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팬덤 문화가 만드는 정의로운 세상

[취재수첩] 팬덤 문화가 만드는 정의로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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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fan)이란 운동 경기나 선수 또는 연극, 영화, 음악 따위나 배우, 가수 등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말한다. 팬이란 말이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외에도 정치인이나 특정 인물을 지지하는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팬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웹사이트인 ‘팬카페’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심지어 팬카페가 없으면 유명인이 아닐 정도다.

‘팬덤’은 광신자를 뜻하는 퍼내틱(fanatic)의 ‘팬(fan)’과 영지(領地) 또는 나라를 뜻하는 접미사 ‘덤(-dom)’의 합성어다. 사전적 의미로는 ‘팬 전체’를 뜻하는데, 통상 연예계나 스포츠계의 팬 집단을 일컫지만, 현대는 정치계에서 팬덤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팬덤이 형성되기 시작된 것은 1980년대 등장한 소위 가수 조용필의 ‘오빠 부대’를 들 수 있으며, 이후 1990년대 문화 대통령으로 불렸던 서태지와 그의 열성 팬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팬덤이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팬덤 문화’라는 말이 탄생하기도 했다. 팬덤 문화는 단지 스타를 바라보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상품을 구입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스타 혹은 캐릭터와 일체화하는 등 점차 그 범위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맹목적인 팬덤으로 인해 나타나는 집단행동은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팬덤’이 정치 분야에 나타나면서 2017년 대선을 기점으로 유력 대선후보들이 각기 다른 매력으로 팬덤을 만들면서 팬카페가 활약을 시작했다. 팬카페 ‘노사모’의 활약으로 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만들었고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팬덤 정치를 열었다.

팬덤 정치는 미디어 발달에 따른 정치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정치인과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인터넷은 사람들을 아주 협소한 주제로도 결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팬덤을 가진 정치인은 강력했다. 참여정부는 탄핵 위기까지 맞았음에도 부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그와 비슷한 스타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팬덤을 만들어냈다. 문재인 정권의 팬덤은 견고했다. 임기 말에도 지지율을 지켜냈으며, 지금까지도 팬덤이 그를 옹호하고 있다.

대선 이후 팬덤 정치는 팬카페로 활발히 활동하며, 그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 팬덤 정치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지지자의 조직이라면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광신자의 집단이다. 팬카페가 소통의 장을 확장하는 반면 절대적인 지지는 통합의 정치를 거부한다. 끼리끼리 문화로 자리 잡으면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적으로 간주한다. ‘네 편 내 편’으로 갈라치기를 하면서 진영 정치를 고집한다. 순수한 팬덤 문화가 정착해야 할 이유다.

팬덤 정치는 자칫 민주주의 정치를 무색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정치 발전의 토대가 될 수도 있다. 팬덤 주인공의 정의로운 의지가 팬덤 정치 문화를 올바르게 견인할 수 있다. 팬덤 문화를 터부시 할 게 아니라 멤버들의 합리적인 사고를 진작시키는 환경 조성이 요구된다.

이명이 기자 l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