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국립공원 음주산행 전면 금지, 과연 그 실상은?

국립공원 음주산행 전면 금지, 과연 그 실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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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산행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는 봄이 왔다. 진달래 축제, 벚꽃 축제, 철쭉 축제 등 가지마다 피어난 꽃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산이 북적거린다. 색색의 등산복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 정상 인근에 앉아서 한바탕 소풍이 이뤄진다. 문제는 가방에서 나오는 술병이다. 일명 정상주(酒). 친구들과 산행을 즐기는 윤한수(59)씨는 “정상에서 술 한 잔 먹는 즐거움에 산행을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지만, 올해 3월 13일부터는 윤 씨의 즐거움이 무리한 일이 됐다. 국립공원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음주행위가 금지된 곳은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군립공원 내 지정지역이다. 유명산의 대피로, 탐방로, 산 정산부 등 지정된 장소에서 술을 마시면, 1차 위반 시 5만 원, 재차 적발 시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같은 음주행위는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등산객들은 산행을 하면서 술을 한두 잔 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등산로에 술을 파는 노점상까지 있으며, 산 입구에는 막걸리와 파전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일명 정상주, 하산주라고 불리며 산에서의 음주행위를 주말 나들이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음주산행으로 인해 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음주산행으로 인한 사고는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4건으로 전체 안전사고(1328건) 중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사망사고는 10건으로 전체 사망사고의 약 11%를 차지해 음주산행사고의 위험성이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요즘 같은 봄철에는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더 높다. 겨울철에는 날씨가 추우니 야외활동을 잘하지 않다가, 날이 풀어지고 들뜬 마음에 무리해서 활동하다보면 자칫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해에도 전체의 24%인 1천810건이 봄철인 3~5월 사이에 발생했다. 실족 추락, 일반 조난 사고, 개인 질환, 암벽 등반 사고 등 자칫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사건 사고가 자주 발생하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맨 정신에서도 산행을 하다보면 사고가 날 수 있는데, 여기에 술까지 곁들인다면 위험지수는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현실을 감안하면 음주산행을 금지하는 법안은 당연하지만, 상당수의 등산객들은 이런 조치에 불만이 적지 않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무조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등산 후 막걸리 등을 한두 잔 정도 마시는 것은 안전에도 큰 문제가 없고 피로해소에 도움이 되는데 일괄적으로 단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음주운전과 같은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반박했다.

단속은 음주 금지로 지정된 국립공원 22곳과 도립공원 29곳, 군립공원 27곳 등에서만 진행된다. 단속이 시작되면 음주단속을 피해 금지지역인 국립공원 등에서 다른 산으로 산행을 변경하는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국립공원의 육지면적은 3,972㎢에 달하고 연간 탐방객 수만 해도 약 4,500만 명에 달하는데 효과적인 단속이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규제로 음주를 숨어서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쓰레기 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사고 위험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하고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은 음주 산행은, 해외에서는 몹시 드문 풍경이다. 캐나다는 국립공원 내 일부 캠핑장과 지정 구역을 제외한 지역에서의 음주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미국은 공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지정 구역 밖에서의 음주를 막는 곳이 많다. 태국 역시 국립공원에서 음주를 비롯해, 주류를 반입한 것이 적발되기만 해도 최대 한 달간의 징역형 등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지정된 국립공원이라 해도 불법 음주 산행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등산로 진입 전 화장실에는 막걸리병이 뒹굴고, 보온병에 술을 담아와 마시는 사람도 있으며, 음주행위가 불법이라고 알려줘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도 있다. 9월 12일까지 계도 기간이지만, 계도 기간에도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에 거세게 항의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모든 산을 돌아다니면서 음주를 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잡아낼 수 없다. 산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당연시 된 작금의 세태를 감안해야 한다. 국립공원 내 음주 금지라는 것을 공익광고를 비롯해 다각도로 홍보해 등산객들의 사전 숙지 및 시민의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단순한 벌금형으로 계도하기보다, 담배가 해롭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된 것처럼 지금은 면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