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가야·중국 문화까지 포용한 복합 유산…고분 축조 기술도 주목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고대 마한 문화를 간직한 영암 시종 고분군이 국가지정문화유산으로 새롭게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전라남도 영암군 시종면 일대에 위치한 「영암 시종 고분군」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23일 밝혔다.
해당 유적은 5세기 중후반부터 6세기 초 사이 조성된 고분군으로, 영산강 본류와 삼포강, 그리고 남쪽 지류를 조망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하고 있다. 고분군은 ‘옥야리 장동 방대형 고분’과 ‘내동리 쌍무덤’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지역은 서해와 내륙을 잇는 해양 교통의 거점이자, 선진 문물이 내륙으로 퍼져나가는 통로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지정학적 특성은 시종 고분군이 복합적인 문화적 양상을 띠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마한 소국의 토착 세력은 백제 중앙 세력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독자적인 정체성을 유지했고, 이는 고분의 형태와 출토 유물 등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고유의 마한식 옹관묘 전통에서 벗어나 거대한 방대형 분구에 석곽·석실묘를 갖춘 고총고분으로의 전환은 이 지역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고분 조성 과정에서 점토덩이를 사용해 방사형 혹은 동심원 형태로 구획하고, 구획된 영역에 흙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 확인되었다. 이는 해당 유적이 단순한 매장지가 아닌, 계획적으로 설계된 복합 공간이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당시의 토목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출토 유물에서도 이 지역의 복합적인 문화적 성격이 드러난다. 영산강 유역 고유 양식의 토기와 함께, 백제와의 정치·사회적 연계를 짐작하게 하는 금동관 세움 장식이 출토됐다. 외곽 장식에 사용된 원통형 토기와 동물 형상의 토제품은 외래 요소를 현지화한 것으로 해석되며, 중국 청자잔, 동남아시아산 유리구슬 등도 확인돼 국제 교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적 지정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우수한 문화유산의 잠재자원을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활용하는 적극 행정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