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의 숨결부터 호수의 낭만, 춤과 예술, 달콤한 빵까지… 머물수록 새롭게 보이는 도시 천안
천안은 익숙하면서도 의외로 새로운 여행지다. 서울에서 멀지 않고 전국 어디서든 접근하기 편리해 흔히 ‘교통의 도시’로 먼저 떠올리지만, 천천히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장면을 품은 역사문화 공간부터 도심 속 현대미술, 계절의 색을 품은 호수와 산,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춤 축제, 그리고 호두과자와 병천순대를 넘어선 풍성한 미식까지 여행의 요소가 한 도시에 촘촘하게 모여 있다.
천안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어느 하나의 이미지로 규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전에는 독립운동의 역사를 만나고, 오후에는 미술작품 사이를 거닐다 호숫가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저녁에는 천안의 맛을 찾아 골목과 시장을 누빈다. 여기에 가을이면 도시 전체를 흥겨운 리듬으로 물들이는 천안흥타령춤축제가 더해진다. 역사와 예술, 자연과 축제, 미식이 서로 다른 여행이 아니라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지는 도시, 그것이 천안이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대한민국의 시간을 걷다, 독립운동의 도시
천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독립기념관이다. 웅장한 겨레의 탑을 지나 전시관으로 향하는 길부터 대한민국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 민족이 겪어온 시련과 독립을 향한 긴 여정이 다양한 자료와 전시를 통해 펼쳐진다. 단순히 과거를 관람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여행지다.

천안의 역사여행은 독립기념관에서 끝나지 않는다. 병천면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유관순열사의 흔적과 만난다. 유관순열사 사적지를 비롯한 주변의 역사 현장은 3·1운동 당시 뜨거웠던 독립의 열망을 지금까지 전한다. 교과서 속 한 인물로 기억했던 유관순 열사의 삶을 실제 공간에서 마주하면 역사는 한층 가깝게 다가온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인 석오 이동녕 선생의 삶을 만날 수 있는 이동녕선생기념관도 천안 역사여행의 깊이를 더한다. 여기에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과학사상가였던 담헌 홍대용, 백성을 위한 정의로운 암행어사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박문수 등 천안을 대표하는 역사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도시가 품고 있는 시간의 층위가 생각보다 훨씬 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처럼 천안의 역사문화 자원은 특정 시대에 머물지 않는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과 사건이 도시 곳곳에 이어져 있다. 각각의 명소를 따로 둘러보는 것보다 ‘사람과 시대’를 주제로 연결해 여행하면 천안만의 역사적 매력이 더욱 선명해진다.
춤으로 하나 되는 도시, 천안흥타령춤축제
천안의 역사적 깊이에 가장 역동적인 색을 더하는 것이 ‘천안흥타령춤축제’다. 천안을 대표하는 축제를 넘어 춤이라는 세계 공통의 언어를 통해 국적과 세대, 문화를 뛰어넘어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무대다.
천안흥타령춤축제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히 공연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외 경연 참가팀의 다채로운 무대와 함께 시민과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며 축제를 완성한다. 전문 무용수부터 시민까지 춤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순간, 축제장은 거대한 하나의 무대가 된다.

그 경쟁력도 인정받았다. 충청남도 ‘1시군 1품 축제’ 평가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명품 축제로서의 위상과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천안시는 앞으로 세계 각국의 춤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국제적인 축제로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고 국내외 우수 인재의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 예술인과 청년, 시민 역시 축제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다양화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축제의 열기를 행사장 안에만 가두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축제를 찾은 관광객의 발걸음이 천안의 주요 관광지와 전통시장, 음식점, 숙박시설로 이어지도록 관광과 지역상권을 연계해 ‘축제를 즐기고 도시를 여행하는’ 체류형 관광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올해 천안흥타령춤축제는 10월 1일부터 5일까지 펼쳐진다. 천안종합운동장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춤 공연과 경연,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동시에 흥타령의 발상지인 천안삼거리공원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천안삼거리공원과의 연계는 축제에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예부터 수많은 사람이 오가며 이야기를 만들었던 천안삼거리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흥타령의 상징성이 오늘날의 춤 축제와 만나는 것이다. 전통의 ‘흥’이 세계의 다양한 춤과 만나 현대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셈이다.
10월의 천안을 찾는다면 축제만 보고 돌아서기보다 천안삼거리공원과 도심 관광지, 전통시장과 지역 맛집을 함께 여행해보자. 낮에는 천안의 역사와 자연을 만나고 저녁에는 흥겨운 춤의 무대에 빠져드는 여행이 가능하다. 천안흥타령춤축제는 이제 천안을 다시 찾게 만드는 강력한 여행의 이유가 되고 있다.
오래된 역사 곁에서 만나는 젊은 예술
축제의 흥겨움에서 잠시 벗어나 천안의 현대적인 감성을 만나고 싶다면 도심으로 향해보자. 그 중심에는 아라리오 조각광장이 있다. 일상적인 도심 풍경 사이에 현대미술 작품이 자연스럽게 자리하면서 거리 자체가 하나의 열린 미술관처럼 다가온다.
일부러 미술관을 찾아가지 않아도 산책하듯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역사도시라는 천안의 이미지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면서 여행자에게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을 선물한다. 천안역과 천안종합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한 도심의 활기와 문화공간을 함께 즐기기에도 좋다.
역사의 무게와 현대예술의 자유로움, 축제의 흥겨움이 한 도시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천안을 단순한 역사관광지가 아닌 복합문화도시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호수에서 산까지, 도심 가까이 펼쳐지는 자연

