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제주 게스트하우스, 이대로 괜찮을까?

제주 게스트하우스,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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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1일 제주 게스트하우스에서 투숙 중이던 여성 여행객의 시신이 인근 폐가에서 발견됐다. 이후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게스트하우스 관리인은 며칠 후 자살로 추정되는 시신으로 발견됐다.

용의자의 자살로 이 사건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제주의 많은 게스트하우스는 여전히 참가비를 받고 술과 안주를 제공하며 ‘파티’를 개최한다. 물론 음주파티는 불법이며, 이로 인해 벌어지는 성범죄 등의 문제도 게스트하우스 측에서 책임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제주도가 이토록 위험과 불법의 온상에 놓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제주 게스트하우스의 실태를 살펴보기로 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파티까지… 게스트하우스의 매력

거창한 해외여행을 꿈꾸지 않더라도 한 번쯤 훌쩍 떠나고픈 여행지로 오래도록 사랑받는 곳이 제주도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떠났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아름답고 친근한 섬이다. 몇 해 전부터는 수시로 제주에 향하는 저가항공이 다수 등장하면서 제주도는 더욱 친근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여행지가 됐다.

특히 미성년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된 20대에게 제주도는 구미에 맞는 여행지다. 친구들과 떠나기도 하고 홀로 여행하기도 하며, 몇 개월씩 제주도에 거주하는 장기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포털 사이트에 ‘제주도여행’을 검색하면 ‘여자 혼자 제주도여행’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나올 정도로 제주는 여성 혼자 여행을 떠나기에도 괜찮았던 여행지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제주도에는 다른 여행지에 비해 게스트하우스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혼자 여행하거나 알뜰히 여행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호텔의 숙박비는 부담스럽다. 게스트하우스는 1인 숙박비가 15,000~30,000원 선이다. 아침 조식이 포함된 가격이니 호텔에 비해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다.

게다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매일 열리는 ‘파티’는 이성친구가 없는 이들에게 꿀 같은 재미다. 게스트하우스의 파티는 1인당 참가비가 10,000~20,000원 선이다. 저렴한 가격에 술과 안주를 먹으며 모르는 사람들과 왁자지껄 놀 수 있으니 가족단위의 여행이 아니라면 게스트하우스를 즐겨 찾게 마련이다.

파티문화가 부추긴 범죄와 풍기문란의 온상

농어촌 가구의 빈방을 활용하기 위해 시작한 게스트하우스는 여행객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숙식을, 농어민에게는 안정적 수입을 내고자 좋은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매일 밤 열리는 파티문화, 그로 인한 야기되는 성범죄 가능성에 대해 게스트하우스는 책임지지 않는다.

게스트하우스는 조식 제공은 가능하지만 술이나 음식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일반음식점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 내 약 3,500여 곳의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일반음식점이 아닌 농어촌민박사업자를 내고 영업하고 있다.

또 여행객이 외부에서 음식과 술을 사와 파티를 하면 제재 방법이 없다. 술이 과해지면 성인들의 경우 게스트하우스 내에서 혼숙이 벌어지기도 한다. 게스트하우스는 기본적으로 여성, 남성 도미토리를 보유하지만 커플실이 준비된 게스트하우스가 다수다. 농어촌 정비법 시행규칙상 청소년에 대한 혼숙과 풍기문란 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성인에 대한 영업행위는 막을 방법이 없다.

지난 2월 21일 제주지방경찰청에서 게스트하우스를 불시 현장점검했다. 이중 9개소를 식품위생법위반 등으로 적발했다. 적발사항을 살펴보면 5개소는 손님들에게 파티비를 받고 주류 제공, 3개소는 민박 요금표 및 신고필증 게시하지 않음, 1개소는 손님의 신고 등이었다. 9개소 중 불법 음주파티 적발사례가 단연 많았다.

하지만 이 발표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제주지방경찰청에서 불법 파티로 적발한 게스트하우스가 5개소였다고 발표했으나, 포털 사이트 상에서 파티 게스트하우스로 홍보하는 곳만 검색해도 120군데가 넘었다. 현장점검을 피해간 게스트하우스들이 변함없이 파티 참여를 부추기며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농어촌민박사업의 빈틈을 노리다

이처럼 제주 게스트하우스의 불법행위가 만연하고, 범죄 발생 이후에도 개선이 빠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을 ‘농어촌민박사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농어촌정비법 제2조 16항에 따르면 ‘농어촌 관광휴양사업’으로 ‘농어촌민박사업’이 있다.

농어촌민박사업은 농어촌지역과 준농어촌지역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이용해 농어촌 소득을 늘릴 목적으로 투숙객에게 숙박, 취사시설, 조식 등을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농어촌민박사업자를 지도·감독할 권한은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상 사업을 하지 않거나, 주위 농원을 돌보지 않거나, 규모나 시설 기준을 위반한 경우 등에는 폐쇄를 명할 수 있지만 주류를 판매하거나 풍기문란 상황을 야기하는 등에 대해서는 규제 권한이 없다.

또한 소득세법 제12조에 따라 소득금액 합계액이 연간 2,000만원 미만이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고, 거주여부를 주민등록표 등본으로 판단해 실제 거주하지 않고도 운영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실제 소유자가 거주하지 않고 관리인, 스텝 등에 운영을 맡기는 게 가능한 이유다. 2월 11일 시신으로 발견된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의 용의자도 실소유자가 아닌 관리인이었다.

제주지방경찰청에서는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종합 안전진단을 실시, 일정한 안전기준을 충족한 업소에 대해 안전인증제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버젓이 파티를 홍보 중인 게스트하우스 수에 비해 너무나 미비한 적발 업소 수를 보면 경찰의 의지를 신뢰하기가 어렵다. 더불어 제주도가 더 이상 범죄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농어촌민에게 너무나 느슨한 농어촌정비법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