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달콤한 공유경제의 좀비 같은 민낯

[이슈추적] 달콤한 공유경제의 좀비 같은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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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7,8월 성수기는 물론, 성수기를 피해 일찍 찾아온 여름을 만끽하기 위해 주말 국내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6월이다.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에는 언제나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어디서 머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동반되기 마련이다. 대중교통과 자가용, 호텔과 펜션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우리 삶에 ‘공유경제’가 들어온 이후 공유 자동차와 공유 숙박이라는 선택지는 추가되었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서 소비자는 행복할까? 새로운 플랫폼으로 관광업계는 더 나아졌을까? 공유경제가 일상이 된 지금, 공유경제를 되돌아본다.

공유 자동차를 타고 에어비앤비에서 자는 2030세대

카셰어링(carsharing)은 공유경제 방식으로 자동차를 빌리는 시스템이다. 보통 회원제로 운영되며,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시간 단위로 빌릴 수 있다. 국내에서는 쏘카와 그린카가 대표적인 카셰어링 업체로 손꼽힌다.

와이즈앱의 카드 결제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카셰어링 이용자의 대부분이 2030 젊은 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주 직원과 대면하는 불편함이 없고, 영업시간 내에 차를 반납해야 하지 않아도 되며, 주유비나 도로비 또한 이동거리만큼 자동 계산되어 청구되니, 드라이브를 취미 삼아 즐기거나, 가볍게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로 작용한 것이다.

이미 공유경제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여행지 숙박 예약은 주로 에어비앤비(Airbnb)를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와이즈앱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표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에어비앤비 사용자 53만 명 중 40%에 가까운 21만 명이 20대였다.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작년 국내에선 200만여 명이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20대는 친구들 여러 명과 함께 교통이 편리한 도시로 여행을 떠나는 경향이 있다. 보통 도시 외곽에 있는 펜션은 교통 접근성이 불편하며, 호텔은 여러 명이서 한 방에 묵기도 힘들거니와 비용도 비싸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같은 광고 캐치프레이즈처럼 그 도시에 주민이 된 것처럼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피스텔이나 주택 등을 개조한 숙박처가 많은 에어비앤비 이용으로 이어진다.

공유는 역시 불편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유 플랫폼의 주 고객층인 2030세대 중에서도 전만큼 활발하게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서울에 거주 중인 32살 한 모 씨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주말마다 카셰어링으로 자동차를 빌려 근교로 여행을 즐겼지만, 올해 들어서는 한 번도 카셰어링으로 여행을 간 적은 없다. 한 씨는 “이용자들 모두가 공유 의식을 갖고 있지 않아서 차량 상태가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다 같이 함께 타는 차고 버젓이 금연이라고 적혀있지만,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고, 카셰어링으로 도로주행 연습을 하거나, 음주운전을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구에 살고 있는 29살 박 모 씨는 스마트폰에서 에어비앤비(airbnb)를 지웠다. 공연이나 전시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박 씨는 친구들과 함께 서울을 자주 여행했다. 그때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숙소를 잡았지만, 앱에서 제공하는 사진과 실제 숙소 느낌이 다른 곳이 너무 많아 번번이 실망감만 느꼈다. 침구는 언제 세탁했는지 알 수가 없고, 숙소에서 쿰쿰한 냄새가 나는 것은 다반사에, 심지어 곰팡이가 있는 곳도 있었다. 고작 하루 이틀 자는 숙소라지만 숙소 컨디션이 좋지 못하면 여행을 통째로 망치는 기분이었고, 수많은 후기를 하나하나 읽어가며 사진만 모델하우스 같은 숙소 중 괜찮은 곳을 찾아내기란 피로한 작업이었기에 그만두기로 한 것이다.

두 사람은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직원이 직접 손님과 대면했다면, 손님도 규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손님에게 항의를 받지 않기 위해 직원이 시설관리에도 힘을 썼을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자 7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비스 만족도는 5점 만점 기준 평균 3.53점을 기록했다. 숙박·항공·액티비티 등 여행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채널을 이용한 고객의 만족도 조사에서 에어비앤비는 국내에서는 11위, 해외에서는 10위를 각각 기록했다.

공유경제 붐의 시작 ‘우버’의 몰락?

보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과연 우버가 수익을 낼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보도를 내어놓았다.

우버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승차 공유 서비스로 고용되거나 공유된 차량의 운전기사와 승객을 모바일 앱으로 중개해, 전 세계 100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이다.

손바닥 하나로 세계를 뒤바꾼 우버지만 올해 1분기 실적은 참담하다. 무려 1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20% 상승한 31억 달러지만, 손실은 1억 3천만 달러 늘었고, 활성 이용자 수는 9300만 명으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우버 경영진은 “시장이 안정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인터뷰에 따르면 ‘우버의 문제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인터뷰에 응한 뉴욕대의 어서워스 다모다란 교수는 “우버로 돈 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우버라는 특정 회사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공유경제 사업모델 자체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우버의 손실은 비단 올해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낸 누적 적자만 해도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에 이른다. 영업 손실을 투자자들에게 받은 투자금으로 메꾸며 몸집을 불리고 있는 것이다. 우버에게 ‘좀비 기업’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새로운 소비? 새로운 착취

지난달 10일 우버 기사들이 다수 가입된 택시노동자연대는 뉴욕 증권가에 우버가 상장되자 “우버는 투자자만 배불리며 기사들에게는 저임금으로 일관한다”고 시위했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배달 플랫폼도 우버와 비슷한 양상이기 때문이다.

배달 플랫폼이 처음 시행될 당시만 해도 배달음식을 주로 하는 음식점주와 상생하는 분위기였으며,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음식점에게는 새로운 수익창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손님들이 배달 플랫폼에 익숙해질수록 과도한 배달 경쟁으로 인해 배달원들의 근로환경은 바닥을 쳤고, 음식점은 높은 수수료에도 배달 플랫폼과의 계약을 해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로 인해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음식 가격이 비싸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단순히 자동차를 시간 단위로 렌트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 ‘쏘카’는 회원이 장기 대여 차량을 게스트와 공유하는 ‘쏘카 페어링’, 법인 전용 카셰어링 ‘쏘카 비즈니스’, 운전기사가 딸려오는 ‘타다’ 서비스도 실시 중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회사의 비전을 “차를 소유 아닌 공유의 대상으로 바꿔 사회적 비효율을 개선하고 다른 의미 있는 곳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기존에 있는 차량이 아닌, 끊임없이 새로운 차량이 도로 위에 쏟아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서울에서 에어비앤비 숙소가 가장 많은 홍대 일대에서는 “에어비앤비 때문에 집값이 내려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집이 오래되었고, 제대로 수리가 되지 않아도 임대료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홍대에 살고 싶어 하는 세입자가 많은 것이 아니라, 에어비앤비 혹은 파티룸으로 돌리면 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으로는 도심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숙박업을 운영하는 것은 법에 저촉되지만, 공유 숙박의 형태로 이미 너무 많은 곳이 운영되고 있어 일괄적으로 제재하기가 어렵다. 정부는 제재는커녕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연간 180일 이내에 한해 내국인 숙박을 허용하는 규제 완화를 시행할 방침이다. 그 사이 실거주자들은 도심에서 점점 외곽으로 밀려난다.

우리는 ‘공유’를 포화상태에 이른 재화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마법쯤으로 여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알아야 한다. ‘공유경제’를 움직이는 주체는 시민 개개인이 아닌 기업이며, 기업에게는 소비자와 이익 창출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공유라는 달콤한 이름하에 좀비처럼 소비되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