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멸치로 맛보는 가을, 거제 옥계·여수 손죽에서 즐기는 어촌의 여유… 주문진 오징어 등대와 안산 미육도까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10월, 바다는 한층 여유로운 여행지가 된다. 따뜻한 추어탕 한 그릇으로 계절을 맛보고, 섬마을의 돌담길을 따라 느긋하게 걸으며, 바다를 지키는 등대와 파도가 빚어낸 바위섬을 만나는 시간.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10월의 수산물·어촌여행지·해양생물·등대·무인도서’를 따라 가을 바다의 다채로운 매력을 찾아 떠나보자. 미꾸라지와 멸치가 식탁을 풍성하게 채우고, 거제 옥계마을과 여수 손죽마을이 체험과 휴식으로 여행객을 맞는다. 바닷속 큰열매모자반 숲, 주문진항의 오징어 등대, 안산 미육도의 독특한 풍경도 이달의 바다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자료/ 해수부 제공)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체험으로 채우고 산책으로 쉬어가는 거제 옥계·여수 손죽
완연한 가을,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쉬어가고 싶다면 어촌으로 떠나보자. 직접 바다를 누비는 체험부터 고즈넉한 섬마을 산책까지, 저마다 다른 즐거움이 기다린다. 해양수산부는 10월의 어촌 여행지로 경남 거제시 옥계 어촌체험휴양마을과 전남 여수시 손죽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선정했다. 다양한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는 옥계마을과 다도해의 풍경 속에서 느긋하게 머물 수 있는 손죽마을은 가을 어촌여행의 매력을 두루 전한다.

거제 옥계마을은 거제 본섬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칠산도에 위치해 차량으로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는 섬마을이다. 바다를 가까이에서 느끼며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주말 나들이에 어울린다. 해안의 풍경을 감상하고 물길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일상에서 느끼기 어려웠던 활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24일부터 25일까지는 가을 바다를 직접 경험하는 주말 어장이 운영된다. 갯벌체험을 비롯해 요트와 카약, 통발과 후리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갯벌에서 어촌의 생태를 살펴보고, 요트와 카약으로 바다를 누비며, 전통 어로 방식도 접할 수 있다. 풍경을 바라보는 즐거움에 직접 참여하는 재미가 더해져 가을 주말을 풍성하게 채운다.

여수 손죽마을에서는 여행의 속도를 조금 늦춰도 좋다. 푸른 다도해와 주민들이 정성껏 가꾼 꽃길, 고즈넉한 돌담길이 어우러져 섬 고유의 정취를 전한다. 마을길을 천천히 걷고 숲과 바다가 펼쳐지는 트레킹을 즐기다 보면 섬에 머무는 시간 자체가 휴식이 된다. 섬 북쪽에는 약 1㎞ 길이의 손죽해수욕장이 자리해 해변을 따라 산책하며 여유를 누리기 좋다.
손죽마을의 바다는 체험의 무대이기도 하다. 썰물 때 드러나는 갯가에서는 개막이와 고둥 잡기, 해루질 등을 통해 살아 있는 어촌생태를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다. 해안 갯바위에서 즐기는 바다낚시도 빼놓을 수 없다. 물때에 따라 달라지는 해안 풍경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일상과는 다른 섬의 시간을 느낄 수 있다.
올해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의 민간 협력 소득 증진 사업을 통해 북스테이 기반 콘텐츠 개발과 숙박 환경 개선도 추진된다. 책과 함께 섬에 머무는 여행이 더해지면 손죽마을의 고요한 풍경을 한층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0월에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와 연계해 여수의 다양한 섬을 만나는 여행도 계획해볼 만하다.
옥계마을과 손죽마을의 체험 프로그램, 숙박과 음식점, 주변 관광지와 교통편 등 자세한 여행 정보는 ‘바다여행’ 누리집(www.seantou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을 식탁을 풍성하게, 미꾸라지와 멸치
가을의 맛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음식이 추어탕이다. 미꾸라지를 뜻하는 ‘추어(鰍魚)’에는 가을을 의미하는 글자가 담겨 있다. 가을철 살이 올라 맛이 좋아지는 미꾸라지의 특성과 맞물려, 추어탕은 계절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사랑받아 왔다.

