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힐링명소 올 추석 귀성길 대신, 서울 속 숨겨진 한옥길 걸어볼까요?

올 추석 귀성길 대신, 서울 속 숨겨진 한옥길 걸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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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대표이사 길기연)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귀성에 오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하여 고향의 정취를 잠시라도 느낄 수 있는 ‘서울 속 숨겨진 한옥 산책 서울도보해설관광 코스 3곳’을 추천한다.

성균관
조선시대 유교숭상을 위해 공자와 선현을 모셨던 사당인 대성전(사진_서울관광재단)

아름다운 우리의 한옥, 그 속에 담긴 700년 역사의 교육 이야기와 함께 현재 우리 생활 속 남아있는 작은 흔적까지, 고즈넉한 한옥 사이에서 머리와 마음의 양식을 가볍게 쌓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첫 번째 코스, 바로 ‘성균관’이다.

아마 성균관이라 하면 단순히 성균관대학교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성균관대학교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성균관은 지금도 대학과 나란히 공간을 같이하며 과거의 유서 깊은 전통 교육기관으로서 지금의 성균관대학이 있기까지의 이야기를 한옥 속에 가득 품고 있다.

대학교 정문에서 탕평비각과 하마비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서울 문묘(文廟) 터를 마주하게 된다. 문묘는 대성전을 중심으로 동무와 서무를 두고 있는 조선시대 유교 사당으로, 중국 공자(孔子)등 위대한 유학자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장소다. 특히 매년 2월과 8월에 지내는 석전대제는 문묘제례약과 함께 국가 행사로 치러지며 이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만 남아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성균관 내 유생들의 학문 수양의 중심지였던 명륜당(사진_서울관광재단)

우리는 또한 늘 가까운 곳에서 성균관을 접할 수 있다. 지갑 속 1,000원권 지폐에 성균관에서 학문에 열중했던 퇴계 이황 선생과 그 뒷편에 배경으로 자리 잡은 한옥이 바로 명륜당이기 때문이다. 명륜당은 단순한 지식뿐만 아니라 유교적 이념도 함께 가르쳤던 유생들의 교육을 위한 강당이다. 명륜당 좌우의 동재와 서재는 유생들의 기숙사로 그 특성에 맞게 명륜당 건물보다 좀 더 옅은 갈색의 푸근한 느낌을 주는 한옥이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천연기념물인 은행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면 서늘해진 바람과 함께 덩달아 마음도 평온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성균관의 도서관인 ‘존경각’, 임금의 대사례(大射禮)용 기구를 보관하던 ‘육일각’ 등 다양한 한옥 이야기에 집중해 듣다 보면 조선시대 엘리트 유생이 되어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지도 모른다.

북촌 순례길

서울 계동과 가회동을 아우르는 대표 한옥 명소인 북촌, 여러 갈래로 나눠진 골목 사이사이의 고풍스러운 한옥 그 이면에 숨겨진 북촌의 인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지역이 ‘북촌 순례길’ 코스이다.

인현왕후와 명성황후의 두 왕비의 거처인 감고당이 있었던 감고당길(사진_서울관광재단)

송현동 길자락을 따라 걷다 보면 닿는 감고당길 초입에서 새로 지은듯한 건물이 있다. 올해 7월 설립된 서울공예박물관이다. 서울공예박물관은 한국 최초의 공립 공예박물관로 전통부터 현대까지 총 2만여 점이 넘는 공예품과 자료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테마별 공예전시 뿐만 아니라 공예 음악콘서트, 도서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9월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여기에 인왕산 자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루프탑 뷰까지 갖추고 있는 서울공예박물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https://craftmuseum.seoul.go.kr/main)에서 확인 가능하다.

박물관을 지나 이어진 감고당길은 인현왕후와 명성황후, 두 왕비가 지냈던 감고당이 있던 터로, 현재 감고당은 명성황후생가 성역화 사업으로 경기도 여주에 이전되었다. 감고당이 있었던 길답게 주위로 돌담길이 쭉 이어지며 한옥마을을 향한 길로 인도한다. 주말의 감고당길은 차 없는 거리로 작은 공예 거리상점들이나 버스킹 등 거리공연이 펼쳐지니 참고하여 가보는 것도 좋다.

