 3월 23일까지 경의중앙선은 운행시간이 변경됐다. 변경이 자주 일어나 열차시간표가 수시로 변경, 공지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패럴림픽 기간에 증편된 강릉행 경강선 KTX는 앞서 설명한 이유로 인해 경의중앙선을 더욱 지연시켰다. 경강선 KTX는 올림픽 기간에 평소의 2배로 운영됐다. 평소에도 지연과 연착이 수시로 일어났던 경의중앙선의 지연은 더욱 심해졌다. 출퇴근이 집중되는 오전, 저녁시간에 경의중앙선 이용객들은 몇 분의 차이로 지각을 하거나 오래도록 서서 전철을 기다려야 했다.

올림픽을 관람하고, 개통된 KTX 덕에 강원도를 보다 쉽게 여행할 수 있던 점은 반가운 소식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경의중앙선을 통해 일상을 유지해야 하는 이용객들에게 올림픽 기간은 고통스럽게 다가왔다.

그런데다 경기도권의 경의중앙선 정차역들은 대부분 실외에 위치해 겨울에는 그 불편이 상당하다. 영하 20도에 가까운 날씨에 경의중앙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추위와 싸워야했다. 한파가 유난했던 겨울철 시민들의 불만은 폭주했다. 지난 12월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경의중앙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신청됐다. 해당 청원에는 5천명 이상이 참여했다.

준비가 부족했던 KTX 운영

같은 선로를 여러 열차가 동시에 사용한다는 점이 지연·연착의 주요 원인이지만, 부수적으로 미숙한 운영방식도 지연에 일조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 경강선 KTX 역사에서는 철도테러예방을 위해 보안검색을 실시했다. 경강선 KTX에 탑승하는 승객들은 모두 보안검색대를 거쳐야 했다.

그런데 검색대를 거치는 시간이 문제였다. 필자가 3월 2일 강릉역에서 서울행 KTX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당시, 탑승 2분 전부터 보안검색을 시작했다. 탑승을 기다리던 승객은 어림잡아 100명 가까이 됐는데, 2분 전부터 보안검색을 시작하니 역사가 매우 혼잡했다. 검색대를 거치고 가방을 검색하는 과정이 2분 안에 끝날 리 만무했다. 출발시간은 예정시간보다 3분 지연됐다.

KTX가 출발지점에서 3분만 늦어져도 열차들이 교차하는 역을 거치며 경의중앙선의 지연시간을 크게 늘어난다. 서울역에 도착한 뒤 공지됐던 경의중앙선 열차시간과 비교해보니 실제 전철은 예정시간보다 15분가량 지연되고 있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은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행사였고, 감동적인 경기가 연달아 열렸던 뜻깊은 국가행사였다. 경강선 KTX 개통이 강원도 여행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감동과 편리함이 경의중앙선 이용객의 일상에는 큰 불편으로 다가왔다는 점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이번 사례와 같이 열차가 개통, 증편될 경우 선로확장, 교차역의 혼잡도 해소 방안이 반드시 동반돼야 할 것이다.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