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 수첩 l 로맨스 사기 뻔한 수법인데 왜 당할까

취재 수첩 l 로맨스 사기 뻔한 수법인데 왜 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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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사기 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남녀노소가 당한 사건이다. 다만 유명인이 연루되다 보니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언론보도로 사건이 더욱 증폭된다. 로맨스 사기범들의 수법은 뻔하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알면서도 당한다는 것이다. 교묘한 수법에 가스라이팅 당하는 경우다.

경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된 전청조(27) 씨의 범죄 행위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前) 국가대표 펜싱 선수 남현희(42) 씨를 소환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오후부터 남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앞서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전 씨를 상대로 접수된 고소·고발 및 진정 사건 12건 중 1건에는 남 씨도 공범으로 적시돼 그를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남 씨는 공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앞서 전 씨가 지난달 23일 여성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남 씨와 결혼 예정이라고 밝힌 후 전 씨의 사기 전과와 성전환 논란, 재벌 3세 사칭 의혹 등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허점과 허영을 이용한 로맨스 사기의 전형적 수법”이라며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3일 문화일보에서 대법원판결서 열람 시스템을 통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사기범 12명의 수법을 살펴보니, ‘전청조 사기’의 판박이였다”고 밝혔다. 피해자에게 연인으로 접근한 이들은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빌려 빠르게 갚거나 투자금을 불려서 돌려주는 방식으로 신뢰를 얻는다는 것이다. 결혼 상대로 믿고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진짜 애인이나 배우자가 있는 경우가 다수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전 씨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의 펜싱 대결’ 등을 언급했던 것처럼 이들 대부분은 투자·금융 업계 유명인을 지인이라고 속이고 전문가인 양 카리스마를 보인다는 것이다. 상대가 굳게 믿게 하는 ‘가스라이팅’ 전략을 썼으며, 위조된 통장 잔고나 ‘가상화폐 선물투자자’ ‘부동산 컨설팅 업체 고문’ 등 허위 명함으로 의심을 차단하는 수법이다.

김상균 전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은 “심리학 용어로 ‘인지적 측면에서 게으른 사람들’은 알고 싶은 정보만으로 대상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피상적인 매력에 쉽게 동조하면서 경계심을 허물다 결국 감언이설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로맨스 사기범들은 표적을 정하고 장기간 연구해 호감을 살 수 있는 맞춤형 매너와 외모를 개발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는 것이다.

로맨스 사기는 믿음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계획범죄 행위일 수도 있다. 지나친 호의나 혜택, 이익 등을 제시한다면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살펴봐야 한다. 결국 피해자는 누구로부터도 지지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