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트래블 맛과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곳

[목포시 트래블] 맛과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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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 해상케이블카, 목포시제공

목포항을 걷다 보면 근대문화역사가 살아있는 거리가 나오고 거리를 쭉 걷다 보면 전라도 음식의 진가를 맛볼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 낭만적인 목포로 떠나자.

– 숨 쉬듯 살아있는 근대역사관

▲ 근대역사관 1관

목포 근대문화역사거리에 들어서면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120년 전, 일제강점기가 막 시작될 무렵 지어진 건물이다. 그런데도 도로와 골목길의 원형이 잘 보존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 거리의 대표적인 건물은 적산가옥 100여 채, 구 일본영사관, 동양척식주식회사, 심상소학교, 화신백화점 등이 있다.

구 일본영사관은 근대역사관 1관, 동양척식주식회사는 근대역사관 2관으로 쓰고 있다. 근대역사관 1관은 1897년 10월 목포항이 개항할 때 생긴 건물이다. 신고전주의의 건물 양식을 따르고 있어 예스러운 느낌이 많이 난다. 역사관 앞에 서서 정면으로 멀리 바라보면 목포시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그리고 역사관에 들어가기 전 건물을 빙 둘러보면 세월의 흔적인6.25 전쟁 때 포탄 흔적도 있다.

역사관 내부로 들어서면 목포의 개항과 일제강점기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고 당시 썼던 벽난로, 인력거, 재봉틀 등 물건들을 직접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한복을 입고 3.1운동 체험을 하거나 목포 구시가지 모습을 볼 수 있는 모형도 있다.

▲ 근대역사관 2관

근대역사관 2관인 동양척식주식회사는 남한 일대에서 찾아보기 힘든 건물이다. 전국에서 딱 두 곳이 남아있는데 목포가 규모면에서 부산보다 앞서고 1920년대 지어진 르네상스 건축양식으로는 유일무이하다. 1관은 박물관 형태로 역사를 돌아볼 수 있다면 2관은 미술관처럼 사진 위주기 때문에 보다 더 현실적인 과거를 만날 수 있다. 한 번에 두 박물관을 둘러 보면 목포의 근대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이 지은 건물로 왜 역사거리로 만들었나 질문 할 수 있다. 목포의 근대문화역사거리는 여느 곳과 다르게 보존이 잘 됐기도 하고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목포의 거리는 네거티브 헤리티지(Negative Heritage)로써 누군가에겐 기억할 수 있고 경계가 될 수 있는 공간이다.

– 연희네 슈퍼, ‘1987’ 영화 속으로

▲ 연희네 슈퍼

지난해 관람객 수 730만명 이상의 흥행작인 영화 ‘1987’의 촬영지인 연희네 슈퍼가 목포에 있다. 슈퍼는 촬영 당시 모습으로 재현된 상태다. 간판이나 게임기도 옛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슈퍼 안으로 들어가니 과자, 컵라면, 신문 등 모든 소품이 1980년대에 멈춰있었다. 그리고 한 방에 옷장, 티비, 화장대가 다 들어있는 과거 안방의 모습도 재현해놨다.

슈퍼 건너편에는 백양 세탁소가 있는데 옛날 과자와 장난감을 팔고 있었다. 어렸을 때 맛이 생각나 여기서는 과자나 장난감을 안 사고는 못 배긴다.

연희네 슈퍼 뒤편에는 태평양 전쟁 말기 연합군의 폭격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방공호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일본인을 위해 만들어진 건물이다.

또 서산동 시화골목과 많이 연계돼 주변에 복고풍 의상대여점, 다순구미 다방 등 추억의 볼거리가 많다. 요즘 80-90년대 문화들이 유행하고 있다. 이 시점에 목포로 가서 다시 그 때바람을 즐겨 보자.

– 근대문화 1번지, 옥단이길 투어

▲ 옥단이길

옥단이는 목포 4대 명물 중 하나인 물장수다. 옥단이가 물지게를 지고 다니며 이리저리 다닌 길을 옥단이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목원동이라는 이름은 목포 도심의 중심부로 성장한 지역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목포의 옛 중심지인 목원동을 살리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옥단이길에 벽화마을을 조성했다.

옥단이길은 유달산을 오르는 세 가지 노선(목마르뜨, 구름다리, 김우진 거리)을 아울러 부르는 말로 목포 개항 이후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조선인 마을을 연결하는 골목길로 선조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있다.

벽화에는 시나 노래 구절, 역사적 인물들, 감성이 가득한 그림들을 그려 마을에 한층 평화롭고 따뜻한 분위기를 준다. 이 분위기 덕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골목길이 북적거린다. 매월 말일에는 문화해설사와 함께 하는 골목길 투어도 진행한다. 그러니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예쁜 벽화도 보고 역사 이야기도 듣고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알찬 투어를 해보자.

