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학당 설립자 아펜젤러가 보관한 19세기 말 궁중가구… 통영 제작 양식 담아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고종황제가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에게 하사한 것으로 전해지는 궁중가구 한 점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나전산수무늬삼층장(螺鈿山水文三層欌)’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삼층장은 19세기 말 왕실과 상류층 사이에서 생활 필수품으로 쓰였던 대형 가구다. 왕실 자녀가 혼례를 앞두고 집을 나설 때 마련하던 가구 가운데 하나로, 정교한 기술과 고급 재료, 그리고 제작 경위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에 지정이 예고된 삼층장은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가 고종황제로부터 하사받은 유물로 알려져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아펜젤러는 1885년 조선에 입국한 이후 배재학당을 세우고, 서울 정동에 벧엘 예배당(지금의 정동제일교회)을 설립하는 등 교육과 선교 활동에 헌신했다. 그는 1902년 인천에서 목포로 향하던 중 선박 사고로 생을 마쳤다. 이후 이 삼층장은 그의 후손들이 보관해오다 외증손녀 다이앤 크롬 여사가 2022년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가로 114.9cm, 세로 54.6cm, 높이 180.3cm 크기의 이 삼층장은 소나무에 나전과 금속으로 장식되었으며, 정면과 양측면을 산수문과 인물문, 문자, 꽃과 과실, 귀갑문 등 화려한 자개 무늬로 장식한 것이 특징이다. 문짝 안쪽에는 괴석화훼도가 채색돼 있어 회화와 공예가 결합된 전통 미감도 엿볼 수 있다.
이 장은 통영 지역의 제작 양식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유물로, 가구 상단의 천판 돌출부를 짧게 처리하고 정면 구조를 평면적으로 가공한 점에서 지역적 특성이 확인된다. 끊음질과 주름질 등 전통 나전 기법도 정교하게 구현되어 있어 공예사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유래가 분명하고 희소한 유물일 뿐 아니라, 당시 황실과 서양 선교사 간의 교류를 보여주는 자료로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며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도 전통 민속문화유산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하는 데 힘쓸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