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슬기로운 집콕생활, 사회적 거리두며 집에서 노는 다양한 방법

슬기로운 집콕생활, 사회적 거리두며 집에서 노는 다양한 방법

달고나 커피, 홈트, 온라인 공연중계 등 코로나19가 낳은 이색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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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 되고 있는 지금,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4월 중순까지 2주 더 연장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봄이 무르익을수록 나들이 가고 싶은 욕구도 점점 커지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명 ‘슬기로운 집콕생활’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사회적 자가격리’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인스타그램 검색란에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입력하면 5,000개가 넘는 포스트가 나타난다.

그중 ‘달고나 커피’는 관련 게시물만 수만 개에 달할 정도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다. 인스타 해시태그도 12만 건이 넘는다.

‘달고나 커피’는 지난 1월 KBS 2TV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배우 정일우가 마카오를 방문했을 때 처음 소개됐다. 달고나 커피는 커피 가루, 설탕, 뜨거운 물을 섞고 수백 번 휘저으면 거품처럼 부풀어 오르는데, 이를 우유에 타 먹는 음료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당도가 높고 단순 노동으로 무료함을 달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튜브에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달고나 커피를 만드는 브이로그 영상을 올렸다. 한국을 시작으로 해외 유튜버들도 달고나 커피 유행에 동참했다. 영국 BBC도 보도를 통해 “한국의 달고나 커피(Dalgona coffee)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보이는 것처럼 쉬울까?”라며 직접 달고나 커피를 만들어 본 후기를 전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달고나 커피’는 1월 말부터 시작해 2월 말까지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고도 전했다.

한 누리꾼은 “근육통이 생길 정도로 달고나 커피를 만들면서 이게 뭐라고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어서 웃음이 나왔지만, 요즘 유행하는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즐거웠다”고 전했다. 달고나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코로나가 불러온 집콕생활의 무료함을 공감하는 소셜 현상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새롭게 아날로그한 취미를 가지게 된 사람들도 생겨났다. 시작은 마스크 만들기였다. 공적마스크가 공급되기 전, 직접 재단해서 마스크를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눠주거나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부하기까지 했다. 필요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참에 재봉틀을 구매해서 본격적으로 취미생활로 만드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집에 있는 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기 위해 뜨개질을 시작하거나 악기를 독학으로 배우는 사람들도 있다. 집콕생활을 하며 마크라메(굵은 실이나 가는 끈을 나란히 하여 손으로 맺어 무늬를 만들거나 장식품이나 실용품을 만드는 수예)를 만들기 시작한 한 누리꾼은 “가만히 있으면 TV만 보거나 스마트폰 게임만 하는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계기를 전했다.

어린이집·유치원 휴원, 초등학교 개학 연기 등으로 아이들을 가정에서 보육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육아맘들은 생필품만큼 아이들의 장난감과 책이 중요한 생존품이 됐다. 함께 놀 수 있는 보드게임, 홈 베이킹 재료, 함께 만들 수 있는 요리재료 등 고단한 육아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도구는 필수다. 가장 만만한 도구는 택배상자다. 온라인 배송으로 집안에 쌓여가고 있는 택배 상자를 재활용해 그림그리기, 만들기, 박스 통과하기 등과 같은 놀이를 시키는 것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집에서는 놀이처럼 할 수 있는 교구를 사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교육용 만화 전집도 인기다. 과학 학습 만화 전집, 역사 전집 등을 대여해주는 업체도 있어 아이들은 만화로 된 교육서를 보면서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미세먼지도 적은 청명한 나날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야외보다는 집에서 캠핑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거실에 텐트를 치고 캠핑 의자와 코펠 등 캠핑용품 몇 개를 꺼내놓고 캠핑 기분을 내다보면 아이들도 기뻐한다. 해먹의자만 거실에 설치해도 색다른 기분을 낼 수 있다. 내친김에 베란다 인테리어에 나선 사람들도 있다. 베란다에 나무 바닥재를 깔고, 봄맞이 화분을 들여서 휴양지 공간으로 꾸몄다. 한 누리꾼은 본인의 인스타를 통해 온라인 집들이 사진을 올리면서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데 가지 못하는 마음을 담아 집을 휴양지 리조트 풍으로 인테리어를 바꿨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에선 코로나로 인해 ‘확 찐 자’가 되지 않기 위한 홈 트레이닝 서비스가 인기다. 최근 홈트레이닝에 빠져있다는 직장인 백모 씨(28)는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권해서 집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건강이 나빠질까 걱정돼 운동을 시작했다”며 “막상 시작하고 나니 건강도 챙길 수 있는 것 같고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다이어트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M모 업체는 지난 2월 월 수강생 1만 명을 돌파했고, S모 오디오 피트니스 앱도 정부의 위기단계 ‘심각’ 격상 전후 3주를 비교했을 때 평균 다운로드 수와 순매출이 각각 올랐다.

코로나로 미술관과 공연장이 휴관을 맞이한 가운데, 온라인 공연 중계도 활발해지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디지털 콘서트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빈 슈타츠오퍼의 무료 온라인 공연 실황은 이미 국내 공연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예술의 전당은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을 통해 지역 문예회관, 극장 등에서 선보인 공연 영상들을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국립극단은 6일부터 온라인 캠페인 ‘무대는 잠시 멈췄어도, 여기 연극이 있습니다’를 진행한다.

코로나19가 언제쯤 종식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예측만 있을 뿐이다.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또 언제 새로운 형태의 감염병이 생겨날지 알 수 없다. 온라인으로 서로 연결되고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코로나가 사라진 이후에도 지속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확산되고 공포가 커져가고 있는 지금,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슬기롭게 집콕을 하며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것 뿐이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