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OUT OF CONTROL

[문화마당_전시] OUT OF CONT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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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전시장 안에는 장대비가 내리고 있는 것 같다. 증강현실이나 영상이 아닌 실제 물이 떨어진다. 사람들은 비가 쏟아지는 전시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비에 젖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부산현대미술관(부산 사하구 하단동)의 ‘랜덤 인터내셔널:아웃 오브 컨트롤(RANDOM INTERNATIONAL:OUT OF CONTROL)’전의 한 파트인 체험 설치 작품 ‘Rain Room’의 모습이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Rain Room’은 전시장에 설치된 정교한 시스템으로 사람 이동을 감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카메라와 센서 추적 시스템이 수천 개의 물 밸브를 여닫으며, 관람객을 감싸는 보이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바닥 물은 여과처리돼 다시 비로 떨어지도록 설정돼 있다. 엄청난 양의 비와 여러 사람의 움직임을 동시에 제어해야 하므로 첨단 정밀 기술이 동원된 미술품 전시로 평가받고 있다.

2012년 영국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처음 전시된 ‘레인 룸’은 이후 뉴욕 현대미술관(2013), 상하이 유즈 미술관(2015, 2018~2019), 미국 로스앤젤레스 LACMA와 호주 무빙이미지센터의 자카로프(jakalope) 아트 컬렉션(2019)으로 이어졌다. 전시할 때마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 관람객들이 몇 시간을 기다려 입장하는 풍경이 연출된 적도 있다.

이 작품들을 제작한 ‘렌덤 인터내셔널’은 독일 출신의 플로리안 오트크라스(Florian Ortkrass)와 한네스 코흐(Hannes Koch)가 참여하고 있는 아트 그룹이다. 오트크라스 작가는 “이미 익숙해진 환경을 마구 흔들어 대는 첨단 기술 발달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라면서 “어떠한 선입관이나 고정 관념 없이 감상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2020년 1월 27일까지 인터넷(ticket.hanatour.com)으로 예매해야 입장 가능하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