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제주를 위한 사업에 제주는 없다

제주를 위한 사업에 제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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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사업 난항 겪어

지난 9월 문을 연 제주신화월드가 한반도의 신화와 역사는 찾아볼 수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250만㎡에 조성된 제주신화월드에는 홍콩 상장법인 랜딩인터내셔널의 계열사 람정제주개발의 자본 2조원이 투입됐다. 현재는 국산 애니메이션인 ‘라바’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와 숙박시설 서머셋만 운영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워터파크와 헝거게임 등의 영화를 주제로 한 시설과 고급 리조트들이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신화와 역사, 생태적 가치를 살리는 당초 계획과 달리 수익성만을 고려한 시설이 가득한 대규모 복합 리조트로 변질된 것이다. 사업을 추진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가 뭇매를 맞는 이유다.

JDC가 추진하거나 연관된 사업 중 난관에 봉착된 것들에 비하면 제주신화월드는 비교적 성공적인 수준이다.

지난 2014년 4월부터 JDC가 직접 운영하는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의 경우 개관 4년째지만, 누적 적자만 100억 원을 훌쩍 넘었다. 서귀포시 안덕면 일원 146㎡에 1,15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일평균 방문객은 1,000명에도 못 미친다. 일각에서 박물관 건립 사업이 사전에 타당성 검토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적자가 더 이상 불어나지 않도록 폐관 후 제주에 걸맞은 사업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될 정도다.

제주신화월드 한반도의 신화 및 전설을 담아 자체 조성할 예정이던 J지구는 12년째 사업 계획만 수립 중이다.

2006년 개발사업 시행승인 당시 JDC는 A,R,H지구에 세계 각국의 테마거리를 조성하고, J지구에는 2,400억 원을 들여 제주와 한반도의 신화 및 역사를 테마로 한 체험형 테마지구를 조성하기로 했다. 람정제주개발이 투자를 확정한 곳은 A,R,H지구뿐이었고, J지구는 자체 개발로 확정됐다. 하지만 정작 J지구를 자체 개발하기로 했던 JDC는 9월, J지구에 대한 사업계획 재수립 용역을 발주하며 J지구 사업계획 재수립 의사를 밝혔다. 기존 착공에 들어갔던 타 지구와 개발 콘텐츠가 중복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고, 이 과정에서 사업 규모도 2,400억 원에서 1,000억원 대로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콘텐츠 중복은 어불성설이다. 2015년 제주도민들에게 J지구 사업 계획에 대해 사업계획 보고와 의견수렴이 2차례 진행됐었고, 당시 람정그룹의 사업계획은 지금과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JDC의 갑작스런 사업계획 변경으로 인해 당장 내년에는 A,R.H지구의 확대 개장만 이뤄질 전망이다. 제주신화월드의 메인 콘텐츠가 돼야 할 한반도와 제주의 신화·역사는 없고, 세계 각국의 신화와 역사만 있는 반쪽자리로, 정체성을 잃게 된 것이다.

한편, JDC가 위탁 운영중인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학교의 연간 수업료와 기숙사 비용이 최고 5,000만 원에 달해, 제주도민과 지역을 배려하지 않은 고소득층 전용 시설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JDC가 위탁 운영 중인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학교는 NLCS와 BHA다. NLCS의 연간 수업료는 2,657만~3,725만 원으로 학년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연간 기숙사비는 1,286만~1,525만 원으로 합하면 한 학생당 연간 4,000~5,000만 원대의 금액이 소요된다. 이는 4년제 국립대학교 등록금의 9배 수준이다. 과도한 수업비용은 외국의 교육 시스템을 한국에서 수행해 외화 유출을 막고, 제주 지역 발전과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영어교육도시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현재 두 학교 모두 학생 총인원이 정원에 못 미치며, 국제학교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내국인 학생이 대부분인데다, 입학생 가운데 35%가 서울 강남 3구 출신인 점을 들어 일부 특권층을 위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0월 23일 미국식 국제학교가 추가로 개교하는 데 이어, JDC는 민간 자본을 유치해 2단계 국제학교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예 중단돼 국부 수천억 원이 유출되고 있는 사업도 있다. 서귀포 예래휴양형주거단지는 2015년 대법원의 토지수용재결 무효 판결 이후 2년 넘게 공사가 중단돼 흉물로 방치돼 있는 상태다. 제주지방법원으로부터도 각종 인·허가가 모두 무효라는 행정소송 패소 판결을 받아 국면의 전환이 어려운데, 사업에 투자했던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마저 JDC를 상대로 3,500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수천억 원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2018년까지 완공할 예정이었던 헬스케어타운은 아직도 잔여부지가 절반이 넘는다. 개발된 곳 중 절반 이상은 숙박시설이며, 의료시설은 24,7%에 불과하다. 개발을 맡은 회사는 의료사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헬스케어타운 내 운영 중인 국제병원도 성형피부미용과 검진을 위한 병원에 그쳐, 당초 계획 중이던 고품질 의료서비스 제공 취지와 멀다는 지적이다. JDC 측은 현재 중증질환 전문병원 부지에 투지 유치 활동을 추진 중이다.

지난 10월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JDC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JDC는 여야 의원들의 뭇매를 맞았다. 주요 사업에 대한 특별감사와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 됐다. 제주 도민들 사이에서는 JDC를 제주도의 특성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제주도를 다 팔아넘긴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JDC가 제주 본연의 특색을 살리고, 제주도를 위한 사업을 위해 전환이 필요할 때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