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야시장 전성시대, 화려한 빛 뒤의 이면

야시장 전성시대, 화려한 빛 뒤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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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에게 야시장은 설렘 가득한 장소다. 밤을 잊은 환한 조명 아래 다채로운 먹거리가 가득하고, 활기찬 사람들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황금연휴와 징검다리 휴일이 있는 5월에는 가까운 도시로 여행을 떠나온 사람들로 전국 각지의 야시장은 더욱 북적인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구성으로 관광객들이 실망하거나, 요건을 따지지 않고 급하게 조성돼 폐점하기도 한다. 흥행에 성공한 야시장들도 쓰레기 처리나 기존 상인들과의 마찰이 발생하는 등 다양한 문제에 휘말리고 있는 실정이다.

비슷한 메뉴, 비싼 가격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김혜원(24) 씨는 한동안 야시장을 찾지 않을 계획이다. 지난 4월 친구들과 함께 서울 청계천에서 열리는 ‘밤도깨비야시장’을 찾은 혜원 씨는 먹거리 코너에서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30분 넘게 줄을 서서 받은 새우튀김은 튀김옷이 새우의 두 배 이상이었고,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기름 맛밖에 나지 않았다. 다른 음식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부산과 여수, 대구 등 다른 도시를 여행하면서도 빠지지 않고 야시장을 찾을 정도로 야시장을 좋아했던 그는 “같은 야시장 내에서도 메뉴가 비슷하고, 기존 식당보다 맛이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며 “점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활기찬 분위기가 좋아서 야시장을 자주 찾았는데, 갈수록 실망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서울 청계천 밤도깨비야시장의 푸드트럭은 총 22곳. 그 중 스테이크를 판매하는 곳이 5곳, 튀김류를 판매하는 곳은 7곳, 음료를 판매하는 곳이 3곳이다. 푸드트럭에서 인기 있는 메뉴가 있다고는 하나, 스테이크나 꼬치, 튀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손님 입장에서 메뉴가 지나치게 편중화돼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여수 낭만포차

지난 4월 말 여수로 여행을 다녀온 이정원(32) 씨는 “낭만포차가 유명하다고 해서 부모님과 함께 갔다가, 되레 혼만 났다”며 그날을 회상했다. 정원 씨는 “밤바다와 반짝이는 돌산대교를 배경으로 향수에 젖어 술 한 잔 기울이는 건 좋지만, 대다수 포차에서 ‘해물삼합’을 판매하고 있어, 여기가 낭만포차 거리인지, ‘해물삼합’ 거리인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돼지고기와 김치, 키조개가 기본인 해물삼합은 하나에 3만 원. 정원 씨는 “노점이라 일반 식당보다는 저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며 “바가지를 쓰는 기분마저 낭만으로 승화해야 할 것 같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야시장 먹거리 판매상들의 절반 이상은 20~30대 청년들이다. 먹거리 품평회를 거칠 정도로 입점 경쟁률이 치열해, 먹거리는 이색적이고 차별화됐으며, 직접 음식을 만드는 역동적인 모습을 손님에게 보여주면서 먹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까지 제공했다.

하지만 새롭고 독특한 것은 이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야시장은 전국적으로 늘어났지만, 야시장 메뉴는 전보다 다양성을 잃었다. 익명의 푸드트럭 판매자는 “큐브스테이크나 새우튀김처럼 매출이 좋은 메뉴가 정해져 있고, 야시장에 참가하는 비용이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신메뉴를 개발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에 위치한 야시장의 경우 매대의 메뉴를 변경하는 데 상인회와 구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그 절차는 몹시 까다롭고 시간이 걸리는데다, 운영비와 매대 보관비용, 상인회비 등을 생각하면 야시장 상인이 메뉴를 개발하고 반영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더미 같은 쓰레기, 갈등 높아져

최근 일부 지역 재활용품 수거업체가 폐비닐 수거를 거부했다. 일회용품 사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속도를 폐기물 처리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10월에 개장한 전주 남부시장 야시장은 주말 하루 쓰레기 배출량이 100L봉투 140여 개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여수시민협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낭만포차 존폐’ 설문조사에 따르면, 67%에 달하는 시민들이 ‘옮기거나 아예 없애자’는 의견을 냈다. 낭만포차로 인해 교통이 정체되고 질서가 문란해졌으며, 영업 후 쓰레기가 방치되는 문제 등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반포 밤도깨비 야시장은 4년째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야시장 이용객들은 “쓰레기통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주최 측은 “쓰레기통을 추가 설치해도 무단 투기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야시장 운영본부는 현재 청소 용역업체를 고용, 예산의 14.8%인 3억5천만 원을 청소에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처음 개장한 ‘밤도깨비 야시장 문화비축기지 숲속피크닉마켓’은 쓰레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주최 측이 모든 푸드트럭에 다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제공한 것이다. 꼬치류나 음료수를 담는 컵 등을 제외하고 모든 음식은 용기에 담아 먹게 됐고, 먹고 난 용기를 가볍게 설거지해 야시장 행사요원에게 건네주면, 요원은 초음파 기계로 2차 세척을 한 뒤 푸드트럭에게 건네주는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숲속피크닉마켓을 방문한 신아람(31) 씨는 “기존 야시장을 이용하면서도 산더미 같이 쌓인 쓰레기를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며 “재활용 용기가 전국의 야시장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부분 좁은 시장 통로에서 운영되는 야시장. 사람이 오가는 것도 어렵고, 테이블이 부족해서 음식을 구매해도 급하게 먹기 부지기수이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딪힐 수도 있어 상인과 관광객 모두 피로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시장은 지속돼야 한다. 야시장은 지역의 청년 장사꾼들이 꿈을 펼치고 있는 공간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청년들의 활기와 상인들의 협력이 현재 야시장에 산적한 문제들을 타개하고,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매김 해야 할 것이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