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세계적인 관광 도시 스위스

[해외트래블] 세계적인 관광 도시 스위스

공유

알프스, 치즈 그리고 나

 

“여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지금 고개를 들면 바라볼 수 있었던 새하얗게 눈이 덮인 알프스의 설산(雪山)과 발을 담그고 놀았던 에메랄드빛 아레강(Aare)이 그립다.”

 

▲ 베른의 노천 카페, 스위스 관광청 제공

어린 시절 꿈이 세계 여행이었던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초석으로 유럽여행을 계획했다. 스위스,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벨기에까지 200여 나라 중에 일곱 나라이지만 한 달이라는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나라를 다니는 것이 처음이라 무섭기도 했고 여행에 대한 의욕과 흥미도 넘쳤다. 가기 전 영국에서 지내던 나는 계획을 짜기 위해 SNS로 친구와 연락을 하면서도 더 구체적인 일정을 위해 여행을 떠나기 전 프랑스 마르세유에 있는 친구 집으로 향했다.

인터라켄 : INTERLAKEN

▲ 인터라켄 전경, 스위스 관광청 제공

친구와 여행 계획을 다 짜고 난 후 첫 번째 행선지는 스위스로 결정됐고 스위스의 유명한 관광 도시인 인터라켄으로 떠났다. 처음 도착한 스위스는 작은 병정들이 사는 깨끗한 장난감 마을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인터라켄은 스위스 중부에 위치한 도시로 알프스산맥 연봉을 우러러볼 수 있는 경승지이며 피서지다. 인터라켄이라는 지명은 호수의 사이라는 뜻으로 실제 툰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 사이에 자리하고 있으며 하이킹, 트레킹, 스키 등 산에서 즐길 수 있는 레포츠가 활성화된 곳이다.

인터라켄 기차역에서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인터라켄 백패커스 빌라 소넨호프(Backpackers Villa Sonnenhof)로 기차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로 짐이 무겁다면 버스 이용을 추천한다. 방은 6인 도미토리였는데 스위스에 있는 한국인을 다 모아놨나 싶을 정도로 한국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대명리조트’라고 불린다. 유럽여행을 시작함에 있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도 하고 여행정보들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혹시 한국인이 많은 숙소가 싫다면 피하자. 숙소에 올라가 짐을 풀고 창밖을 바라보니 영화에서 본 듯한 풍경이 눈앞에 놓여 있었다. 스위스 건축 양식의 건축물들, 우거진 숲과 저 멀리 보이는 설경까지 그림의 한 폭이고 절경이다. 숙소에만 있어도 행복했다. 창틀 사이로 들어오는 무해할 것만 같은 시원한 바람과 펼쳐져있는 풍경은 아무 데서도 볼 수 없는 스위스만의 것이었다.

▲ 인터라켄 풍경, 스위스 관광청 제공

그래도 여행을 왔으니 밖으로 나왔다. 인터라켄은 조용한 동네였고 길거리를 걷는데 나와 친구밖에 없었고 인터라켄 서쪽 역 주변으로 향했다. 시계로 유명한 도시라 시계 가게들이 많이 보였고 스위스 가면 꼭 사야 하는 맥가이버 칼 판매점과 스위스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라끌렛(racleltte) 레스토랑도 보였다. 스위스 물가가 궁금해서 마트를 구경했는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그래서 치즈, 햄, 빵, 콜라를 사서 강변에서 샌드위치를 간식으로 먹었다. 그리고 아레강 물줄기를 따라 걷기를 반복했다. 아레강은 우리나라 바다와 비슷한 에메랄드빛을 띄고 있었고 그 뒤로 보이는 산에 둘러싸인 초록빛 마을은 잘 어울렸다. 한참 마을을 구경을 한 뒤에야 숙소로 돌아갔다.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이 다 같이 바비큐 파티를 하자고 해서 파티를 하면서 맥주 한 잔 들이켜고 스위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미리 사두었던 융프라우로 가는 티켓을 가지고 기차역으로 갔다. 기차를 갈아타기도 해 융프라우에 도착하기까지 약 2시간이 걸렸다. 스위스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창밖만 바라보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대부분 평지로만 다녀서 풍경만 구경하느라 바빴는데 융프라우행 열차는 지대가 높은 곳을 오르기도 하고 지대가 낮은 곳은 내려가기도 해서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또한, 지대가 높다 보니 귀가 멍멍해져 일부러 하품도 하고 하니 어느새 융프라우에 도착했다.

▲ 융프라우 열차, 스위스관광청 제공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저지대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강력한 추위가 느껴졌다. 평지에서는 따뜻했다고 눈이 녹지 않는 고지대의 알프스를 과소평가했다. 절대 옷을 꼭 껴입고 가자. 딸랑 바람막이를 입고 간 필자는 추위에 벌벌 떨면서 풍경을 즐겼다. 그래도 눈이 내린 산의 풍경은 정말이지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스위스 국기가 꽂혀있었는데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니 마치 에베레스트산이라도 직접 등정한 기분을 느꼈다. 현실은 가만히 앉아서 기차를 타고 올라갔지만, 기분이라도 내니 좋았다. 친구와 함께 새하얀 설원 위에 ‘엄마 아빠 사랑해요’를 손으로 적어보곤 했다. 괜히 외국 가니 감성이 충만해지고 가족이나 친구들이 더 그리웠다. 그리고 컵라면을 무료로 제공해주는데 내가 발을 내딛고 있는 곳이 스위스인지 한국인지 대명리조트에 이어 두 번째로 잠시 헷갈렸다. 그래도 맛나게 먹었다. 역시 산에서 먹는 라면이 최고다. 융프라우에 있는 얼음 동굴과 린트 초콜릿 매장 등 볼거리도 있었다. 린트 초콜릿은 한국에서도 살 수 있는데 한국보다 더 싼 가격에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베른 : BERN

