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은 아이들이 1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다. 하지만 부모들에게는 “올해는 어디로 가야 더 재미있고 알차게 보낼까” 하는 고민이 늘 따라붙는다. 무더위 속에서도 시원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경남만큼 좋은 선택지가 드물다. 푸른 바다와 녹음이 짙은 숲을 품은 이 땅에는 역사, 문화, 과학, 자연이 어우러진 실내 명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단순한 피서를 넘어, 배우고 체험하며 미각까지 즐기는 특별한 여름여행이 가능하다.
빛과 이야기의 만남, ‘진주 남강유등전시관’

진주에 자리한 남강유등전시관은 그 시작점으로 손색이 없다. 국내 최초의 유등 전문 전시관인 이곳에서는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에서 비롯된 유등의 역사와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은은하게 빛나는 전시관 안에서 유등이 전하는 옛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모등 만들기, 유등 띄우기, 야광소망등 만들기 같은 체험은 아이들에게 창의력을,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선물한다. 관람을 마친 뒤 진주성이나 촉석루로 발걸음을 옮기면 역사의 숨결이 이어지고, 육전과 진주냉면 한 그릇은 여름의 피로를 단숨에 풀어준다.
꿈이 나는 하늘로, ‘사천항공우주과학관’

하늘과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면 사천항공우주과학관이 제격이다. 1층 전시관에는 우주항공역사관과 항공산업체험관, 만들기 체험랩이, 2층에는 VR체험관과 4D영상관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이 오감으로 과학을 느낄 수 있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부터 미래의 우주선까지, 인류의 도전과 진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근처 아라마루 아쿠아리움에서 바다 생물을 만나고, 사천 전어구이와 바삭한 새우튀김으로 미각 여행을 더하는 것도 좋다.
의열단의 숨결을 느끼다, ‘밀양 의열체험관

역사의 한 장면 속으로 발을 들이는 듯한 밀양 의열체험관은 항일 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체험형 공간이다. 관람객은 직접 의열단원이 되어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물로 의열단증을 발급받는다. 아이들은 마치 게임처럼 즐기지만, 그 속에 담긴 숭고한 정신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체험 후에는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나 국립밀양기상과학관까지 둘러보고, 시원한 얼음골 사과 주스로 하루를 마무리하면 더할 나위 없다.
바다와 조선의 역사 속으로, ‘거제 조선해양문화관’

거제의 조선해양문화관은 바다와 배의 세계로 안내한다. 어촌민속전시관에서 전통 어업과 어촌의 생활상을 보고, 조선해양전시관에서는 선박 발달사와 첨단 조선기술을 배운다. 유아 조선소에서는 직접 노를 저어보고, 가상 운항 시뮬레이션을 체험하면 배의 구조와 움직이는 원리를 자연스레 이해된다.
전시를 마치면 거제의 해안도로를 달리며 바다를 품은 풍경 속을 지나고, 해물구이와 해물칼국수, 해물라면으로 바다의 맛을 완성한다.
작은 생명 속 큰 세계, ‘의령곤충생태학습관’

자연과 생태에 관심이 많은 가족이라면 의령곤충생태학습관이 즐거운 놀이터가 된다. 온대, 냉대, 사막, 열대 기후를 재현한 유리온실 속에서 다양한 곤충과 식물이 살아 숨 쉬고, 2층 곤충탐구관에서는 배추흰나비의 한살이 과정을 비롯한 여러 곤충 표본을 관찰할 수 있다.
주말마다 열리는 곤충 표본 만들기는 아이들이 손으로 배우는 생태 수업이다. 관람 후 솥바위에서 소원을 빌고, 메밀국수와 망개떡으로 입과 마음을 채우면 좋다.
아라가야의 찬란한 시간, ‘함안박물관’

함안박물관은 함안 말이산고분군의 배경 속에서 아라가야의 찬란했던 문화를 전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토된 말 갑옷과 불꽃무늬 토기, 수레바퀴모양 토기 등은 교과서 속 그림이 아닌, 실물로 만나는 생생한 역사다. 가까운 함안연꽃테마파크에서는 700년 전 씨앗에서 다시 피어난 아라홍련을 감상할 수 있고, 함안 수박과 메론의 달콤함은 여름 여행의 진미다.
백악기로의 시간여행, ‘고성공룡박물관’

고성공룡박물관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백악기로 데려간다. 오비랩터와 프로토케라톱스의 진품 화석, 공룡 전시골격과 부조화석이 전시된 전시관에서 어린 시절 공룡에 대한 꿈이 되살아난다.
박물관 관람 후 고성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며 바다를 감상하고, 갯장어 샤브샤브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은 고성에서만 가능한 호사다.
천년의 지혜를 품다, ‘합천 대장경테마파크’

합천 대장경테마파크에서는 고려 팔만대장경의 역사와 보존 기술을 체계적으로 볼 수 있다. 경전의 제작 과정과 목판 인쇄의 정교함을 눈으로 확인하며, 세계기록유산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인근 해인사로 이어지는 숲길은 초록빛이 짙어 여름 산책에 제격이며, 고소하고 쫄깃한 합천 삼겹살은 여정을 마무리하는 최고의 한 끼다.
문학이 꽃피운 섬의 이야기, ‘남해유배문학관’
문학과 역사를 함께 품은 남해유배문학관은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유배문학 전문 전시관이다. 유배객들이 남긴 시와 그림, 그리고 그들의 생활상을 따라가다 보면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관람 후 세계중요농업유산인 지족죽방렴을 찾아 조용한 바다 풍경을 바라보고, 유자 카스테라와 유자청 음료로 향긋한 여운을 남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자연 속 과학 놀이터, ‘하동 지리산생태과학관’
지리산 자락 하동의 지리산생태과학관은 섬진강을 내려다보는 고소산 중턱에 자리한 체험형 과학관이다. 전시와 영상, 체험 공간뿐 아니라 야생화 단지가 있어 사계절의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여름철에는 섬진강 생물을 배우고, ‘섬진강 모래길 달빛기행’ 프로그램에서 별자리를 관찰하며 강변을 걷는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화개장터에서 녹차아이스크림과 밤파이로 마무리하면 여름밤의 달콤함이 완성된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