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전통과 현대가치가 공존하는 ‘계룡’ 여행

[계룡시 트래블] 전통과 현대가치가 공존하는 ‘계룡’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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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사계절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계룡이다. 계룡 신도안은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고 수도로 삼으려고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계룡시는 2003년 9월 19일 전국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시로 개청했다. 작은 시로 시작했지만, 관광자원이 무궁무진한 곳인 계룡으로 자연과 역사, 현대가 공존하는 아름다움을 느끼러 떠나보자.

우리나라 4대 명산, 계룡산

계룡산은 풍수지리에서도 우리나라 4대 명산으로 꼽힐 뿐 아니라, 관광지로도 인기가 많아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특히, 계룡 팔경은 경치가 아름다워 많은 관광객이 찾아든다. 계룡산은 멀리서 보면 평범한 여느 산과 그리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그곳에 가서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운 골짜기와 바위, 나무를 둘러보게 되면 그 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다. 산봉우리가 줄지어 날카롭게 솟아 있고, 깎아지는 듯한 낭떠러지와 울창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곳곳의 깊디깊은 골짜기와 그 골짜기에서 흐르는 쪽빛 내와 한데 어울려, 뛰어난 경치를 이뤄 놓았다.

계룡산 주봉인 천왕봉은 높이 845.1m로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지만, 시내에서 보면 선뜻 이마에 닿을 듯 솟아 있어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향적산 국사봉

천왕봉을 중심으로 해서 동쪽으로는 관암산 시루봉 등이, 서쪽으로는 향적산 국사봉이 둘러싸여 마치 산과 언덕이 병풍처럼 감싸 안고 계곡마다 맑은 물이 도랑을 넘치게 흐르고 있다.

향적산 국사봉은 계룡산 동쪽 봉우리로 해발 574m이며 계룡시 엄사면과 논산시 상월면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계룡산을 향해 왼쪽으로 연천봉 능선, 오른쪽으로는 천왕봉 능선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계룡산을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비들의 스승 김장생 선생 사계고택

▲사계고택

한옥의 멋과 사계의 삶과 학문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조선 중기 예학의 태두인 사계 김장생 선생이 계축옥사로 인해 계룡에 낙향한 후 남은 여생을 후진 등을 양성하며 말년을 보낸 곳, 바로 ‘계룡 사계고택’이다. 조선 중기(1602)에 건립된 건물로써 3천여 평 넓은 대지 위에 10여 채 기와집과 정원, 연못이 있는 광산 김씨 종갓집으로 오래된 나무들이 많고 고풍스럽다.

사계 김장생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유학자로 스승인 율곡 이이의 사상과 학문의 정수를 이어받아 예학의 최고봉을 이룬 한국 예학의 으뜸 인물이다. 그는 사계고택에서 우암 송시열, 동춘당 송준길, 초려 이유태, 신독재 김집 등 당시에 내로라하는 후진 등을 양성했다.

사계고택에 가면 현판과 함께 입춘대길이라는 글씨가 먼저 반겨준다.

계룡 사계고택은 충남 기념물 제190호로 지정됐으며 사계고택에는 사계의 생애와 학문을 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는 영상관, 사계의 삶과 학문을 배우는 학습관이 있다. 또 학생들에게 예절을 알려주는 예절관과 체험관이 있어 예절의 형식과 역사 의미를 모두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사계절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지만 특히 4~5월경 곳곳에서 흐드러지게 피는 철쭉은 우아한 사계고택에 아름다움을 더해 줘 빼어난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역사와 함께 걷는 트래킹 코스 사계 솔바람 길

▲왕대산 사계 솔바람길

사계고택을 구경한 뒤 계룡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마련돼 있다. 사계고택 뒤로는 왕대산을 배경으로 ‘사계 솔바람 길’을 조성했다. 사계고택(은농재)을 출발해 왕대산 입구→ 모원재 입구 → 왕대산 정상 → 쉼터바위 → 두계터널 → 사계고택(은농재)으로 이어지는 약 3km의 트래킹 코스를 걷다 보면 자연과 역사가 하나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코스는 완만한 길과 경사진 길이 적당히 조성되어 있으며, 왕대산 정산에는 사계 선생의 학문은 물론, 허씨부인 설화이야기 등 10여 개의 설명판이 설치돼 사계 선생의 삶과 역사의 흔적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조선의 궁궐터, 신도내 주초석

▲신도내 주초석

한반도의 중심, 서울. 조선 건국 이래로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가 아니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조선의 도읍 예정지가 원래 서울, 그러니까 한양이 아니었다. 뜻밖에도 태조 이성계가 애초에 조선의 도읍으로 점찍은 곳은 충청남도에 따로 있었다. 계룡산 기슭에 자리한 신도안(新都內)이다.

