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다중이용시설에서 잇단 화재 참사, 안전의식은 어디에

다중이용시설에서 잇단 화재 참사, 안전의식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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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올해 밀양 세종병원, 종로여관에서 발생한 화재로 올 겨울에만 대형화재로 인해 230여 명이 사상했다. 작은 불씨 하나로 다수의 인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참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출입하고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 ‘안전’까지 가야할 길에 대해 알아보자.

최근 5년 간 많은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 5월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 화재로는 2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당했으며, 이듬해 2015년 1월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로는 5명이 사망하고 125명이 다쳤다. 2016년 9월 김포 주상복합 공사현장에서는 6명이 사상, 10월 울주군 언양분기점 관광버스 화재로는 17명이 사상, 2017년 2월 화성시 동탄상가에서는 52명이 사상했다. 2017년 12월에는 제천 스포츠센터에서의 화재로 2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부상을 입었고, 지난 1월 밀양 세종병원에서는 37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부상했다.

특히 이번 밀양 화재사고는 자력으로 대피할 수 없는 환자가 대부분인 요양병원이라 피해가 컸다. 안타까운 건 4년 전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 화재로 이미 선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밀양 화재 참사 희생자 중 화염에 의해 사망한 경우는 없었다. 희생자 대부분은 유독가스에 의해 질식한 것으로 추정됐다. 1층에서 발생한 연기가 상부로 이동해 번진 것이다. 특히 요양병원 연결통로는 불법 증축된 것으로, 방화문이 없어 연기를 확산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화재 당시 연기가 확산됐던 건 병원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밀양 세종병원은 2008년 3월 병원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옥내소화전·비상경보기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지만, 스프링클러 설치는 의무가 아니다.

지난 2009년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며 소방검사가 간소화 된 것도 사고를 확산시킨 요인 중 하나로 주목됐다. 법안 개정 이전에는 전체를 소방 점검하는 전수조사로 이뤄졌지만, 개정 이후 샘플조사 형태인 ‘소방특별조사’로 바뀐 것이다. 특히 소방안전관리 자격증 2~3급을 간단한 교육으로 누구나 쉽게 취득가능하게 해, 건물주들이 자체 점검을 실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와 밀양 요양병원 두 건물 다 ‘필로티 구조’인 것도 대형화마를 만든 데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필로티는 건물 1층을 벽 없이 기둥만으로 만든 건물 양식으로, 지상 교통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주차 등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최근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할 경우 1층으로 바람이 빠르게 유입돼 불이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밀양 요양병원 화재 사건 직후, 일본과 한국의 주택가에서 비슷한 시기에 화재가 발생했다. 일본 가고시마현 아마미시 주택가에서는 지난 1월 27일 새벽 3시 주택 19채에 불이 번졌고 그 중 15채가 전소됐지만, 사상자는 0명이었다. 주민들이 평소 재난 대비훈련 매뉴얼을 따라 신속하게 대피했기 때문이다. 1월 28일 오후 7시에는 서울 불광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일가족 3명이 모두 숨졌다. 동파를 우려한 아파트 관리실에서 소화전으로 유입되는 수도를 잠가버린 것이다.

병원과 스포츠센터, 학교와 쇼핑몰 등 일상 곳곳에 있는 다중이용시설이 안전 및 화재에 취약한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개인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더 이상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소방청에서부터 대응을 시작했다. 소방학교 교육훈련을 현행 이수제에서 능력평가 자격인증제로 바꾸고, 불시 소방특별조사 확대와 화재 출 동시 장애가 되는 불법차량에 대해 벌금을 상향했다. 인명피해와 연소 확대 우려가 있는 화재에 대해서는 선발 출동대부터 상향 대응, 가용 소방력을 총 출동시키는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특히 진입이 어려운 협소한 도로, 소형건물 밀집 골목지역에서 기동성과 작업성이 우수한 소형 특수소방차도 개발될 예정이다.

소방조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에 예고 없는 불시 소방특별조사를 확대하고 법규 위반 시 행정처분도 강화된다. 비상구 폐쇄 등 중대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강화하고, 이로 인해 인명사고가 발생된 경우에는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는 별도로 국토부와 협의해 다중이용시설이 있는 기존 드라이비트 건축물에 대한 화재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한다. 필로티 구조의 건물 출입구 설치 위치 규정, 일반승강기 승강장에 부속실 설치 의무화, 외벽이 통유리 구조인 경우 화재 시 소방대가 용이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창을 설치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대책이 포함돼 있다. 또한, 현재 소정시간 참여만 하면 인정하고 있는 소방학교 교육프로그램을 실제훈련 중심의 능력평가 방식으로 전환한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사고는 더욱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잇단 참사를 타산지석으로 사회 전반에 안전의식이 확대돼야만 할 것이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