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담 증여와 해제

증여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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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저의 어머니(A)는 일찍 혼자가 됐고,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도 어린 저와 남동생(B)을 모두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결혼까지 시켰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현재 80대이시고, 지난해부터 건강이 좋지 못해 그동안 해오던 장사를 그만 두고 집에서 쉬고 계십니다.

저는 개인사정으로 얼마 전부터 일시적으로 어머니와 같이 살면서 어머니가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게 지내시는 것을 보게 돼 어머니에게 살고 계시는 이 사건 아파트로 주택연금에 가입해 편하게 생활하시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이미 지난해에 B에게 증여를 원인으로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었다고 했습니다. 그 당시 B부부가 어머니에게 돌아가실 때까지 매월 생활비를 드리겠다고 하므로 이를 믿고 증여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B가 처음 몇 달은 어머니에게 100만 원씩 생활비를 드렸으나 그 뒤로는 자신도 어렵다는 핑계로 지금까지 생활비를 드리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동생(B)을 불러서 어머니로부터 매월 생활비를 드리는 조건으로 이 사건 아파트를 가지고 갔으면 생활비를 드려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습니다. 그러자 동생은 어머니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받은 것은 맞지만 매월 생활비를 드리는 조건은 없었다고 하면서 아들로서 어머니를 모시는 것이 도리이지만 요즈음 자신도 너무 어려워서 생활비를 드릴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저는 동생이 어머니에게 생활비도 드리지 않고, 또 언제 이 사건 아파트를 처분할지 걱정이 돼서 어머니 앞으로 이 사건 아파트를 돌려놓고 싶습니다. 어머니께서 B가 생활비를 드리지 않는 것을 이유로 증여한 것을 해제하고, 이 사건 아파트를 되찾아올 수 있는지요?

답변 : A가 B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무상으로 증여한 것으로 보이고, 증여도 일종의 계약이므로 이를 해제할 수 있습니다. 증여자는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를 한 때, 증여받은 자의 일정한 행위가 있는 때,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변경된 때에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증여받은 자의 행위로 인해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경우는 증여받은 자가 증여자에 대해 ①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때 ②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 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않은 때 중 어느 하나의 행위를 한 때 입니다. 이때 해제의 원인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거나 증여자가 증여받은 자에 대해 용서의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해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증여자의 재산상태변경은 증여계약 후에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해 증여자의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를 말합니다.

그런데 앞서의 증여계약의 해제는 앞으로 재산을 증여할 의무는 없어지나 이미 이행한 부분(소유권이전등기등)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A가 B에 대해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 B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을 이유로 이 사건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는 있으나, B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되찾아 올 수는 없습니다.

한편 부담부증여는 증여를 받는 자가 증여를 받는 동시에 일정한 채무를 부담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증여입니다. 부담부증여에 있어서는 증여받은 자가 그 부담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자는 증여받은 자에게 의무이행을 최고하고, 그래도 의무이행이 없으면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부담부증여의 경우에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A가 B로부터 생활비로 매월 100만 원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증여를 했다면, A는 B에게 생활비지급을 최고하고 그래도 의무의 이행이 없으면 증여계약을 해제하면서 이미 이행한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에서 나타난 사실만으로는 부담부증여계약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차선책으로 동생으로부터 앞으로 어머니에게 매월 일정액의 생활비를 드리고, 어머니의 생전에 이 사건 아파트를 처분하거나 담보를 설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아 두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상담 / 전극수 변호사

제26회 사시합격, 숭실대학교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