– 목포항, 노을이 아름답게 지는 곳

목포는 낭만 항구라는 브랜드 슬로건에 맞게 낭만적인 장소가 많다. 북항 노을공원에서 바라본 노을은 장관이다. 공원 이름에 노을을 넣었다는 것만으로도 노을이 엄청나게 아름다울 것 같지 않은가. 공원의 끝은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어 파도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온다. 이 소리와 동시에 저 멀리 수평선도 바라볼 수 있다. 게다가 노을이 질 쯤엔 모든 곳이 새빨갛게 변해 마음도 푸근해지고 눈도 황홀해져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해가 지고 난 뒤 목포 시민들은 해변을 따라 산책을 하고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바다와 노을을 즐긴다. 이 때 눈으로는 바다를 보고 입으로는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목포의 유명한 음식들을 먹으면 금상첨화다.

마지막으로 목포 낭만을 두 배, 세 배로 느낄 수 있는 관광지. 목포시에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는 목포해상케이블카다. 국내 최장 길이 케이블카로 서남권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왕복 40 분 동안 유달산과 다도해, 항구 등 목포를 한 눈에 담아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메인타워 높이가 155 m로 여느 케이블보다 더 높은 지점에서 목포를 즐길 수 있다. 바다, 산을 좋아하고 스릴을 느끼고 싶다면 4월 19일 개통 예정인 목포 해상케이블카 타러 가자.

– 남도 맛의 근원, 목포

목포의 맛, 전라도의 맛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9 가지 음식이 있다. 세발낙지, 홍어삼합, 민어회, 꽃게무침, 갈치조림, 병어회, 준치무침, 아구탕, 우럭간국이 있다. 이 중 4가지만 소개하겠다.

▲ 낙지

첫 번째 세발낙지. 목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토산품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낙지는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잡히지만 세발낙지는 목포 영암, 무안, 신안 등지에서만 잡히는 ‘지역 특산품’이다. 발이 세 개여서 세발낙지가 아닌 발이 가늘다는 뜻으로 세(細)발낙지다. 다른 낙지에 비해 크기가 작기 때문에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통째로 먹어야 제 맛이 난다. 낙지 연포탕으로도 많이 먹는다. 그리고 무려 13가지 요리로 즐길 수 있다. 낙지는 갯벌 속의 인삼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원기에 좋은 건강식이다. 정약전은《자산어보》에서 낙지는 ‘말라빠진 소에게 서너마리만 먹이면 곧 강한 힘을 갖게 된다’고 했다. 강한 힘을 얻어 보자.

▲ 홍어삼합

두 번째 홍어삼합. 목포는 홍어의 메카라고 불릴 정도로 대부분의 홍어는 목포에서 삭혀 나온다. 그리고 홍어삼합도 매우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목포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잘 삭힌 알싸한 홍어에 돼지고기, 묵은지와 함께 시원한 막걸리를 한 사발 들이키면 목포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홍탁삼합이 된다. 구릿한 냄새와 톡 쏘는 맛 때문에 먹지 못하겠다면 삭히지 않은 홍어로도 먹을 수 있다. 필자는 삭히지 않은 홍어로 삼합을 먹었는데 가시가 가시라고 하기 보다는 물렁뼈처럼 씹히는데 그게 참 고소하고 씹는 맛도 좋았다. 그리고 한 번에 고기, 회, 채소를 곁들여 먹을 수 있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삼합을 먹는 방법은 고기, 홍어, 묵은지를 순서대로 올려서 한 입에 먹으면 된다. 한 입 가득 욱여넣어 먹는 홍어삼합 그리고 목이 막히면 안 되니 들이키는 목포 전통 막걸리는 최고다.

▲ 갈치조림

세 번째 갈치조림. 갈치조림 하면 대부분 제주도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목포는 제주도와 다른 목포에서 나는 먹갈치로 갈치조림을 만든다. 제주도 갈치를 먹으면 빛깔만 곱지 입이 좀 심심하다고 느낀 적 없는가. 목포에 있는 먹갈치조림은 보다 더 담백하고 칼칼하다. 살이 많은 먹갈치와 밥 한 숟갈, 무 한 숟갈 그리고 갈치조림 국물을 떠서 먹으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맛이다. 제주도보다도 가까운 목포에서 갈치조림 한 번 맛 보자.

▲ 민어

네 번째 민어. 다른 지역과 달리 목포에서는 회 뿐만 아니라 껍질, 부레, 뱃살, 지느러미까지 다 먹는다. 민어를 주문하면 두툼한 회와 민어 부속물이 같이 나온다. 다른 곳에서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아 겉으로 보기엔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맛을 보면 왜 부속물을 먹는 지 단 번에 깨달을 수 있다. 회를 먹고 나면 식사로 매운탕도 나온다. 눈 앞에서 끓여주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끓여서 국그릇에 나온다. 국물이 시원하고 끝내준다.

민어도 목포의 다른 음식처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할 수 있다. 회, 탕, 찜, 전, 무침 등 여러 민어의 맛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목포가 제격이다.

전세리 기자 jsr@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