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수첩 l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취재수첩 l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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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욕설 현수막이 걸려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김포시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자신이 소유한 7층 규모 상가 전면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이 현수막엔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를 애도합니다”라는 추모 문구와 “2새끼야! 젊은 청춘 150여명 날려 쪽팔리니 퇴진하라!”라는 문구가 표기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미국 방문 중 ‘국회 이 새끼들’ ‘바이든이 쪽팔려서’라고 말했다는 MBC 자막영상 보도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글 ‘이’ 대신 ‘2’로 표기한 데다 빨간색으로 국민의힘 정당기호(2번)와 당 색깔을 부각한 의도적 ‘비방’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수막을 내건 인물은 해당 건물의 공동소유자 겸 건물관리인인 이모 씨(64)다. 민주당 당원인 그는 이태원 압사 참사로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어서 현수막을 걸었다고 했다.

이에 민원이 제기돼 이 씨에게 자진철거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씨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국가애도기간인 5일까지는 철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도 이 씨 입장에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욕설 현수막은 지나치다’는 부정적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긍정적인 의견이다. 해당 건물 인근 사우초등학교와 사우고등학교 학부모들을 비롯한 사우동 주민들로부터 “2새끼야” 표기된 현수막이 ‘부적절하다’는 민원이 김포시에 쇄도했다고 한다. 시 관계자 법령에 의해 과태료 부과나 강제철거를 검토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씨 측은 개인소유 건물에 내 건 현수막이며 ‘표현의 자유’이므로 문제가 없고, 과태료 부과 등 조치 시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5조(금지광고물등)에 의하면… “청소년의 보호·선도 방해 우려 내용”…의 광고물 표시를 금지하고 있다. 또 제4조(광고물등의 금지 또는 제한 등)에는 “…미풍양속을 보존하고 …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광고물등을 표시하거나 설치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선도 방해의 우려가 있고, 미풍양속을 보존하는 데 방해가 되는 표현은 삼가 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당리당략적 의도로 비친다면 표현의 자유에 앞서 윤리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수많은 젊은이의 억울한 희생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