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전종식의 힐링 태국 골프여행

[해외트래블] 전종식의 힐링 태국 골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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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운동도 잘하잖아”

어릴 때부터 공부도 잘 하는데다 운동도 잘 하는 친구가 부러웠다. 나는 할 수 있는 구기운동이 많지 않다. 야구, 당구는 숙맥이고 축구도 보는데 만족한다. 1997년에 직장 동료들의 권유로 처음 입문한 골프는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핸디는 90대 중반이다. 골프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병철 회장의 넋두리처럼 잘 해 보려고 연습도 해보았으나 쉽지 않았다.

해마다 10월~11월에 맞추어 고등학교 동기들끼리(일부는 부부동반으로) 태국에 골프여행을 가는데 올해로 7년째다. 한국인이 경영하는 로얄 라차부리 C.C(사진 1,2,3,4,6,8)인데 방콕공항에서 서쪽으로 130Km에 위치하며 차량으로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곳이다. 1995년에 완공된 이후 수차례 태국 PGA대회를 개최했으며 태국 내 260개 골프코스 가운데 10대 골프코스로 인정받고 있다. 태국 내에 몇몇 골프장(람차방, 시암. 부라파, 세인트앤드류스, 왕짠)을 가본 경험에 비춰 보면 대부분 양잔디라 골프를 치기가 쉽지 않은데 로얄 라차부리 C.C 잔디는 국내 잔디와 유사한 ‘버뮤다 잔디’라 한국인이 적응하기 쉬우며 자연경관, 페어웨이, 그린 상태가 양호하고 골프텔(5,7)도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이곳 골프장의 백미는 음식(9,10,11,12,13)이라고 한다. 대표인 박희선 부부가 9년 전 어렵게 이곳에 정착한 후 제일 먼저 공을 들인 것이 음식이다. 골프보다 음식으로 힐링을 시켜 드리자는 신념으로 신선한 재료를 국내에서 직접 가져오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도록 현지 직원을 교육했다. 지금은 식사 때 이곳이 태국인지 한국인지 모를 정도이고, 음식 불만 제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필드가 18홀인 점은 아쉬웠다.

태국은 19세기 유럽 열강의 압박 속에서도 식민지의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기에 국민들의 자존심과 긍지가 높고 지정학적으로는 열강들의 완충지대에 위치하여 동남아시아의 맹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몇 번의 태국 여행 경험에 비추어보면 다소 영악해진(?) 우리나라와는 달리 불교의 윤회관을 가지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국민들이 사는 나라로 인정하고 싶다.

▲골프텔 앞에서(오른쪽 첫번째 필자)

10월 19일 오후 8시 40분 부부 4팀과 남자 4명으로 구성된 우리 팀은 대한항공 661편으로 김해공항을 이륙, 5시간 30분 비행 후 방콕 수완나폼 국제공항(17)에 착륙해 버스로 2시간 걸려 골프텔에 도착했다. 3시간쯤 눈을 붙였다가 7시에 Tee off 했으나, 아직 우기라 그런지 아침부터 비가 내려 첫 홀 돌고 포기했다가 2시간 휴식 후 라운딩을 재개했다. 해외원정 경기 중 최다 홀을 돌아보기로 작정하고 매일 36홀씩 7일간 252홀을 돌 요량이었으나 우천으로 첫날부터 27홀로 마무리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둘째 날도 아침까지 비가 내려 뒤늦게 Tee off해 27홀로 마무리했다. 골프화가 젖어 불편했는데 우기에는 예비로 골프화를 1켤레 더 준비 하는 것이 좋겠다. 아침저녁으로는 26~27℃로 에어컨을 켜지 않고 취침했으나 한낮에는 33~34℃ 정도로 살짝 더웠다. 셋째 날부터 대체로 날씨가 좋아 매일 36홀 라운딩을 할 수 있었다.

6일째 우리 팀 내 여성 3분이 같은 조로 경기를 했는데 라운딩 중 일어난 에피소드가 있다. 파3홀에서 대기하면서 휴식을 취하는데 원숭이가 일행 중 한분의 손가방을 들고 나무위로 올라가 손가방 주인이 놀라 의자에서 넘어지고 옆 팀 남자가 와서 일으켜 주었다고 한다(알고 보니 영화배우 왕빛나의 아버지였다). 나무 위로 올라간 원숭이는 손가방을 열어 못 먹는 것을 확인하고 차례대로 립스틱과 선크림을 던지고, 지갑을 던졌는데 호수 쪽으로 던지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캐디가 바나나로 원숭이를 유인하니 손가방을 나뭇가지에 걸쳐놓고 내려와서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는 동안 장대로 손가방을 회수했다. 그날 저녁 식사시간에 왕빛나 아버지가 우리 테이블로 와서 맥주 4병을 희사했고 이곳 로얄 라차부리로부터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드래곤 힐스 C.C를 소개해 주면서 반반씩 이용하면 좋을 거라고 해서 다음에 참고키로 했다.

마지막 날 오후 짬을 내어 이곳 골프장 박희선 대표를 만나 계획을 들어보았다. 내년 초가 되면 이곳에 온지 만 9년이 되는데 9홀 추가 증설(비용 33억 원) 문제도 그때 결정 하겠다고 한다. 비수기에 찾아준 우리 팀에 거듭 고맙다는 인사였다. 현재 운용 중인 골프텔의 개수가 114개인데 성수기를 대비해 추가 증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꽃다운 중년을 타국에서 보낸 것은 아쉬우나 이 정도라도 성공한 것에 뿌듯해 하며 오늘도 한국의 로타리 모임에서 17명이 오는데 과일상(14,15)도 준비하고 돼지 바비큐(16)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라차부리 시내까지는 약 10km로 15분 거리이며, 주위에 가볼 만한 곳으로는 깜남락 야시장, 박쥐동굴 야시장, 반딧불사원, 칸차나부리에 있는 ‘콰이강의 다리’ 등이 있다. 7박 9일 동안 지출한 비용은 130만 원 정도였다.

┃대한항공 왕복항공권 : 42만 원

┃10월 초에 사전 송금한 현지 체류비 : 41만4천 원 (1일 체류비 5만 원 × 7일, 송영비 5만 원, 세탁비 2천 원 × 7일)

┃개인비용 : 45만 원

글·사진 _ 전종식(전 외환은행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