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영화 ‘옥자’와 넷플릭스, 그리고 한국의 콘텐츠 시장

영화 ‘옥자’와 넷플릭스, 그리고 한국의 콘텐츠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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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넷플릭스와 영화관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개봉했다. 넷플릭스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OTT(Over The Top)기업으로 세계적으로 1억 명이 넘는 가입자 수를 가지고 있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국내의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신작 영화의 이례적인 온·오프라인 동시 개봉에, 영화 유통질서 혼란을 우려하면서 보이콧을 진행했다.

넷플릭스와 영화관에서 신작 영화 ‘옥자’가 동시 개봉하게 된 데에는 넷플릭스가 영화 ‘옥자’의 제작비 전액, 600억 원을 지원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 같은 넷플릭스의 파격지원은 세계 7위 규모의 콘텐츠 시장을 가진 한국에 진입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넷플릭스는 OTT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자랑하는 기업이지만, 그동안 유독 한국에서만은 고전을 했다. 넷플릭스의 장점은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7.99~12.9달러)인데, 한국에서는 국내 인터넷TV(IPTV)로 한 달에 평균 1만 원만 내면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통신 결합에 따라서는 무료로 볼 수도 있기에 지금까지 가입자 수를 크게 늘리지 못했다.

한국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됐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콘텐츠 부족인데, 그동안 넷플릭스는 미국드라마 외에 일반 시청자들이 볼만한 프로그램은 부족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CJ E&M, JTBC 등과 콘텐츠 계약을 맺고 조금씩 콘텐츠 수도 늘려가고 있다.

또한, 넷플릭스는 영화 ‘옥자’를 시작으로 한국 콘텐츠를 계속적으로 제작할 계획도 밝혔다.

영화 ‘옥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아마 영화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접속하고,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행보에 국내 OTT업체들은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이번 영화 ‘옥자’의 넷플릭스 개봉이 한국의 OTT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지, 거대 자본을 무기로 한국 콘텐츠 시장을 잠식하게 될지, 아니면 지금껏 그래왔듯 찻잔 속의 태풍으로 남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경희 기자 ggh@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