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아시아영화의 심장’으로 나아가다, ‘영화네트워크부산’ 출범

‘아시아영화의 심장’으로 나아가다, ‘영화네트워크부산’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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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지역인재 육성, 현장의 목소리 담아낼지 기대

부산 영화와 영화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 12월 20일 오후 6시, 부산 해운대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채플실에서 부산에서 활동하는 영화인을 주축으로 다른 장르의 문화예술인은 물론 영화관련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일반 시민도 아우르는 ‘범시민단체’ 성격의 ‘영화네트워크부산’이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창립총회에 앞선 오후 3시에 열린 세미나에서는 이성철 교수(창원대학교 사회학과)를 좌장으로 ‘영화도시 부산, 그 성찰과 전망’을 제제로 정책과 산업, 독립영화, 관객과 영화축제 등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에서는 20년 넘게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가 국제적 영화제로 자리매김하면서도 부산 영화인과 전문인력 양성에는 소홀했다는 지적과 부산에서 개최되면서도 부산 시민의 참여는 이끌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시아영상중심도시 조성사업’의 경우, 하드웨어 건립에만 치중한 나머지 영화촬영스튜디오, 영화펀드, 영화의 전당을 비롯해 최근 문을 연 영상산업센터까지 다양한 영화 인프라가 조성됐지만 정작 지역의 전문인력을 키우지 못하고 대부분 서울에서 내려오는 등 인적 인프라는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화네트워크 부산은 설립 취지에서 “하드웨어 건립에 치중된 전시 행정, 인적·물적 자원의 분산과 비효율적 운용, 전문성 부족과 단기적 시야로 인한 비체계적인 집행 등의 한계를 노정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주도한 결과”라면서도 “(부산영화인들이) 사업의 계획수립·집행·평가 과정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개별적인 이해에 따라 제각각 갈라져 무력화돼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화네트워크 부산은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스스로가 주체가 돼 집단 지성과 희생적 노력을 통해 부산을 진정한 ‘영화도시’로 그리고 자격 있는 ‘영화창의도시’로 전환시켜”야 한다면서 “기존의 조직과 단체, 이해관계와 장르를 넘어서서 담대한 목표와 확고한 공공성을 추구하는 새롭고 더 강한 ‘네트워크’를 출범시켜 부산이 ‘영화도시’에서 ‘영화창의도시’로 한 단계 도약하고 ‘아시아영화의 심장’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과정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후 열린 창립총회에서는 정관 승인 및 임원 선출이 이어졌다. 이사장에는 이용관(동서대 교수)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선출하고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상임이사로 곽경택(영화감독), 김정태(배우), 이성철(창원대 교수), 김이석(동의대 교수), 진선미(배우), 박상규(배우), 박찬형(영화감독), 주유신(영산대 교수), 김휘(영화감독), 김민경(모퉁이극장 대표), 양미숙(참여연대 사무처장) 등 12명의 이사와 김영종(경성대 교수), 이호철(변호사) 등 2명을 감사로 선출했다. 또한 남송우(부경대 교수), 이청산(전 부산민예총 이사장), 김문홍(극작가), 이성규(연극연출가), 박채성(CAC 대표), 이창희(인타운 대표), 고영철(씨엔더블유 대표), 이상헌(화인정보기술 대표) 등 8명의 자문위원도 함께 위촉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정책위원장에 주유신 교수, 산업위원회에 김휘 감독, 독립영화위원장에 김민경 감독, 관객시민위원장에 김현수 대표, 문화예술연대위원장에 양미숙 처장 등을 임명했다.

이날 선출된 이용관 이사장은 취임 인사말에서 “지난날 스스로를 돌아보며 후배들을 위해 이룬 것이 없다는 반성을 많이 했다”면서 “서울은 이미 영화인회의가 존재하지만 부산은 영화인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모임이 없었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그런 것이 필요”하고 “후배들을 위해 비록 허수아비가 되더라도 기꺼이 자리를 맡아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선 세미나에서 “시민과 밀착되지 않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책이 가슴에 크게 와 닿는다”면서 “결국, (이런 문제는) 시민사회가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고 진단했다. 이 이사장은 “그렇기에 정치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후배들을 위해) 정치적 행위는 해야겠다”고 밝혔다.

이용관 이사장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2014년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 벨’을 상영하지 말라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프로그래머가 선정한 영화에는 간섭할 수 없다면서 상영을 강행해 부산시와 불편한 관계에 빠졌다. 이후 이 이사장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서 쫓겨나듯 물러났다.

최근에는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물러난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에 영화인들과 영화단체들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이사장으로 추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불안정한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의 해결을 위해 부산국제영화제 탄압의 상징적 존재인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가 정상화로 접어드는 실마리라는 것이다. 물론 이용관 이사장은 아직까지 말을 아끼고 있는 중이지만 영화계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흐름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위촉을 위한 후보자 공개 추천 공지의 시점과 영화네트워크 부산의 창립총회가 비슷한 시점에 이뤄지는 것에 대한 억측도 있다. 이용관 이사장의 부산국제영화제 복귀를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영화네트워크 부산이 창립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있다. 그러나 영화네트워크 부산의 창립은 부산국제영화제 20여 년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한 “지역의 균형 발전과 지방 분권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의 과감하고 책임 있는 실천은 점점 더 정당하고 절박한 것”이라는 영화네트워크 부산의 진단은 매우 적절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영화네트워크 부산이 제기한 부산의 지역인재 육성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낼 정책적 결합이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된다.

양명철 기자 ymc@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