▲ 상공에서 본 베른, 스위스관광청 제공

인터라켄과 융프라우를 뒤로하고 베른으로 넘어왔다. 베른은 스위스의 수도로 구시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인 곳이다. 취리히, 루체른, 제네바 등 스위스의 명성 높은 도시들이 즐비하지만,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는 베른이 유일하다. 베른도 인터라켄에서 본 아레강이 흐르고 있다. 스위스의 수도라서 사람들이 북적북적했고 유럽의 다른 도시보다 깨끗했다. 독일과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독일은 발전된 첨단 도시 느낌이었다면 스위스는 발전된 첨단 도시에다 어딘가 모르게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 베른 분수, 스위스관광청 제공

도착하자마자 스위스 친구 2명을 만났다. 이 친구들은 영국에 있을 때 만난 친구들인데 스위스로 여행을 간다고 하니 구경을 시켜주고 싶다고 말했었다. 외국 여행을 다니다보면 괜히 움츠러들 때도 있었는데 현지인 친구가 있으니 마음이 편하고 걸음도 당당해졌다. 점심시간이라 레스토랑이 많은 코른하우스 광장(Kornhaus Platz)으로 안내했고 가는 길에 스위스의 국회의사당, 연방 청사, 국립은행을 구경하며 같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코른하우스 광장의 식인귀 분수(Kindlifresserbrunnen) 옆에 있는 앵커 레스토랑(anker restaurnat)에서 식사를 했다. 스위스 음식점이었으며 스위스 대표 음식인 뢰스티를 먹었다. 뢰스티(rösti)는 생감자 또는 익힌 감자를 갈아 둥글게 부친 가정식 요리로 내가 시킨 뢰스티는 감자, 햄, 치즈에다가 계란프라이가 올려져 있었다. 역시 감자+햄+치즈+계란프라이 조합은 실패하지 않는다. 꿀맛이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마트 물가와는 완전히 딴판이었고 스위스 물가가 살인적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뢰스티 하나가 3만 원 정도였고 우리나라에서 2천 원인 콜라가 6천 원 정도였다. 콜라값이나 물값이 아깝다면 레스토랑에 탭 워터를 달라고 하면 된다. 탭 워터는 수돗물인데 유럽은 수돗물을 그냥 마시니 맛도 나름 괜찮다. 하지만 석회수 물이 찝찝하다면 사 먹는 걸 추천한다. 배를 채우고 친구들이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해서 아이스크림 가게로 갔다. 제일 싼 아이스크림이 6프랑 정도였는데 그걸 하나 시키고 스위스 친구들은 30프랑 짜리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30프랑이면 거의 3만 원이라 밥값이랑 비슷한데 좀 컬처 쇼크였다. 스위스 물가가 확실히 비싸다는 것을 또 체감했다.

후식으로 입가심을 하고 아레강 위로 나있는 다리로 갔다. 다리 밑으로 시원하게 흐르는 연한 에메랄드빛의 강과 강변을 따라 보이는 나무, 집들은 잘 어울렸으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다리 아래에는 ‘곰 공원’이 있었는데 동물원에 가 본 지 오래돼서 살아있는 곰을 오랜만에 봤다. 곰 공원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시멘트 바닥의 좁은 울타리 안이 아닌 사파리처럼 자연적으로 조성을 했다. 친구는 ‘베른(bern)’이라는 지명이 ‘곰(bear)’에서 유래돼 상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도시 곳곳에서 곰 문양이나 곰 동상을 자주 마주했었다. 시원한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잠시 쉬어가면서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친구는 한여름이 되면 이 강에서 수영도 한다고 말해줬다. 친구들을 보면서 스위스 사람들은 자연과 공생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으며 신기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 베른의 장밋빛 노을, 스위스관광청 제공

아레강을 충분히 느끼고 장미공원(rosengarten)으로 올랐다. 장미공원은 베른 시내 외곽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아레강 너머의 베른 구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관광명소다. 또한 해가 질 무렵에는 도시 전체가 장밋빛으로 물들며 절경을 이룬다. 해질녘 풍경이 공원의 이름을 짓는데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공원에는 꽃도 많았고 군데군데 조각상도 있어서 눈요기할 거리가 많았으며 아이스크림 가게와 레스토랑이 있었다. 공원에 레스토랑이 있는 줄 알았으면 베른을 내려다보며 식사를 했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베른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스위스는 도시적인 느낌과 목가적인 느낌이 한 데 어우러져 있는 곳이었다. 처음 베른에 도착했을 때 수도치고는 개발이 덜 됐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행을 끝내고 되돌아보니 스위스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한 나의 편협한 시각이었다. 서울이나 부산 같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기준으로 다른 공간을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한국에는 있는데 왜 여긴 없지 불편하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여기는 스위스니까 이런 점이 다르구나’라고 느끼니 나의 여행은 이전보다 더 풍요로워졌다.

전세리 기자 jsr@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