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열대우림의 기적… 생태복원의 모범에서 세계의 보물로
글로벌 생태관광의 미래, 셀랑고르 숲에서 답을 찾다
【관광청】박순영 기자 psy@newsone.co.kr
“이곳은 자연이 인간의 손길로 되살아난 기적의 숲입니다.”
FRIM 셀랑고르 포레스트 파크,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 룸푸르에서 차로 불과 30분 거리. 도시의 소음이 사라지고, 열대 식물 특유의 녹음이 시야를 덮어올 때쯤 방문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고르게 된다. 이제 이 숲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유산의 반열에 올라, 말레이시아의 자부심이 되었다.
말레이시아 관광예술문화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FRIM 셀랑고르 포레스트 파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말레이시아에서 여섯 번째 세계유산이자, 셀랑고르 주로는 최초의 쾌거다.
채광지에서 생명의 숲으로… 100년의 여정
FRIM은 ‘Forest Research Institute Malaysia(말레이시아 산림연구소)’의 약칭으로, 이곳은 1920년대 주석 채광지였던 황폐한 땅을 인공적으로 복원한 사례다. 흙먼지만 날리던 채굴지가 지금은 600여 종의 식물이 공존하는 저지대 열대우림 생태계로 바뀌었다.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나무가 자라고, 새와 곤충이 돌아왔으며, 지금은 삼림욕과 생태학적 연구가 동시에 이뤄지는 산림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과거 연구소 건물과 탐방객 센터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도시 외곽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숲은 깊고 조용하다. ‘자연을 복원한 숲’이라는 점에서 이곳은 다른 세계유산과는 또 다른 가치를 지닌다.
21개국 만장일치, “자연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
FRIM의 세계유산 등재는 2013년 시작된 신청 절차를 거쳐, 올해 마침내 21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현지 관계자들은 “이곳은 생태복원의 성공을 세계에 알리는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FRIM은 생물다양성 보전, 생태교육, 책임 있는 관광이 융합된 모델로 이미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체험형 생태관광의 중심지로 도약
셀랑고르 주정부는 현재 ‘2025 셀랑고르 방문의 해(Visit Selangor Year 2025)’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FRIM의 세계유산 등재는 그 중심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관광객들을 위한 ‘네이처 트레일’, 열대 숲 속 공중다리를 걷는 ‘캐노피 워크’, 전통 약용식물을 배우는 ‘에코갤러리 투어’ 등 체험형 프로그램이 인기다. 조류 관찰과 생태 해설사와 동행하는 숲 탐방도 예약을 통해 가능하다.
2026년 말레이시아 방문의 해 앞두고 ‘친환경 관광’ 강화
말레이시아 관광청 서울사무소의 카밀리아 하니 압둘 할림 소장은 “FRIM은 관광 명소를 넘어 생태계 복원의 상징이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투자”라며, “2026년 말레이시아 방문의 해를 앞두고 생태관광과 글로벌 친환경 여행지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이번 등재로 총 여섯 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키나발루 국립공원, 구눙 물루 국립공원, 말라카와 조지타운 역사도시, 렝공 계곡, 그리고 지난해 등록된 니아 국립공원의 동굴군 유산까지. 이들 유산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말레이시아의 자연과 문화의 정수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셀랑고르 관광청은 이번 등재를 계기로 곰박-울루랑가트 지질공원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한 걸음, 한 숨마다 살아나는 숲의 생명력
FRIM 셀랑고르 포레스트 파크는 단순한 삼림 보호구역이 아니다. 그곳은 인간이 자연과 맺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관계가 무엇인지를, 세월과 땀으로 증명한 공간이다. 세계유산이란 타이틀은 그저 화려한 수식어가 아니라, 다시는 잃지 말아야 할 생명의 증표다.
여름날의 말레이시아, 그 숲을 걷는 발끝마다 세계가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