논이나 저수지처럼 물살이 느린 곳에 사는 미꾸라지는 가늘고 긴 몸을 지닌 민물고기다. 아가미뿐 아니라 장으로도 호흡하는 독특한 생태를 갖고 있으며, 레티놀과 필수지방산 등을 함유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곱게 갈아 우거지와 함께 끓이거나 통째로 넣어 끓이는 추어탕은 서로 다른 맛과 식감을 선사한다. 바삭하게 튀긴 추어튀김과 미꾸라지를 넣어 만든 추어 두부도 색다르게 즐길 만하다.
미꾸라지가 따뜻한 국물로 가을을 전한다면, 멸치는 다양한 조리법으로 바다의 맛을 펼쳐낸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 서식하는 멸치는 몸길이가 최대 15㎝ 정도까지 자라는 바닷물고기로, 오메가-3 지방산과 칼슘을 함유하고 있다. 잔뼈까지 통째로 먹을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남해안 여행에서는 멸치 쌈밥을 눈여겨볼 만하다. 생멸치를 매콤하게 조려 밥과 함께 쌈 채소에 싸 먹으면 고소한 풍미와 양념의 감칠맛이 어우러진다. 회무침과 구이, 찌개, 젓갈로도 즐길 수 있으며, 마른 멸치는 볶음과 국물 요리로 우리 식탁에 친숙하다.
주문진 바다를 밝히는 ‘오징어 등대’
강릉 주문진항에는 지역의 대표 수산물을 닮은 등대가 서 있다. 10월의 등대로 선정된 주문진항 제2돌제등대다. ‘오징어 등대’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이 등대는 6초에 한 번씩 초록색 불빛을 깜빡이며 항구를 오가는 선박의 안전을 돕는다.

1986년 처음 세워진 등대는 시설 노후화에 따라 2025년 9월 오징어 모양으로 재건립됐다. 항구의 정체성을 담은 독특한 모습은 여행객에게 새로운 볼거리가 되고 있다. 등대와 바다를 함께 담은 사진을 남기고, 항구 주변을 걸으며 주문진의 활기를 느껴보자.
주문진수산시장에서는 동해의 먹거리를 만날 수 있다. 가을철 오징어는 크기가 큼직하고 씹는 맛이 좋아 회와 물회, 찜, 볶음 등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몸통에 소를 채워 찐 오징어 순대도 놓치기 아까운 별미다.

주변 명소를 함께 둘러보면 여행이 더욱 풍성해진다.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알려진 영진해변 방사제와 방탄소년단 앨범 재킷 촬영지인 향호해변은 바다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기 좋은 곳이다. 강원도 문화유산자료인 최선평 가옥까지 일정에 더하면 주문진의 바다와 먹거리, 문화를 두루 만날 수 있다.
바닷속 생명의 터전, 큰열매모자반
해안에서 바라보는 바다 너머에는 또 하나의 숲이 자란다. 10월의 해양생물로 선정된 큰열매모자반은 우리나라와 일본 연안에 분포하는 여러해살이 갈조류다. 바닷속 암반에 붙어 자라며, 10월 무렵 새로운 가지를 내기 시작해 겨울과 봄을 지나면서 길이가 2~3m에 이르기도 한다.

굵은 가지에는 불규칙한 돌기가 발달하고, 길쭉한 잎 가장자리는 톱날 모양을 띤다. 타원형 공기주머니인 ‘기낭’은 몸을 수면 쪽으로 곧게 세우도록 돕는다. 덕분에 큰열매모자반이 무리 지어 자라는 곳에서는 입체적인 바닷속 숲이 형성된다.
이러한 모자반 숲은 물고기와 다양한 해양생물에게 먹이와 은신처, 산란장을 제공한다. 육지의 숲이 수많은 생명을 품듯, 연안의 모자반 숲도 생물다양성을 지탱하는 중요한 터전이다. 큰열매모자반 추출물의 항산화·항염 성분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가을 바다의 풍경을 즐기는 여행은 그 아래 살아가는 생명의 세계를 떠올릴 때 더욱 깊어진다.
두 봉우리가 빚어낸 바위섬, 안산 미육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풍도동에 자리한 미육도는 작은 규모에도 선명한 인상을 남기는 무인도서다. 육도 열도의 남쪽 끝, 꼬리 부분에 있다는 뜻에서 ‘미육도(尾六島)’라는 이름이 붙었다. 섬의 모습이 쇠나 돌을 깨는 도구인 정의 뾰족한 끝을 닮았다고 해 ‘정초리’ 또는 ‘정철이 섬’으로도 불린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섬 가운데 나란히 솟은 두 개의 바위 봉우리다. 옆에서 바라보면 쌍봉낙타의 두 혹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형태를 지녔다. 북쪽의 큰 봉우리는 높이가 약 40m에 이르며, 섬 전체 면적은 10,413㎡, 남북 길이는 약 400m다.
바위와 자갈로 이루어진 해안에는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남긴 흔적이 새겨져 있다. 가파른 해식절벽과 작은 해식동굴, 기둥처럼 남은 바위가 섬의 표정을 만든다. 일부 바위 표면에는 벌집처럼 작은 구멍이 생긴 타포니도 나타나 자연이 빚어낸 다양한 지형을 보여준다.
바위 비탈에는 소사나무와 붉나무, 곰솔 등이 자라고 명아주와 억새, 사철쑥 같은 풀도 관찰된다. 가마우지와 민물가마우지, 괭이갈매기, 한국재갈매기 등 바닷새에게는 소중한 쉼터다. 두 봉우리와 푸른 바다, 그 사이를 오가는 새들이 어우러진 미육도는 서해의 작은 섬이 품은 생명과 지형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