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래블 눈 덮인 아프리카대륙의 최고봉 ‘킬리만자로’에 오르다

눈 덮인 아프리카대륙의 최고봉 ‘킬리만자로’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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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는 무더운 적도 아래에 위치해 있지만 정상 부근에는 빙하와 빙설 등 만년설이 가득해서 더욱 신비롭고 이국적인 산이다.

또 눈 덮인 산으로는 아프리카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마사이족은 킬리만자로 서쪽 봉우리를 가르켜 ‘웅가이 웅가이’ 라 일컫는데 그것은 ‘신의 집’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킬리만자로 서쪽 봉우리 근처에는 말라 얼어붙은 표범의 시체 하나가 나둥그러져있다. 과연 표범은 그 높은 산봉우리에서 무엇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킬리만자로는 헤밍웨이가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서두에 쓴 이 문장에 힘입어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먹이가 풍부한 사바나를 두고 얼음 천지인 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표범의 이미지는 도전과 자유의지 혹은 원초적인 생명력의 상징으로 읽히곤 했다.

킬리만자로는 남북 50km · 동서 30km의 타원형 화산으로 신비로운 분위를 풍기며 ‘빛나는 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7월 31일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에는 전국에서 킬리만자로 등반 신청을 한 산 마니아 30명이 집결했다.

17시 35분 케냐행 직행 항공편이 없어 KAL기를 타고 출국, 5시간을 비행해 태국에 도착했다. 그 곳 공항에서 4시간을 기다린 후 태국시간 0시 50분에 케냐로 출발, 9시간 비행 후 케냐 나이로비항공에 안착했다.

도착시간은 케냐시간으로 오전 6시 10분, 한국시간으로 12시 10분이니 6시간 시차가 나는 셈이다.

공항주차장에서 18인승 차량 2대 지붕에 각자 등산장비가 실린 카고백을 싣고 케냐 국경지대인 나망가로 출발했다. 나망가국경도시로 향하는 길은 아프리카의 뜨거운 지평선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케냐 국경수비대에서 출국 수속 후 길 건너 타자니아 국경수비대에서 입국신고를 마치고, 탄자니아 제2도시 아류사를 거쳐 킬리만자로가 있는 도시 모시에 도착해 스프링랜드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그날 저녁은 킬리만자로 등정을 마치고 도착한 젊은 영국남녀 등반대의 등반 축하행사가 호텔가든에서 밤 늦도록 열려 잠을 설쳤지만 설레임도 한 몫 했다.

다음날 조식 후 등반 기점 마랑구 게이트로 출발했다. 1시간 30분 후 말랑구 게이트에 도착해 공원 입장 수속을 밟으면서 우리 원정대 30명과 90명의 메인가이드를 비롯한 보조가이드인 포터, 쿡 등과 합류해 등정을 시작했다. 먼저 포터들이 운반할 1인당 짐이 20kg을 넘지 않도록 국립공원 입구에서 저울로 체크해 포터들을 입장시켰다.

5시간 산행 후 열대우림지역을 통과해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만다라산장(2천 7백미터)에 도착해 저녁식사 후 방 배정을 받고 취침에 들었다. 다음날 새벽까지 내리던 비는 그쳤고 곧장 호롬보 산장으로 출발했다.

현지 솔로몬 총 메인가이드는 고소 적응을 위해 ‘폴래 폴래(아프리카어로 천천히 천천히)’ 오르라고 몇 번이고 주위를 줬다. 아름다운 주변 경관과 마휀지붕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였다. 이날 코스를 너무 가볍게 생각해 ‘폴래 폴래’를 잊고 무리하게 앞서고 달리는 바람에 오버페이스가 돼 완전 탈진했고 몸살과 두통은 물론, 위장장애까지 겹치는 바람에 힘든 산행을 했다.

다음날 아침 호롬보산장 앞으로 펼쳐진 구름바다 마휀지붕 옆으로 떠오르는 일출은 킬리만자로의 정상에 덮혀 있는 눈으로 인해 눈이 시리도록 아팠다. 하지만 그 날의 일출은 하얀 만년설로 한 폭의 선경을 연출했다. 이 아름다운 선경을 가슴에 안고 이 지구상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키보산장(4천 7백미터)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한없이 펼쳐진 광활한 파노라마의 등산로를 따라 8시간 산행 후 키보산장에 도착했다. 키보산장에서 바라보는 킬리만자로는 구름이 그 자태를 가려 신성함을 자아냈다.

오후 5시 가벼운 식사 후 취침해 밤 11시 기상해 등정준비를 마무리하고 밤 12시부터 그렇게 오르고 싶었던 킬리만자로 정상을 향해 직벽의 첫발걸음을 옮겼다.

산소가 희박해 숨이 차오르고 고소로 두통을 느끼며 오로지 오르고야 말겠다는 집념 하나로 먼동이 트는 새벽 6시간 사투 끝에 먼저 킬만스포인트에 우뚝섰다. 바로 앞 마휀지붕이 손에 잡힐 듯 보였다. 또한 분화구 저멀리 킬리만자로의 최고봉 우후프피크가 저멀리 하얀 만년설의 자태를 안고 손짓하고 있었다. 능선 암능을 넘어 천길 빙벽 옆을 지나 만년설을 밟으며 5대륙 중 하나인 아프리카에서는 더 오를 것이 없는 우흐르피크(5천 8백 95미터)에 우뚝섰다. 발아래 펼쳐지는 아프리카 이곳이 ‘웅가이 웅가이’ 라고 불렀던 그 옛날 마사이족 신의 집에 들어선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서서히 녹아내린다는 빙벽을 보며 또한 참담한 마음을 가졌다.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키보산장으로 하산해 짐 정리 후 호롬보산장까지 바로 하산했다.

산장에서는 이번 등정에서 산행의 무림고수들 속에서 등정에 성공했다고 기뻐하는 대원도 있었지만 정상을 눈 앞에 두고 고산병 증세로 가슴 아파하며 돌아설 수 밖에 없었던 많은 대원들과 여전히 고통을 호소해 손수레에 실려 호롬보산장으로 하산한 대원들에게는 킬리만자로가 안타까우면서도 결코 쉽게 허락되지 않는 ‘신의 산’ 이었을 것이다.

킬리만자로 능선에서의 마지막 밤, 그날의 하늘은 온통 별천지였다. 그 아름다운 별을 가슴에 안고 밤새 뒤척였다. 이곳에서는 거들먹거리며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시선이 없어서 좋다. 그저 경이로운 자연 앞에 번화한 문화가 아니라 풀 향기, 과일 향기가 불어오는 아프리카 원시의 바람이다. 이 소리는 내 영혼 깊은 원초적 심신을 맑고 향기롭게해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했다.

글. 엄경종 (국제로타리 3661지구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