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BETWEEN COVID-19, 코로나가 바꿔놓은 여행문화

BETWEEN COVID-19, 코로나가 바꿔놓은 여행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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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이선화(39세)씨는 여름 휴가로 제주여행을 떠나기로 했지만, 직장 동료 직원의 가족이 코로나19에 확진되어 결국 여행을 취소하게 되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선화씨는 예전에 여행을 다니면서 찍었던 사진을 보며 대신 추억 여행에 빠져들었다. 일본, 태국, 대만 등 비행시간이 짧은 가까운 나라들을 제주도 가듯 오갔다. 선화씨 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계모임으로 중국 장가계나 일본 온천여행 등을 즐겼고, 남편도 통영을 가듯이 대마도로 낚시 여행을 종종 떠났었다. USIM이나 포켓 와이파이를 예약하고, 공항 면세점에서 수령할 면세품 쇼핑을 했고, 현지 맛집과 쇼핑 리스트를 정리하고 동선을 짜는 등 짧은 일정을 알차게 보낼 준비를 하며 설렜던 시간들이 지금 돌아보니 너무도 옛날일인 것만 같이 느껴졌다.

백신이 나오면 다시 자유롭게 나라를 오갈 수 있을 거라던 예상은 그저 낙관이었다. 현실은 델타, 델타플러스 변이가 확산하고, 조심하지 않으면 다시 감염자 수는 치솟아 의료 서비스가 붕괴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땀이 뻘뻘 나는 한여름에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고, 여전히 사람 많고 밀폐된 공간은 두렵다.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검열하며 견디는 것에 모두가 지쳐가지만, 제한된 일상의 빗장이 안전하게 풀리는 때는 기약이 없다.

2020년 전세계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몰고 온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느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먼 곳으로 떠나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기존의 여행 방식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된 상황에서 여행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저가항공사(LCC)와 국제크루즈선을 운영하는 선박회사 중 일부는 도산 위기를 맞았다. 여행업에 종사하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여행을 멈출 수는 없는 법. 팬데믹 선언으로부터 1년 반이 흐른 지금, 사람들은 코로나와 함께하면서도 즐거움을 찾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초 최근 3년간 소셜미디어, 이동통신사, 카드사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분석해 2021년을 전망하는 ‘2021 국내관공 트렌드’ 키워드로 꼽은 ‘B.E.T.W.E.E.N.(비트윈)’이 관광의 핵심으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B.E.T.W.E.E.N.(비트윈)’은 Break(균열), Encourage(위로), Tie(연결) 등 7개의 단어의 조합으로 각각의 뜻을 담고 있다.

먼저 Break(균열)은 코로나19로 인한 여행산업의 변동을 의미한다. 여행수요가 급감하고, 여행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 팬데믹 상황에서 급변했다. 유튜브 콘텐츠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전체 전체 여행관련 키워드 중 해외여행과 여행정보 공유 관련 키워드 점유율은 전년대비 12% 감소했으나, 국내관광지는 6% 증가, 랜선여행 등 새로운 형태의 여행 수요가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 키워드도 체험이나 축제가 아닌, 사람들은 힐링과 소확행같은 일상 속 Encourage(위로)를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소셜미디어 상에서 힐링&일상여행에 대한 언급 비중은 최근 3년간 증가 추세이며, 위생·안전을 고려하면서도 코로나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비대면, 캠핑 등 키워드 또한 작년에 비해 증가했다.

로컬이 가지고 있는 특색은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Tie(연결)라는 키워드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여행으로 더욱 끈끈해진 인근 지역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를 바라며, 실제로 인접 도시로의 이동이 늘어 하나의 관광권역이 되는 현상이 통신데이터를 통해 관찰됐다. 국내라는 한정된 인프라 속에서 나만의 스팟을 발견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져, Wherever(어디든 관광지)이라는 키워드처럼 색다른 여행지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국내 여행지와 관련해 유튜브 등의 언급 비중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중심의 알려진 곳보다는 붐비지 않으면서도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섬이나 소도시, 숨겨진 포토존 등 색다른 여행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nhance는 친밀함의 강화되는 것으로, 여행을 떠날때도 단체관광이 아닌 친밀한 사람들과 소수의 인원으로 떠나는 일이 일반적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담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사적 모임 인원이 제한되는 바, 안심하고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유대감이 강한 가족, 커플, 친구 등 동반자와의 여행이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경험하는 여행에 대한 Expect(기대)는 크다. 유튜브 내 랜선여행, 대리만족, 방구석 여행 등과 관련된 영상 수와 평균 ‘좋아요’ 수는 전년대비 각각 21%, 57% 증가했고, 추석연휴나 연말 등 백신 여권을 통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때에 여행을 가는 상품은 여전히 매진율이 높다.

그 사이 Note(주목) 받는 새로운 여행의 형태가 있으니. 재택근무 등으로 업무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워케이션, 호텔 재택 등 일상을 환기하는 여행 방식의 등장이다. 또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무착륙여행 등은 활발하게 운행중이다.

바이러스의 확산은 여전히 공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요소가 각지에 도사리고 있고,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등 인류는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안전할 때 위험은 익스트림이 되고, 외출은 즐거움이 된다. 완전히 안전해질 그 날까지 지금의 방식으로 여행을 즐겨야 할 때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