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국내여행 줄고, 해외여행 늘고… 원인은 어디에?

국내여행 줄고, 해외여행 늘고… 원인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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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은 줄어들고, 줄어든 만큼 해외여행은 증가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세종대학교 관광산업연구소와 여행리서치 전문 컨슈머인사이트에서 진행한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지난 14개월간 국내여행은 줄고, 해외여행은 늘었다.

지난 1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7 항공여객실적’에서도 늘어난 해외여행객의 수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해외여행이 늘어난 것은 항공사, 여행사 운영에 보탬이 되지만, 국내여행객을 상대하는 숙박, 요식업, 상인들에게는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소비자가 국내여행 대신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더불어 우리나라와 반대의 상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사례도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관광객

국내여행은 줄어들고 있고, 줄어든 만큼 해외여행은 증가하고 있다. 명절, 황금연휴 등 상황에 따라 국내여행은 소폭 증가하거나 감소하지만, 해외여행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세종대학교 관광산업연구소와 여행리서치 전문 컨슈머인사이트가 진행하는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서 지난 14개월(2017년 1월부터 2018년 2월)간 3개월 내 1박 이상의 여행 경험률을 분석했다.

올해 1월과 2월의 해외여행률은 28.6%로 작년 동기(26.0%)보다 2.6%p 상승했으며, 이는 지난 1년 사이에 10%의 증가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지난 1,2월의 국내여행률은 65.4%로 전년 동기(68.1%)에 비해 2.7%p 감소했다. 해외여행률 증가분 2.6%p와 거의 같은 크기로 국내여행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국내여행 대신 해외여행을 간 것이라고 인과관계를 가정할 수는 없지만, 국내여행 감소분만큼 해외여행 증가가 있었음은 명확하다.

여행 경험률 추이(2017.1월~2018년.2월) 출처 : 컨슈머인사이트

지난 1월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2017 항공여객 실적’에서도 증가한 국제여객 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국제여객 수는 5,099만 명(2013년)→5,678만 명(2014년)→6,143만 명(2015년)→7,300만 명(2016년)→7,696만 명(2017년)으로 2017년 국제여객 수는 전년대비 5.4% 증가했다. 국제여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곳은 일본(26%), 동남아(17.9%), 유럽(16.1%) 등이다. 국토교통부는 원화강세에 따른 해외여행 수요 증가와 저가항공사의 운항 확대를 그 이유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여행은 분명한 계기가 있다. 작년 2월, 5월, 8~10월에 높았고, 그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행률이 높았던 시점은 설날 명절(2월), 가정의 달(5월), 여름방학(휴가)·추석연휴(8~10월) 기간이다. 특이점은 8월의 75.7%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해 지난 2월까지 11.8%p 낮은 63.9%까지 떨어졌다.

현재로는 이런 하락세가 계절적 요인 때문인지, 아니면 여기에 국내여행의 지속적 하락세가 더해진 것인지 알 수 없다. 또한 내수 촉진을 위한 10일 간의 황금연휴가 추석에 있었고, 이때 해외여행률(30.2%)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여파로 국내여행이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여행 후 단기간 내에 다시 국내여행을 가는 것은 쉽지 않다.

국내보다 해외 선호, 원인은 ‘물가’

그렇다면 국내여행이 줄고, 해외여행이 늘어가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물가에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이용하면 항목별 소비자물가지수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여행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숙박료의 소비자물가지수를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연단위로 살펴봤다.

여행 시 주로 이용하는 호텔, 여관, 콘도 이용료의 가격변동을 연단위로 살펴본 결과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콘도이용료로, 2007년 64.84에서 10년 후인 2017년에는 104.73으로 61.5% 상승했다. 호텔이용료는 2007년 78.31에서 2017년에 105.13로 34.3% 올랐다. 여관이용료는 같은 기간 86.18에서 100.11로 상승했다.

국내 호텔·여관·콘도 숙박료 연간 증가 추이(2007~2017년)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항공료 역시 국제선보다 국내선이 많이 올랐다. 항공료도 국내선이 국제선보다 더 많이 올랐다. 국제항공료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07년 94.07에서 2017년 101.73으로 9.3% 상승했다. 이에 비해 국내항공료는 2007년 86.45에서 2017년 102.83으로 15.9% 상승했다.

국내·국제항공료 연간 증가 추이(2007~2017년)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이처럼 국내여행 물가 상승폭이 높아지면 관광객이 체감하는 국내여행의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숙박, 항공료 외에도 음식, 레저이용 등의 비용 역시 일정한 기준 없이 상승하고 있어 관광객은 발길을 해외여행으로 돌리고 있다.

해외여행 기피하는 일본, 국내여행 기피하는 한국

우리나라의 실정과 달리 젊은 층의 해외여행 수요가 지지부진해 여러 가지 지원책을 내놓는 곳으로 일본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19일 서일본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후쿠오카시는 2025년으로 예정된 후쿠오카 국제공항 활주로 증설을 앞두고 여권취득비 보조 등 청년층 해외여행을 지원하는 자체 정책 검토에 착수했다.

최근 해외에서 유입되는 관광객이 많아진 반면 젊은이들의 해외여행 수요가 워낙 지지부진해 국제선 확충이 여의치 않아서다. 특히 후쿠오카는 우리나라와 가까워 한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유입되는 관광객이 많은 만큼 출국하는 승객도 많아야 빈자리 없이 국제선 유지가 가능한데, 후쿠오카는 해외로 나가는 자국민이 적다는 것이다. 홋카이도와 미야자키현 등에서는 여권취득비, 해외 수학여행비를 지원한다.

일본 관광청은 지난 1월 청년층의 해외여행 기피현상을 막기 위해 전문가위원회를 만들어 정책 논의에 착수했다. 청년층의 수입이 줄고 일자리가 불안정해지면서 여행 인프라가 잘 갖춰지고 알뜰하게 다녀올 수 있는 국내여행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여행업계, 항공업계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여행 인프라가 잘 발달돼 있고 내수가 활발한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국내여행을 위한 인프라, 시설 구비와 서비스업의 명확한 가격체계가 없다. 그런데다 특별한 기준 없이 매년 급상승하는 여행물가는 국내여행을 기피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2017년 국제여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곳이 일본(26%)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요즘은 우스갯소리로 ‘돈 많으면 국내여행 가고, 돈 없으면 해외여행 간다.’고들 한다. 자녀가 어리고, 가족들과의 이동 조건 때문에 휴가철에 울며 겨자 먹기로 국내여행을 선택하는 이들의 한탄이다. 우리나라에서 해외여행이 늘고 국내여행이 줄어든 이유는 관광객의 허세나 허영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여행 기피현상이 체계적이지 못한 여행 인프라와 터무니없이 오르는 물가 때문이라는 점을 정부기관과 여행, 항공업계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