도시여행에 잠시 쉼표가 필요하다면 성성호수공원으로 향해보자. 호수를 따라 산책길이 이어지고 탁 트인 수변 풍경이 도심의 분주함을 잠시 잊게 한다. 천천히 걷거나 풍경을 바라보며 쉬기 좋아 시민들에게도 사랑받는 일상 속 휴식공간이다.
천안삼거리공원 역시 천안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오래전부터 사람과 길, 이야기가 만났던 천안삼거리는 흥타령의 역사와 함께 천안의 정체성을 품고 있다. 올해 천안흥타령춤축제와의 연계를 통해 전통적인 공간에 새로운 문화적 활력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조금 더 자연 깊숙이 들어가고 싶다면 광덕산과 태학산이 기다린다. 계절마다 다른 옷을 갈아입는 숲과 산길은 천안이 대도시의 편리함과 자연의 여유를 동시에 지닌 곳임을 보여준다. 도심에서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호수와 공원, 숲과 산을 두루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천안 여행의 큰 장점이다.
호두과자와 병천순대, 그리고 ‘빵의 도시’로

여행의 기억을 오래 남기는 것은 역시 맛이다. 천안을 대표하는 먹거리라면 가장 먼저 호두과자가 떠오른다. 천안역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나는 간식이라는 익숙한 이미지를 넘어, 천안에서는 오래된 호두과자 가게들을 찾아 저마다 조금씩 다른 맛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병천순대도 빼놓을 수 없다. 병천 일대에 형성된 순대거리는 천안 미식여행의 대표 코스다. 뜨끈한 순대국밥 한 그릇은 독립기념관과 유관순열사 사적지를 돌아본 뒤 이어지는 여행 코스로도 잘 어울린다. 역사여행과 지역 먹거리 여행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셈이다.
최근 천안 여행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키워드는 제과·제빵 문화다. 지역 곳곳의 빵집과 제과점, 카페 문화가 어우러지면서 호두과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다채로운 ‘빵 여행’의 즐거움을 갖춰가고 있다. 여행 중 마음에 드는 빵집을 찾아다니며 천안의 새로운 맛을 발견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호두과자와 병천순대라는 오랜 지역 먹거리에 새로운 제과·제빵 문화가 더해지면서 천안의 미식은 전통과 트렌드를 함께 품는다. 역사와 문화공간을 찾아다니다 만나는 한 끼와 디저트까지 여행의 일부가 되는 도시다.
지나가는 도시에서 ‘머무는 여행지’로
천안이 관광도시로 가진 또 하나의 경쟁력은 뛰어난 접근성이다. 수도권과 가깝고 철도와 고속도로 등 광역교통망이 발달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찾아오기 편하다. 마음먹고 긴 휴가를 내야 하는 여행지가 아니라 당일치기부터 1박 2일, 주말여행까지 일정에 맞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천안이 그리고 있는 관광의 미래는 단순히 ‘찾아오기 편한 도시’에 머물지 않는다. 편리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관광객이 천안을 하나의 목적지로 선택하고, 도시 곳곳을 여행하며 더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것이다.
독립기념관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나고 병천에서 순대 한 그릇을 맛본 뒤, 도심으로 돌아와 현대미술을 감상한다. 오후에는 성성호수공원을 천천히 걷고 마음에 드는 빵집에 들러 천안의 달콤한 맛을 챙긴다. 특히 가을 여행이라면 천안흥타령춤축제의 뜨거운 무대와 천안삼거리의 이야기를 더해 한층 풍성한 여행을 완성할 수 있다.
천안은 어느 한 곳만 보고 돌아가기에는 아쉬운 도시다. 역사만 보기에는 예술이 궁금하고, 예술을 만났다면 자연을 걷고 싶어진다. 산책을 마치면 다시 천안의 맛이 기다리고, 가을이면 세계의 춤과 천안의 흥이 여행자를 불러 세운다.
대한민국의 깊은 역사와 오늘의 문화, 도시 가까이 펼쳐진 자연과 오래 기억되는 맛, 그리고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축제. 서로 다른 매력을 하나의 여행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천안을 다시 찾게 만드는 힘이다. 이제 천안은 ‘지나가는 도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천천히 걷고, 맛보고, 즐기며 머물고 싶은 여행도시로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