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청와대 터, 유원지로 전락 되나?

청와대 터, 유원지로 전락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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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의 정궁 경복궁의 정식 후원이었고, 지난 83년간 나라 안 최고 권력자의 거처였던 서울 세종로 청와대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국민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5월10일 오후 청와대 개방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 공동취재사진

지난 5월10일 청와대가 개방된 지 두 달이 지난 현재 입장객수는 1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만큼 국민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한겨레신문은 “대통령실이 두 달이 지나도록 장래 공간 활용에 대해 어떤 방침도 공표하지 않아 전시시설 경내 문화유산과 시설 훼손 등 무분별한 관람 행태가 거듭되고 있고, 임시관리처인 문화재청과 상위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활용 방안에 대해 뚜렷한 견해차를 보이면서 갈등을 빚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문체부와 문화재청을 취재한 결과 문화재청은 지난 5월 23일 대통령실에 의해 임시관리 주체로 지정된 뒤 청와대 영역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밝히기 위해 주요 경내 문화유산의 일제 조사와 국가사적 지정 등을 추진하려 했다고 전했다.

5월10일 오후 시민들이 청와대 경내 문화유산인 오운정을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그러나 문체부가 미술관과 공연장, 도서관 등 시민 위락문화시설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구상을 내세워 사적 지정 추진에 반대하는 등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신문은 또 “문체부는 더 나아가 청와대 구역의 관리 및 재활용을 부처 산하 국장급 관리단이 총괄하고 문화재청의 역할은 문화유산 구역 보존관리와 천연기념물·등록문화재 지정 등의 현안만 협의하는 쪽으로 축소하는 안을 준비 중이며, 이를 20일 윤석열 대통령에 업무 보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문체부 고위 관계자들은 박보균 장관이 취임한 이래 문화재청 국·실장 간부들과 업무 협의를 통해 청와대 구역의 총괄 관리권 등을 문체부와 긴밀하게 협의하라고 요구해 왔다. 특히 박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문화재청 쪽에 문체부가 주도하는 청와대 복합문화공간화 구상을 전달하면서 협조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경내 문화유산인 석조여래좌상의 모습

이에 일부 문화재청 실무자들과 문화재위원 등은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문체부가 독립 외청인 문화재청을 제쳐놓고 사실상 청와대 권역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무시하는 위락공간화 구상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실제로 문화재청 산하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은 원래 지난 4일 ‘청와대의 지속가능한 보존을 위한 관리 및 연구조사 추진’이란 제목으로 청와대 문화유산·자연유산의 상시관리 강화, 기초 조사 연구, 문화재 지정 등록 등 본격 추진을 뼈대로 하는 보도자료를 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박보균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문화복합공간화 구상을 언급하자 배포를 무기 연기시켰다. 장관의 언급은 청과는 사전 조율이 없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대변인실은 자료 보완 등의 이유로 연기된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5월10일 오후 청와대 개방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청와대 경내 문화유산인 침류각을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신문은 “문화계에서는 실제 청와대 땅의 소유권자인 대통령실이 개방 두 달이 지나도록 터의 유산적 가치와 보존 방침에 대해 함구한 채 개방만 채근하는 상황이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건축사가인 이강근 서울시립대교수는 “청와대 권역은 고려시대 남경 별궁부터 조선시대 정궁 후원을 거쳐 21세기 대통령 권부까지 1000년 가깝게 권력의 핵심을 유지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특이한 공간이다. 역사성을 찾고 회복시키는 과정이 전제되지 않은 개방 위주의 위락공간화 정책은 문화재계는 물론 문화계의 저항과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겨레신문은 전했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