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하동 트래블 | 봄소식 가득한 ‘하동’, 다향(茶香)에 취하다

하동 트래블 | 봄소식 가득한 ‘하동’, 다향(茶香)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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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이 아름다운 하동은 봄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봄꽃의 향연을 즐기러,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지리산과 섬진강이 만들어내는 자연 그늘을 찾아, 가을에는 붉게 물든 쌍계사의 단풍을 즐기기 위해, 겨울에는 고즈넉한 설경을 감상하고자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하동은 또한, 역사적인 소재를 비롯한 다양한 스토리가 있는 곳이기도 한데, 박경리의 『토지』, 김동리의 『역마』, 이병주의 『지리산』의 배경지로 ‘문학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따뜻한 봄꽃 휘날리는 하동에서 친구·연인·가족과 함께 봄에 취해 보자.

초록으로 물든 ‘정금차밭’
화개동천 야생차밭(사진_하동군)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차나무들이 재배되고 있는 역사·문화의 공간으로 5월에 열리는 하동세계차엑스포의 주요 무대이기도 하다.

섬진강 물길 따라 화개면에 들어서면 하동십리벚꽃길로 유명한 화개천 너머로 야생 차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정금차밭은 12만㎡ 규모로 조성된 전통 차밭으로, 주변 경관이 뛰어나고 차의 생육상태가 매우 양호해 세계인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관광 다원으로서 고유한 경관보호로 2021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계절 푸른 싱그러움이 가득한 정금차밭은 누리소통망(SNS) 포토존 명소다. 올해 2월 경남도에서 선정한 매력적인 봄여행지로 소개한 바 있다.

화개마을 ‘십리벚꽃길’
화개장터십리벚꽃길(사진_하동군)

꽃샘추위가 끝나고 4월로 접어들 때쯤이면 화개에는 벚꽃이 십리에 걸쳐 피면서 화사하게 봄을 재촉한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십리벚꽃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오르기도 했다. 매년 4월이면 이곳에서 화개장터 벚꽃축제를 개최하는데, 화개동천에 흩날리는 꽃잎이 환상적이다.

‘꽃이 피는 동네’라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화개(花開)동은 그 이름에 걸맞게 1년 내내 꽃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3월부터 5월까지는 매화, 벚꽃, 배꽃, 철쭉, 양귀비 꽃이 피고 지면서 놀라운 봄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차 문화의 시초 ‘쌍계사’
쌍계사(사진_하동군)

화개장터에서 벚꽃에 취한 채 십리벚꽃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쌍계사에 도착한다. 지리산 산세를 거스르지 않은 채 늠름하게 자리한 사찰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21년 삼법스님이 유학을 마치고 돌아올 때 중국불교 선종 제6대조인 혜능의 사리를 모시고와 봉안하고 지은 절이다. 문성왕 2년에 진감선사 혜소가 ‘옥천사’라 명명했다가 정강왕 2년에 지금의 ‘쌍계사’라는 사명이 내려졌다.

이곳에는 국보 제47호 진감선사 대공탑비와 보물 9점의 지정 문화재, 일주문, 천왕상, 정상탑, 사천왕수 등 수많은 문화유산과 칠불암, 국사암, 불일암 등 부속암자가 있다. 고색 창연한 자태와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는 쌍계사는 서부 경남 일원의 사찰을 총람하는 조계종 25개 본사중 제13교구 본사로서, 우리나라 불교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쌍계사는 또한, 우리나라 차 문화의 시초가 된 곳이기도 하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흥덕왕 3년(828년) 김대렴이 당나라에서 차의 종자를 가져와 왕의 명으로 지리산 일대에 처음 심었다고 한다. 이후 진감선사가 차밭을 조성해 차 보급을 본격화했다. 화개장터 입구에서 쌍계사, 쌍계사에서 신흥까지 12km의 산과 들에 야생 차밭이 조성돼 있다.

쌍계사 답사 후 1시간 30분 정도 불일폭포 방향으로 등산을 한다면 좀 더 풍요로운 여행이 될 수 있다. 불일폭포는 높이 60m, 폭 3m의 지리산 유일의 자연 거폭으로 지리산 10경 중 하나이다. 오색무지개, 한여름에도 냉기를 느끼게 하는 장쾌한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소설 『토지』의 배경지 ‘최참판댁’
평사리 최참판댁(사진_하동군)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박경리 작가의 소설 『토지』는 1969년 집필을 시작해 25년에 걸쳐 완성한 대하소설이다. 한말 몰락에서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에 이르기까지 평사리 지주계층인 최씨 집안을 중심으로 한국근현대사를 담아낸 역작이다.

드라마 <토지>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최참판댁은 소설 속 최참판댁을 사진이라도 찍어놓은 듯 그대로 재현했다고 평가받으며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최참판댁에 도착하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있는데, 먼저 최치수가 기거했던 사랑채이다. 누마루에 오르면 드넓은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을 한 눈에 담아볼 수 있다. 별당채에 가면 소설의 마지막 장에 기록된 ‘해당화’가 피어있다. 소설에는 서희가 일본의 항복 소식을 듣고는 가시가 총총이 박힌 해당화 나뭇가지를 움켜잡은 채 털썩 주저앉았다고 묘사돼 있다.

최참판댁은 조선 후기 생활모습을 담은 한옥, 소작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초가, 토지장터로 구성돼 있다. 또한, 박경리 선생의 문학작품과 영상, 선생이 아끼던 재봉틀 등이 전시된 박경리문학관, 전통 숙박을 체험할 수 있는 한옥체험관도 조성돼 있다.

주말에는 최참판댁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상설 문화공연이 열린다. 마당극을 비롯한 사물놀이, 판굿, 모듬북, 설장구 공연 등 다채로운 장르의 공연을 선보인다.

최참판댁은 여전히 <역적>, <신사임당> 등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매년 10월이면 이곳에서 토지문학제를 개최한다.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성전 ‘삼성궁’
청학동 삼성궁(사진_하동군)

청학동 도인촌이 있는 골짜기 능선 너머에 위치한 ‘삼성궁’은 고조선시대의 소도(蘇塗)를 복원해 민족의 성조인 환인, 환웅, 단군 삼성(三聖)을 모신 배달민족의 성전이다.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며 민족의 정통 도맥인 선도를 지키고 신선도를 수행하는 도장이다.

이곳이 소도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쌓은 솟대와 여러 모양의 돌탑이 여기저기 솟아 있다. 한반도와 만주를 상징해 조성한 연못, 햇빛 한점 들지 않는 토굴, 전시관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맷돌·절구통·다듬잇돌 등으로 꾸며진 길이 담장과 함께 짜임새 있게 가꿔져 있다.

남해를 한눈에 ‘하동케이블카’
하동케이블카(사진_하동군)

하동케이블카는 민자 600억 원을 투입해 2006년 3월 착공한 것이 지난해 4월에 개통해 금오산 정상까지 연결된다. 총 연장 2.5㎞의 규모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다도해와 금오산 절경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어 남해안 관광의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케이블카가 설치되면서 금오산 하늘길과 스카이워크, 짚라인 등으로 더욱 풍성하고 다이내믹해졌다.

이명이 기자 l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