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휴일이 적은 2020년의 여행트랜드

휴일이 적은 2020년의 여행트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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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경자년 흰쥐의 해가 밝았다. 쇼핑, 음식, 패션 등 각 분야에서 어떤 것들이 유행하게 될지 예측이 앞 다투어 나오는 새해벽두에 2020년 대한민국 여행트렌드는 어떨지에 대한 전망을 정리해보았다.

 

여행도 환경을 생각하며

올 겨울은 ‘삼한사온’이 아니라 ‘삼한사미’라고 한다. 사흘은 춥고, 나머지 나흘은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의미다. 봄이 되면 더 심해지는 미세먼지 공습에 깨끗한 공기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도 흔한 풍경이다. 환경보호가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기 때문에 ‘친환경 여행’을 위한 움직임도 더 커질 전망이다.

호텔에서 1회용 플라스틱 어메니티가 사라지고, 저탄소배출 항공편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실천하기 위해 텀블러나 다회용 용기를 챙겨서 여행도중 발생하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움직임은 2020년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미세먼지 피해가 적은 깨끗한 공기가 있는 지역으로의 여행이나, 실내에서 즐기는 액티비티 시설도 더 각광을 받을 것이다. 해외여행으로는 청정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팔라완과 같은 지역이 인기가 높고, 국내에서는 강원도나 제주도 등 깨끗한 산과 바다가 있는 곳이 만족도가 높다.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는 VR체험이나 실내 스카이다이빙, 점핑파크 등 점점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짧은 기간에 간편하게

올해는 윤년이라 총 366일로 평년보다 하루가 더 길다. 하지만 유독 공휴일이 주말과 겹쳐 긴 연휴 찬스는 더 줄어든 상황. 이에 가까운 거리로 짧게 떠나거나, 주말을 활용한 즉흥여행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부터 국내여행에서는 숙박여행 횟수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 2019년 상반기 국민여행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에 비해 당일치기 여행 횟수는 무려 23.6%나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해외여행의 경우 아시아권으로 비교적 짧은 거리의 여행지가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유럽 등 장거리 지역을 여행하더라도 구간을 쪼갠 짧은 일정의 상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측된다.

자유롭게 가볍게 일정을 떠나는 데 필수인 앱을 활용한 스마트 여행은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이다.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는 글로벌 여행 예약 플랫폼들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 수백만 개 숙소의 요금과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해 즉시 예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행지를 선택하고 준비하는 경험의 폭을 확장시켜주고 있다. 여행 플랫폼뿐만 아니라, 숙박공유, 자전거 공유, 전동킥보드 공유와 같은 O2O 플랫폼도 나날이 활성화되어 자유 여행의 선택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인스타와 유튜브 SNS는 필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 채널에서 여행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한층 더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특히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공유할 만큼 멋지고 가치 있다’는 사진이나 영상을 남기기 용이한 스팟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여행 콘텐츠 중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음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식여행을 즐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10명 중 8명이 여행지를 선정하는 데 미식을 고려하며, 65%가 이동수단과 숙박비를 제외한 여행 경비의 절반 이상을 식비로 지출했다. 특히 현지인이 자주 가는 식당이나 시장에서 파는 음식을 더 선호해, SNS에서 식사 후기나 맛집 평가 등의 키워드가 많이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사양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누구나 간편하게 영상을 제작할 수 있어 브이로그(vlog : video와 blog의 합성어)를 남기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나은 퀄리티의 영상을 제작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고가의 영상장비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뻔한 패키지 여행은 가라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패키지 여행 하나 만으로 먹고 살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지난해 1841년에 설립됐던 세계 최고(最古) 여행사 ‘토머스 쿡’은 트랜드를 쫓아가지 못해 결국 파산했는데, 국내 여행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스타일의 패키지 여행을 내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신개념 차세대 여행플랫폼 구축을 선언한 하나투어에서는 ‘프라이빗 맞춤여행’을 내어놓았다. 일정 변경이 어렵고 무조건 단체로 다녀야만 했던 기존 패키지 여행 상품을 보완한 상품으로, 항공·숙소·투어 등 여행의 모든 요소를 고려해 주문하면 여행사가 최적의 ‘맞춤 코스’를 제공해준다.

자유여행의 불편 불안 요소를 해소할 수 있는 일명 ‘투어텔’ 상품도 인기다. 투어텔은 항공권을 제외한 ‘투어’와 ‘호텔’을 결합한 상품으로 자유여행 중 짧은 당일 패키지 투어를 떠날 수 있다.

한편 기존 패키지 여행 중에서도 초고가 프리미엄 패키지 판매는 오히려 성장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핀란드 오로라 감상, 칠레 파타고니아 빙하 크루즈 탐사, 몰디브 해저 리조트 숙박 등 특별한 여행을 즐기고자 하는 고소득 시니어 계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험의 다양화

여행지에서 명소를 탐방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이 아닌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행지에서도 새로운 배움과 경험을 하기 위해 원데이 클래스에 참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고가의 프로그램으로는 유명한 플로리스트의 단독 클래스를 들으며 단기간에 자격증을 취득한다던가, 명사가 동행해 해박한 지식을 나누는 투어 등이 있으며, 간단한 공예 작품을 만든다던가, 원데이 쿠킹 클래스에 참여하는 등 현지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일반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대도시나 인기 여행지보다 다소 덜 번화한 곳이나 부도심지나 소도시의 인기는 올해도 꾸준히 증가할 추세다. 관광객이 쏠리는 오버투어리즘 현상으로 인한 각종 불편을 피해 조용하고 쾌적한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축제나 스포츠 경기, 계절 경관을 만끽하기 위해 시즌에 맞춰에 여행을 떠나는 빈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겨울의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즐기고, 시즌에 맞춰 유럽 축구 경기를 보는 등이 그렇다.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여행은 일상이다. 가족끼리 매년 한 번은 여행을 떠나고, 주말이면 근교로 떠난다. 여행 경험은 많이 축적되었고, 더 나은 여행을 위해 정보는 활발하게 공유된다. 그 어떤 여행이든 여행으로 인해 일상이 윤택해지는 2020년이 되길 바란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