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슬라이드 여행도 편히 못하는 ‘몰카 천국’의 실태

여행도 편히 못하는 ‘몰카 천국’의 실태

공유

올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민감했던 이슈에는 매년 반복되는 바가지요금과 함께 ‘몰카 범죄’가 포함돼 있었다. 매년 휴가철이면 휴가지에서 여성의 신체 일부를 촬영하거나, 수영복과 노출 있는 의상을 몰래 찍어 올리는 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올해도 크게 다를 바 없는 여름이지만, 몰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때라 여느 때보다 정부 차원에서 단속이 강화됐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몰카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영복을 입은 모습이 범죄의 표적이 될까봐 해수욕장보다 실내 수영장이나 해외여행을 선호한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빈틈이나 카메라를 설치할 만한 구멍을 메워야 하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같은 우려 속에서 몰카로 사용할 수 있는 장비와 유통경로는 점점 발달하고 있다. 몰카에 한층 더 민감했던 휴가철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몰카 천국’인 우리나라의 실태를 살펴봤다.

해마다 ‘몰카 범죄율’ 승승장구

해마다 여름철이면 여성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하는 ‘몰카’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여름철 피서 인파가 집중되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서는 2017년 한 해 동안 13건의 몰카 범죄가 적발됐다. 적발된 건수만 13건이니 들키지 않은 경우를 고려하면 적은 수는 아니다.

한 장소에서만 적발 건수가 이렇다면 전국의 몰카 범죄율은 어떨까?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범죄통계DB에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의 발생, 검거 건수를 확인해 봤다.

2011년도에는 해당 범죄의 발생건수가 1,535건, 검거건수가 1,344건이었다. 5년 뒤인 2016년 해당 범죄의 발생건수는 5,170건, 검거건수가 4,891건으로 약 3.4배 늘어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몰카 범죄의 발생이 최대치를 찍은 해는 2015년으로 발생건수가 무려 7,615건, 검거건수가 7,430건이었다.

경찰의 점검과 단속에도 몰카 기술은 일취월장

몰카 범죄가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자 경찰청은 지난 7월 25일 브리핑을 통해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총력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여성대상범죄에 대응하는 부서를 만들어 범죄 발생 시 즉응체계를 이루고 현장점검과 피해자 보호 등을 강화하겠다는 뜻이었다.

각 지방 경찰청에서도 피서철을 앞두고 단속을 강화했다. 부산 경찰청은 전파 탐지기와 렌즈 탐지기 등 전문 탐지장비를 통원해 공중화장실을 탐지했다. 전파 탐지기는 옷이나 가방 안에 숨겨놓은 카메라도 찾아낸다. 대전시도 몰카 범죄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에 따라 몰카 탐지장비 160대를 설치하고 상시 점검에 나섰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몰카 범죄를 다스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술의 발달로 촬영기술과 변형 카메라가 다양해지고 구입과 사용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중국에서는 사진, 동영상 촬영과 실시간 업로드가 가능한 스마트안경이 출시된 바 있다. 일반 안경과 외관상 차이가 없는 이 안경은 몰카 범죄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현재 정상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또한 대형 전자상가를 중심으로 라이터, 보조배터리, USB 등의 형태로 변형한 카메라가 합법적으로 팔리고 있다. 변형카메라는 전파관리법상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적합성 평가만 거치면 인증 제품이 된다. 겉으로 봤을 때 카메라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불법촬영에 악용할 여지가 있는지 등을 확인해 인증을 제한하는 절차는 없다.

변형카메라 인증을 담당하는 국립전파연구원은 “전자파가 발생하는 장비가 국가기술표준에 적합한지를 판단할 뿐 장비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리하는 건 전파법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몰카 범죄에 필요한 장비를 국가에서 인증하고, 그로 인한 범죄를 다시 국가가 단속하는 셈이다.

게다가 지난 8월 초 휴가 중에 시내버스에서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의경이 적발돼 영창 처분과 함께 타 부대로 전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비록 군인의 신분이긴 하나 경찰청장이 선발해 전환 복무된 의무경찰이 몰카를 촬영한 점은 몰카 범죄가 소속과 신분에 관계없이 얼마나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몰카를 피해 국내에서 해외로

몰카에 찍힐까 불안한 마음으로 휴가를 즐기고픈 사람은 아무도 없다. 수영복을 입은 모습이 몰카의 표적이 될까봐 많은 여성들이 점차 해수욕장보다 호텔 수영장이나 해외여행을 선호하고 있다. 숙박업소도 몰카의 영역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국내여행에 대한 신뢰도는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해수욕장 이용객도 당연히 줄고 있다. 제주도청에서 집계한 도내 지정해수욕장의 이용객은 2016년 4,008,830명이었다. 그런데 몰카 범죄로 떠들썩한 이슈가 연일 발생한 2017년 제주도 해수욕장 이용객은 2,788,309명이었다. 2018년 이용객 역시 상승세가 기대되진 않는다.

몰카 범죄는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관광객을 상대하는 상인들에게는 불황을 선사한다. 단순한 호기심, 성적 욕구와 유통을 통한 수입을 기대하며 촬영하는 몰카는 타인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지대하게 미친다. 또한 몰카를 촬영하다 적발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되며 신상정보등록과 공개 및 고지, 취업제한 등 보안처분이라는 부수처분이 뒤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중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의 발생건수. 출처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범죄통계DB

무엇보다 단속과 처벌이 이뤄지고 있지만 변형된 카메라의 개발과 유통을 방지하지 못하는 정부의 행태는 소 읽고 외양간만 고치는 격이다. 휴가철마다 경찰이 점검과 범죄예방을 위해 아무리 땀흘린다한들 변형카메라가 버젓이 유통되고 이용되고 있다면 아무 소용없다. 경찰과 몰카 장비 관련 기관들의 체계부터 점검해야 할 것이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