한옥마을로 향하는 길에 그 시작점을 알리는 듯 우직하게 서있는 한옥 한 채, 윤보선 가옥이 보인다. 150년이 넘는 역사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가옥인 윤보선 가옥은 1960년 4·19 혁명 이후 선출된 윤보선 대통령이 집권 시기에 거주하며 집무를 보던 공간이다. 외양은 한옥이지만 상해 임시정부 시절 중국의 양식이 담긴 내부 모습, 그리고 가옥 맞은편에 대통령의 사저를 출입하는 감시용 건물까지, 박정희에 의한 군사정변으로 1년만에 대통령 임기를 마친 윤보선이라는 인물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가 남아있다.

갑신정변의 주역, 독립운동가 김옥균과 서재필의 집터였던 정독도서관(사진_서울관광재단)

이외에도 북촌 일대는 개화파 독립운동가들의 새로운 세상을 도모하려 했던 성지로 지금의 정독도서관 위치에 김옥균과 서재필의 집터, 그 맞은편의 김홍집 집터, 헌법재판소 위치에 박규수의 집터가 있었다. 해당 위치의 표지석과 집터를 따라 돌아보며 현대 건축물과 한옥 사이, 투사들의 대한독립의 열망이 모여있는 북촌의 이면을 만나보자.

북촌 8경 중 가장 대표적인 사진명소인 북촌로 11길(사진_서울관광재단)

넘치는 한옥 이야기에 지끈 해진 머리를 식히고 싶다면 가회동 성당으로 이동하는 길에 북촌로 11길을 들러보길 추천한다. 좁은 골목길을 가운데 두고 양옆으로 정갈하게 늘어선 한옥들과 그 뒤의 남산타워까지, 북촌 최고의 절경으로 손꼽히는 위치에 서면 자연스레 감탄이 터져 나올 것이다.

9월부터 다양한 한옥전시가 열릴 예정인 서울공공한옥 북촌 한옥청(사진_서울관광재단)

북촌에서 무료로 한옥 내부를 체험할 수 있는 북촌 한옥청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것도 탁월한 선택이다. 서울공공한옥으로 운영되는 북촌 한옥청의 한옥 뒷편 담벼락 아래 기와지붕들이 수놓아진 경치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것이다. 마루에 잠깐 기대앉아 쉬어갈수도 있다. 또한 한옥청에서 ‘서울 우수한옥 사진전’이 9월 14일부터 전시될 예정이니 서울 한옥의 색다른 모습이 궁금하다면 잊지 말고 방문해보자!

청운문학도서관
코로나19에도 다양한 비대면 문화활동을 진행중인 청운문학도서관(사진_서울문화재단)

도서관 입구부터 정겨운 글씨체의 팻말과 함께 뒤에 보이는 전통한옥이 마치 시골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서울 도심에서 자연과 한옥이 조화롭게 섞여 있는 공간을 찾는다면 바로 이곳이다. 각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색색깔로 옷을 갈아입는 듯한 인왕산자락길 나무숲과 그 안에 지어진 가옥이 전통한옥의 운치를 한층 더한 장소, 9월의 마지막 추천명소인 ‘청운문학도서관’이다.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는 청운문학도서관 독채(사진_서울관광재단)

서울 부암동에 위치한 청운문학도서관은 기존의 인왕산자락길을 걷다 만날 수 있는 청운공원의 관리소로 쓰이던 낡은 주택 건물을, 전통문화의 향기가 가장 깊게 배인 종로구의 특성을 살려 주변의 수성동 계곡과 인왕산을 함께 품는 종로 최초 한옥공공도서관으로 개발하여 만들어진 장소다. 이처럼 전통문화를 보존하려는 도서관답게 한 겹 한 겹 수제 기와로 제작된 한옥 지붕과 연못 위에 떠있는 한옥 독채 등이 한옥의 섬세한 멋을 보여준다.

청운문학도서관 사진 명소 ‘한옥 속 인공폭포’(사진_서울문화재단)

특히 도서관 본관 옆 독채에 들어서 창호문을 열어 바로 보이는 자그마한 인공폭포는 이미 SNS에서 유명한 사진 명소로 인기다. 마루에 앉아 폭포수를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물멍’에 빠지게 된다. 그간의 시름을 잠시 잊은 채 말이다. 한옥과 자연의 하나된 경치를 좀 더 감상하고 싶다면 도서관과 바로 이어지는 시인의 언덕을 올라가 보자. 어느 정도 오르다 뒤를 돌았을 때 시선 아래 펼쳐지는 기와지붕들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이소미 기자 l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