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공식화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불과 10년도 안 된 시점에서 국가 에너지 정책의 기조가 정반대로 뒤집힌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탈원전을 선언하며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AI 산업 확산과 전기차 보급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을 이유로 원전 확대를 내세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가재정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수십 조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이미 나왔고, 이제 다시 원전 확대를 추진하면서 또 다른 비용과 갈등이 불가피하다. 정책이 불과 7~8년 만에 뒤집히면서 국민은 이중의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뚜렷하다. 울산 울주, 경북 영덕·울진, 강원 삼척 등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은 이미 원전 부담을 안고 있는 곳이다. 수도권의 전력 소비를 지방이 감당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주민들은 안전 우려와 핵폐기물 장기 보관 부담을 호소한다. 전력은 수도권에서 쓰이지만 위험은 지방이 떠안는 불균형이 반복되고 있다.
당시 탈원전 정책이 타당했다면, 왜 불과 10년도 안 돼 AI 시대와 전기차 확산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을 예측하지 못했는가. 에너지 정책은 수십 년을 내다봐야 하는 장기 전략인데, 10년도 전망하지 못한 정책 실패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정권마다 정책 방향을 뒤집는 현실은 국가적 손실을 키우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킨다.
더욱이 원전 정책은 단순한 에너지 공급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신뢰와 직결된다. 정책이 일관성을 잃으면 산업계는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지역사회는 불안과 갈등 속에 흔들린다. 원전 관련 인재와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결국 정책의 불안정성이 국가 경쟁력 자체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정부가 원전 확대를 추진한다면,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손실을 보상하고 안전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핵폐기물 처리 방안, 사고 발생 시 책임 구조, 지역 경제 지원책 등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전력 수요 증가라는 명분만으로는 지역사회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결론은 분명하다.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일관된 전략을 세워야 하며, 원전 지역의 손실을 보상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가적 이익을 위해서는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원전은 단순히 전력 안보의 수단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삶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다.
신중한 정책 결정과 책임 있는 보상 체계만이 갈등을 줄이고 국가적 손실을 막는 길이다. 원전 정책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신뢰와 사회적 합의의 문제다. 정부가 이를 외면한다면 원전은 전력 안보의 해법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남을 것이다. 이제는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병열 기자 ctnewsone@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