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6천 년의 울림, 세계에 새기다…「반구천의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6천 년의 울림, 세계에 새기다…「반구천의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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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서 결정
사실성과 창의성 담은 선사시대 걸작, 한국 17번째 세계유산

[울산]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한반도의 선사 예술이 마침내 세계 무대에 우뚝 섰다.
울산 반구천 일대의 선사시대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공식 등재됐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현지 시각으로 7월 12일 오전,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총 17건(문화유산 15건, 자연유산 2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번 등재는 지난 2010년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지 15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등재 대상은 국보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포함한 단일 유산으로, 형상과 배치의 정교함, 그리고 주제의 희소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해당 암각화에 대해 “탁월한 관찰력으로 표현된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선사시대 한반도인의 예술성과 상상력을 보여주는 걸작”이라며, “고래와 고래잡이 등 당시로서는 드문 주제를 통해 6천 년에 걸친 암각화의 전통을 집약적으로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울산 대곡천 일대에 위치한 이 암각화들은 사냥 장면, 동물, 인물, 추상적 기호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고래잡이 장면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주제로, 바다와 맞닿은 한반도 동남부 지역의 생업과 문화, 정신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편, 위원회는 등재와 함께 향후 보존을 위한 몇 가지 권고사항도 함께 제시했다. ▲사연댐 공사의 진척 상황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할 것, ▲반구천세계암각화센터의 운영 효율성 확보, ▲지역 공동체의 참여를 공식화할 것,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개발계획에 대해 유네스코에 사전 통보할 것 등이 그 내용이다.

이번 성과는 국가유산청과 외교부,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울산시와 지역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이룬 결과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등재를 계기로 반구천 암각화의 보존을 더욱 철저히 하겠다”며 “지역과 상생하는 유산 관리의 모범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의 조용한 계곡 물줄기 아래, 선사시대 사람들이 돌에 새긴 꿈과 이야기가 6천 년을 지나 오늘 세계인의 유산으로 되살아났다. 이제 반구천의 암각화는 단지 지역의 자산을 넘어, 인류 모두의 문화적 보물로 길이 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