신도안에는 과거 조선 왕궁의 공사가 진행됐음을 보여 주는 초석들이 남아 있는데, 현재 그 부지에는 육군·해군·공군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가 들어서 있다.

이성계가 조선 건국 후 계룡산 남쪽 신도안을 천도 후보지로 정해 1년여간 많은 사람을 동원해 궁궐공사를 위해 목재와 석재 등을 운반하다가 중단했다. 이때 대궐터 앞에 주춧돌로 쓰려고 가져다 놓은 주초석 115개가 남아 1976년 충청남도 지방문화재로 지정·보존되고 있다.

조선의 중심이 되지는 못했지만, 신도안은 이후로도 끊임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조선 시대의 민간예언서<정감록鄭鑑錄>에 정 도령이 이곳에 새로운 왕조를 세운다는 설이 등장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자신이 그 정 도령이라며 계룡을 찾는 사람들이 적잖이 있었을 정도라니, 이곳이 무언가 신비한 기운을 품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궁궐공사의 규모를 알 수 있는 흔적으로 신도안면 용동리에 당시 인부들이 짚신에 묻은 흙을 한곳에 털어 봉우리가 되었다는 ‘신털이봉’이 있으며, 대궐공사 당시 인부들에게 팥죽을 쑤어 허기를 달랬다는 유래가 전해지고 지금도 해마다 팥거리축제가 이곳 주민들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지난해 ‘팥거리 축제’

팥거리축제는 매년 11월경 지역에 전래돼 내려오는 팥거리의 유래와 의미를 되새기며 팥죽, 팥부꾸미, 팥시루떡 등 전통음식과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자 매년 11월경 계룡시청 새터산공원에서 개최되고 있다. 계룡시 ‘팥거리’의 유래는 예로부터 두마면에 있는 밭은 팥, 콩, 녹두 등의 재배가 잘 돼 ‘팥거리’, ‘팥가리’라 불렸으며, 조선 초기 신도안의 대궐공사가 한창일 때 부역하는 인부들에게 팥죽을 팔았다고 해‘ 팥죽거리’라고 했다.

유서 깊은 공원, 괴목정

▲괴목정

힐링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공원 괴목정을 추천한다. 계룡시 신도안면 용동리에 있는 유서 깊은 공원으로 사람들이 이곳에 앉아 신선객 이야기를 하다가 나무를 골라 심곤 했는데 되는대로 땅에 꽂은 나무가 모두 괴목이었다고 한다.

또한 태조 이성계가 신도안을 도읍지로 정하고 주변 형세를 살필 때 무학대사가 이곳을 지나다가 지팡이를 무심코 꽂아 놓은 것이 나무가 돼 지금까지 살아 큰 괴목이 됐다고도 한다. 그 괴목이 정자 같은 구실을 한다 해 괴목정이라고 부른다고 전한다.

무궁화학습원이라고도 불리는 괴목정은 곳곳에 핀 무궁화가 여유를 즐기러 온 사람들을 환하게 반겨준다. 초롯빛, 빨간빛이 어울린 괴목정은 그 어느 장소보다 아름답다.

괴목정 주변으로 넓은 공원이 잘 가꿔져 주말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가 많다. 산책하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여럿 마련돼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함께하기 좋다.

길고 쭉 뻗은 소나무도 많아 소나무 숲으로 조성돼 있어 여름에는 그늘이 필요할 때 안성맞춤인 곳이다.

계룡산도 식후경. 계룡의 멋을 느꼈다면 맛으로 입을 사로잡아 보자.

▲계룡 물엿
▲계룡 마음자리 된장
▲계룡 신도안 쌈채

계룡시의 특산물로는 계룡산 엿류와 전통 장류, 양봉류, 무공해 쌈채, 딸기, 토마토 등이 있다. 계룡산의 청정밀원지역에서 자생하는 아카시아, 밤, 찔레꽃, 족제비싸리 등 많은 꽃에서 고품질 꿀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 쌀, 엿기름을 원료로 고아낸 계룡산 엿은 전통의 맛을 이어가고 있다. 장류는 순수 100% 국내산 콩만을 이용해 옛날 비법 그대로 담근 된장을 3년 이상 옹기에 숙성시켜 깊은 맛이 나고 장에 좋은 청국장을 담가 감칠맛과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계룡산 자락 지하 100m 암반수를 사용해 재배한 무공해 쌈채 역시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그린 음악을 이용해 재배하고 있다.

청정한 먹거리와 힐링의 명소가 많은 계룡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보자.

황정윤 기자 hj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