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수첩 l ‘불체포특권’ 국회의원 ‘방탄용’이 돼서야

취재수첩 l ‘불체포특권’ 국회의원 ‘방탄용’이 돼서야

공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모두 297명의 의원이 표결에 참석했는데,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가 나왔다. 찬성이 과반에 미치지 못해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민주당 지도부가 압도적 부결을 결의하고, 이 대표 측이 이를 자신한 것과는 다른 결과다. 가결이 부결보다 많지만, 무효표와 기권을 포함해 과반수가 가결 기준이므로 10표 차이로 부결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한 바 있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에서는 “검찰의 정적 제거 수사”라며 정면으로 불응했다. 그야말로 ‘방탄 국회’가 성공한 것이다.

방탄국회는 국회의원의 특권 중 하나인 ‘회기 중 ‘불체포특권’을 이용한 것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국회의원의 체포를 막기 위해 일부러 임시국회를 여는 것을 말한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하며,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도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 회기 중에는 석방되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방탄국회는 국회의원 4분의 1 이상이 요구가 있으면 개최할 수 있으므로 쉽게 열릴 수 있다.

불체포특권은 1603년 영국에서 국회의원특권법(Privilege of Parliament Act)에 의해 처음 법제화됐으며, 그 뒤 미국의 연방헌법에 의해 성문화됨으로써 헌법상의 제도로 각 나라의 헌법에 수용됐다. 이는 국회의원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국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국회의원의 자주적인 대의 활동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다. 이 특권은 범법행위를 한 국회의원에 대한 소추권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수사와 공소제기 등은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체포·구금을 일시적으로 유예 받는 특권이라서 책임이 면제되는 면책특권과는 다르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그동안 많은 논란을 야기했으나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현행법을 악용해 방탄국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방탄 국회를 뚫는 법도 있다. 입법 로비 대가로 돈을 받은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신학용·김재윤 의원에 대해 검찰은 2014년 7월 국회 회기 종료 날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경우다. 임시 국회 소집은 사흘 전 공고해야 한다고 국회법에 규정돼 있다. 임시국회 소집 전에 영장을 집행한 것이다. 불체포 특권을 사흘간 상실한 의원들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후 이들은 모두 대법원에서 징역이 확정됐다.

국회의원이 민의를 대변하도록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해준다는 취지에서 제정된 불체포특권이 당리당략이나 사익을 위해 이용돼서는 안 될 것이다. 공익을 위한 활동일 때만 보장돼야 할 특권을 사익을 위해 악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박순영 기자 ps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