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브랜드 경험의 시대, 오프라인에서 찾은 경쟁력

브랜드 경험의 시대, 오프라인에서 찾은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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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2.5단계로 격상됐다. 신규 확진자가 600명대를 넘어서고, 감염재생산은 1.4에 달했다. 연말연시가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서울시는 67년만에 보신각 제야의 종 행사를 취소했고, 파티룸과 호텔에서의 모임 자제를 요청하는 등 특별방역기간을 가지고 있는 중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가급적 집에 머무르고 외출과 모임,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50명 이상의 모임·행사는 금지되며 다중이용시설은 오후 9시 이후 문을 닫는다. 특히 유흥시설 5종 영업은 금지되고, 방문판매와 홍보관,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도 집합금지 조처가 내려진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많이 방문하는 카페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만 가능하고 음식점에서는 오후 9시 이후에는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서울은 이미 5일부터 18일까지 오후 9시 이후 ‘셧다운’하는 긴급 조치에 들어갔다. 연말의 활기가 가득해야할 거리는 차가운 겨울바람만 휘몰아치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어 학생들이 사라진 신촌 대학가 한 골목에서는 맞붙은 상점 4곳이 모두 문을 닫았다. 지난 10월 홍대의 공실률은 10%, 이태원의 공실률은 30%에 달했다. 외국인관광객으로 붐비던 명동의 공실률은 자그마치 60%다. 그야 말로 한 가게 건너 한 가게 꼴로 텅 비어 있는 셈이다.

시장을 뒤덮는 언택트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모두가 불황이라고 말하는 코로나 시대에도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마트 장보기와 새벽배송 등 온라인 쇼핑은 일상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6% 증가한 42조41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26.9% 증가한 27조697억 원으로 집계됐다. 쇼핑 품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음식과 식료품, 식당과 시장에 가지 않고 주문해서 먹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가구·가전업체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샘은 온라인 매출이 급증하며 2분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9% 늘었다. 삼성, LG 등에 따르면 집에서 요리하는 수요가 늘면서 인덕션, 냉장고 판매가 늘었고, 대형 TV 판매는 최고치를 갱신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주로 운영하던 업체들은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나 쇼핑몰을 활용한 제품 판매, 배달 등을 병행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실정에 이른 것이다. 한 자영업자는 “목이 좋은 자리는 옛말”이라며, “지금이라도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이 청사진을 제시하거나 마냥 밝은 전망인 것은 아니다. 한 온라인 쇼핑몰 제작 전문가는 “홈페이지 체류시간이 5분을 넘지 않고, 메인 화면에서조차 고객이탈이 있다”며 “온라인 시장은 팽창하고 있지만, 그 수로 봤을 때 개별·단위별 성장은 크게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경험의 시대

온라인 시장은 접근성이 좋지만 제품을 판촉하는데 있어서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물품을 판매하고 부가적인 수익을 끌어올리기에는 오프라인 시장이 좋지만, 매장 운영 인건비와 임대료,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고정비용이 많이 지출된다는 불편함이 따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의 장단점이 명확한 지금, 오프라인이 가야할 방향은 무엇일까?

미국의 전자기기 편집매장 베타(B8ta)는 독특한 운영 방식으로 오프라인의 미래를 제시한다. 특별한 인테리어 없이 길쭉한 탁자 위에 기기들이 진열되어 있다. 손님들이 들어와도 사라고 권하는 직원도 없다. 심지어 “우리 매장에서 구경하고 구입은 아마존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하세요”라고 권하기 까지 한다. 물건을 잘 팔아주는 것도 아닌데, 메이커들은 이 매장에 물건을 넣기 위해서 줄을 선다.

베타는 샌프란시스코 등에 8개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매장마다 진열할 수 있는 제품은 60~80개 정도다. 하지만 이미 250개 이상의 메이커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 백화점 등 유통 업체들도 이 매장을 입점시키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객에게 판촉영업을 하지도 않는데 베타는 어떻게 수익을 내는 것일까? 그리고 다방면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일까?

우선 베타는 물품이 팔려도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매출의 100%는 메이커들에게 돌아간다. 메이커들이 부담해야하는 것은 진열비로, 제품 하나를 8개 매장에 진열하는 조건으로 월 2,000달러 가량이 소모된다.

베타에서 주로 진열되고 있는 제품들은 스마트밴드, 전동보드, 드론 등과 같은 IT 관련이다. 이들 업체에서 판매수익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고객 데이터다. 어떤 사람들이 내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지,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아는 것이 다음 제품을 선보이는 데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천장에 달린 카메라로 고객 성별과 연령대, 어떤 제품 앞에서 주로 발걸음을 멈췄는지, 그 제품 앞에서 얼마나 오래 서있었는지 등 다양한 데이터는 메이커에게 전달된다. 제품 옆에는 아이패드가 자리하고 있고, 제품 정보와 온라인 쇼핑몰 가격비교까지 한꺼번에 할 수 있다. 고객이 구매버튼을 누르면 메이커에게 바로 전달되고, 메이커는 매장 판매가를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도 있다. 베타 테스터라고 불리는 직원들은 고객에게 질문을 한다. 왜 이런 제품을 사려고 하는지, 사용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성능 대비 가격대는 어떤지 다양한 정보를 직접 수집해 메이커들에게 전달한다.

최근 서울 성수동에 플래그 스토어를 연 ‘공간 와디즈’도 오프라인 경험을 압축해 놓은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와디즈는 테크와 패션, 푸드까지 다양한 펀딩 프로그램을 만날 수는 온라인 펀딩 플랫폼이다. 선주문 후생산, 유통마진을 뺀 합리적인 가격, 효과적인 브랜드 스토리 어필 등으로 최근 펀딩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공간 와디즈’는 펀딩 제품 중 있기 있는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고, 출시 준비 중인 제품을 고객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빅데이터의 시대, 정보는 곧 경쟁력이다. 오프라인은 고객이 제품을 체험하고 브랜드를 경험하는데 적합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앞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방식의 마케팅과 적절한 운영 방법이 브랜드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