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기자수첩 I 출판기념회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기자수첩 I 출판기념회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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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출판기념회가 봇물 터지듯 열리고 있다. 출마 예정자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개최하기 때문이다.

전병열 기지

출판기념회의 본래 의미는 저자가 책을 출판했을 때 이를 기념하는 데 있다. 작가나 학자가 자신의 연구·창작 성과를 알리고 독자와 교류하기 위해 마련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출판기념회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정치 시즌을 피해 열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치권의 잦은 활용으로 인해 출판기념회의 순수한 의미가 점차 퇴색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자신의 철학과 정책 비전을 책을 통해 밝히고 시민들과 공유하는 자리라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정치인은 지역 현안이나 정책 대안을 담은 책을 출간해 비교적 체계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행사 현장에서 시민들과 직접 의견을 나누며 정책 방향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거철에 맞춰 개최한다면 그 의미는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최근의 출판기념회를 살펴보면 대부분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들이 급조한 책을 내고 사실상 출마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정치적 세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행사장에는 지지자와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초청되고 유명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가 이어지며, 주인공을 환호하는 분위기는 마치 유세장을 방불케 한다. 선거법 위반을 우려해 공식적으로 후보를 지칭하지는 않지만, 유사한 방식으로 지지를 유도하는 모습도 보인다.

특히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자금줄’로 활용되기도 한다. 정치자금법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책 판매 형식으로 사실상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봉투나 계좌 입금 방식으로 책값을 받으면 실제로 얼마를 냈는지는 후보자만 알 수 있어, 출판기념회를 빙자한 자금 모금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구조는 투명성을 해치고 정치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공직선거법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출판기념회를 이용한다면, 축하의 마음으로 참여한 일반인들에게는 이율배반적일 수 있다. 차라리 소속 정당원이나 지지자들만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도서를 구입한 사람들은 저자의 철학과 비전을 탐독하고자 하는 것이지, 정치적 세몰이에 동원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출판기념회는 문화적·사회적 측면에서 권장할 만한 행사다. 국민의 정서 함양에 기여하고 문화 향유의 기회를 넓히며, 독서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매개로 한 만남은 정치적 목적을 떠나 사회적 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단순한 세몰이의 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참석자들은 그 성격을 잘 파악해 참여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정치인들 또한 출판기념회를 이기적인 목적에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 비전을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공유하는 자리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출판기념회가 본래 지닌 의미를 되살리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